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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야기] 색깔! 눈에 보이는 게 다일까?…'구조색'의 비밀

2022년 03월 11일 16시 23분
[앵커]
빨주노초파남보! 우리는 보통 눈으로 보고 인식한 색깔이 그 자체로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전혀 아닌 경우를 경험할 때가 있죠.

분명 같은 색이지만 그 색깔이 입혀진 물체나 물질의 표면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색깔의 변화, 이른바 구조색이라고 하는데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색깔의 신비한 변화, 구조색의 궁금한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이효종 / 과학유튜버]
안녕하세요, 궁금한 이야기의 이효종입니다. 굳이 누군가에게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살아가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 고양이는 귀엽다는 것, 그리고 우리들은 빛을 이용해서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죠. 그런데 오늘은 조금 더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여기 나비의 날개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비의 날개는 아주 다채로운 색을 띄고 있습니다. 때로는 천적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무서운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나비를 유혹하기 위한 치장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나비의 이러한 다채로운 색이, 나비가 지는 본래의 색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예쁘고 다채로운 색을 가질 수 있는 걸까요?

보통 우리가 물체의 색을 볼 때, 대개는 물질 고유의 색을 보게 됩니다. 대상 물질이 지닌 특정한 영역대의 빛의 파장이 반사되어 나타나는 색! 그 색을 인지하여 대상의 색을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물질이 지닌 고유의 색 즉 고유의 파장이 아닌 색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약 400nm에서 700nm인데요. 어떠한 물질의 구조가, 우연히도 빛의 파장 길이와 비슷한 간격의 구조를 가질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한 파장영역의 빛만을 반사하여, 물체가 어떤색을 지니지 않았더라도, 그 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물질의 구조에 의해 나타나는 색이라고 하여, Structural Color, 구조색이라고 부릅니다.

나비의 날개 역시, 이러한 구조색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고 계신 이 곤충은 ‘모포나비’라는 이름을 가진 예쁜 나비입니다. 코발트와 같은 푸른 날개가 인상적이지요? 이 날개의 색 또한 구조색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나비의 날개를 전자현미경과 같은, 아주 작은 영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하고도 섬세한 격자 패턴을 볼 수 있는데요. 빛이 나비 날개 무늬의 미세한 격자 사이를 오가며, 푸른 영역대의 파장을 증가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날개를 푸른 색으로 보일 수 있도록 탈바꿈시켜주는 것이지요.

이러한 구조색을, 우리는 광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스무트가 대표적인 구조색의 예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치 기름막의 무늬와 같이 얼룩덜룩 여러 색이 표현되는 이 비스무트의 표면은 사실, 진짜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구조색을 띄고 있는 광물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이 다양한 색을 띄는 것도, 가끔 국밥 속의 고기 표면에서 이상한 초록색을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구조색의 대표적인 예시들이지요.

구조색이 과학계에 처음으로 인식되고, 연구대상으로서의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은 훅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훅에 의해서, 그리고 같은 시기, 빛의 특성과 성질을 연구했던 17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 경에 의해서였습니다. 이들은 현미경 등을 통해 물질의 특정한 표면 구조가, 물질의 색을 결정하는 하나의 요인이라는 것을 관찰을 통해 알아내게 되었는데요. 이에 관한 본질적인 이유를 규명해 낸 것은 빛의 파동성을 주장했던 18세기의 물리학자, 토머스 영에 의해서였습니다.

영은 특정한 구조 사이를 지나는 빛이, 어느 특별한 조건에 도달하면, 빛들이 서로 영향을 주어 빛의 파동이 커지는, 보강 간섭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이 보상간섭의 원리에 의해 물질을 이루는 표면의 구조가 특정 파장 영역대를 보강해주고, 이로인해 다양한 색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시간이 조금더 지나 1987년, 엘리 야블로노비치와 사지브 존에 의해 광결정 구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물질이 가지는 구조적 특성이 특정 파장의 빛을 완전히 반사 또는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물질의 구조와 연관된 구조색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색이 주변 환경에 의해 바뀌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고 계신 이 곤충은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라는 이름의 곤충입니다. 남미에만 서식하는 이 곤충은 놀랍게도, 습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데, 습도가 낮을 때에는 황갈색으로, 반대로 습도가 높을 때에는 검은색으로 변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이루고 있는 표면 조직들이 특정한 간격으로 배열 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색의 한 예시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습도에 따라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의 껍질 구조 안으로 물이 침투하면서, 공기 대신 물이 채워지게 되고, 이를 통해 껍질의 색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물과 공기 안에서 진행하는 빛은 속도가 달라집니다. 때문에 이 속도 차이에 의해서 간섭이 일어나는 빛의 파장이 달라지게 되고, 이러한 차이에 의해 구조색이 변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개념만 들어보면 생소할지 모르는 이 ‘구조색’이라는 매력적인 대상은 우리 주변의 자연을 다채롭게 보이도록 하는 것을 넘어, 이것을 공학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을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휘발성이 강한 물질들 중 몇몇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

VOC라는 물질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런데 앞서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가 습기를 흡수해 몸을 검은색으로 바꿨던 것과 비슷하게, 이 VOC를 흡수해 색을 변화시키는 센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색이 변하는 머그컵이 이 원리를 쓰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원리를 잘 조절하면 카멜레온과 같이 배경에 맞게 색을 변화할 수 있는 필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연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모사해, 새로운 문제 해결법을 만들어내는 것을, 우리는 ‘자연모사’라고 부릅니다. 머그컵과 색이 변하는 필름 또한 자연에서 나타나는 구조색의 특성을 ‘자연모사’를 통해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연모사의 사례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주변에는, 면밀히 들여다보면 놀랍고 재미있는, 그래서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답니다. 이상 궁금한 이야기였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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