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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유령·추억은 잡고 재미는 놓쳤다 '고스트 버스터즈:오싹한 뉴욕'…우주에도 유령 입자가 있다

2024년 04월 19일 16시 21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영화 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오늘은 어떤 영화를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오늘은 다시 영화를 준비했는데요, 고스트 버스터즈의 네 번째 시리즈인 '고스트 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입니다.

[앵커]
고스트 버스터즈, 굉장히 익숙한 제목이잖아요? 저는 80년대에 보지는 못했지만, 어느새 4번째 시리즈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고스트 버스터즈네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기자]
우선 이번 영화의 주인공을 먼저 살펴보자면 지난 2021년, 32년 만의 속편 개봉으로 화제가 됐던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에 등장한 스펭글러 가족과 그루버슨입니다. 이들은 전편 영화에서 처음 고스트 버스터즈로 활동하게 되는 게 시작이 되고, 이들은 뉴욕 맨해튼으로 이사 와 본격적인 고스트 버스터즈 활동을 이어가는데요.

고스트 버스터즈 활동을 탐탁지 않아 하던 시장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막내딸의 활동을 금지하고요, 여기에 그동안 잡은 유령들을 보관하는 격리 유닛이 얼어붙는 등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고대 악령까지 깨어나면서 뉴욕시가 위기에 처하는데요. 영화는 고스트 버즈터즈로 거듭나는 스펭글러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강력한 적에 맞서기 위해 원년 멤버 까지 총출동해 유령 소탕을 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앵커]
반가운 얼굴들도 제법 보일 거 같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해 준 쿵푸팬더도 그렇고, 고스트 버스터즈도 그렇고 다음 주 개봉할 범죄도시까지 모두 4번째 시리즈가 극장에 돌아오고 있는데요. 시리즈 영화들은 어느 정도의 흥행을 담보할 수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 재미가 떨어지면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하잖아요. 고스트 버스터즈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80년대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추억을 회상하면서 재밌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거든요, 우선 하려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대부분의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게 나열되고 말았는데요.

현재 고스트 버스터즈부터 원년 멤버인 고스트 버스터즈까지 총출동하다 보니 누가 주인공인지 집중되질 않았고요. 새로운 유령과 과거 유령도 모두 등장하지만, 이것도 아는 사람만 다시 만나서 반갑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들 유령이 왜 등장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유령을 잡는 과정에서의 특유의 리듬감과 코믹함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점도 고스트 버스터즈 만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고 느껴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앵커]
여러모로 아쉬움이 좀 남은 영화네요, 이번에는. 그래도 이번 영화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는데요.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는 유령을 과학기술로 잡는다는 설정과 함께하는 영화인데요, 유령을 과학기술로 잡는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저희가 유령 이야기를 하기에는 조금 힘들겠죠?

[기자]
사실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기는 하잖아요? 그런데 유령과 비슷하게 흔적도 남지 않고, 우리 몸은 물론 검출기도 통과하는 유령 입자가 우주에 존재하는데요. 이 유령 입자를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고스트 버스터즈처럼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안 보이는 유령 입자를 찾아내고 관측하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안 보이는 유령 입자라고 하니까 신기한데요,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기자]
우선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 중에는 중성미자라는 게 있습니다. 중성미자는 고에너지입자인 우주선이 원자와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데, 전하를 띠지 않고 질량이 매우 작으며 물질과 반응하지 않고 통과해버립니다. 지금 방송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주에서 쏟아져 손톱만 한 면적을 1초에 약 700억 개씩 통과하지만, 우리는 전혀 느낄 수 없거든요. 그래서 존재한다는 건 알지만 관측하는 게 쉽지 않아서 '유령 입자'라는 별명이 붙은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유령 입자, 중성미자를 검출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사실 존재하는지도 믿기가 힘든, 반응하지도 않고 그대로 통과하는 유령 입자를 어떻게 검출한다는 건가요?

[기자]
과학자들이 굉장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던 부분인데, 1946년 미국 물리학자 프레데릭 라이너스가 중성미자만 남길 수 있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라이너스가 제안한 방법은 중성미자가 양성자와 반응하면 중성자와 양전자를 만든다는 점을 이용해 간접적인 검출을 하는 방법입니다. 양전자가 다시 전자와 만나면 빛 알갱이인 광자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양성자와 전자만 있는 깜깜한 곳에서 갑자기 빛 한 줄기가 나타난다면, 이건 중성미자가 양성자와 반응했기 때문이다, 고로 중성미자가 간접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앵커]
정말 유령 입자라는 별명이 딱 맞네요. 그럼 고스트 버스터즈처럼 과학자들도 실제로 유령 입자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남극 아문젠-스콧 기지에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가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남극 지하 1㎦ 부피의 얼음에 광센서 5천여 개를 심어 놓고 중성미자가 100만 개 중 하나꼴로 아주 드물게 수소나 산소 원자핵이나 전자와 부딪혀 빛을 내는 흔적을 찾아왔습니다. 아이스큐브는 그동안 지구에서 37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나온 중성미자와 4,700만 광년 떨어진 고래자리 A 은하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중성미자 79개를 검출한 바 있고요.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우리 은하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중성미자를 이용해 처음으로 우리 은하를 촬영하는 것까지도 성공했습니다. 연구진은 빛과 전파, X선, 감마선, 중력파 등에 이어 중성미자로도 우주를 관측하고 연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중성미자 천문학'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37억 광년, 4,700만 광년, 사실 짐작조차 어려운 먼 곳에서 날아온 입자도 흔적을 남긴다고 하니까 많은 생각이 듭니다. 너무 신기한 이야기였습니다. '고스트 버스터즈', 영화 소개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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