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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선동과 여론 그 사이 어딘가 영화 '댓글부대'…누구든 댓글에 휘둘릴 수 있다

2024년 03월 29일 16시 25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주말 사이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요?

[기자]
네,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영화 '댓글부대'를 준비했습니다.

[앵커]
요즘 한국영화 분위기가 좋습니다. '댓글부대'가 '파묘'를 이기고 1위에 올랐다가 또다시 '파묘'가 1위를 탈환했더라고요? 우선 어떤 영화인지 소개부터 해주시죠.

[기자]
우선 영화 '댓글부대'의 주인공은 사회부 기자인 임상진 기자인데요. 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주인공인 임 기자가 우연히 대기업의 횡포로 빚더미에 앉게 된 중소기업의 폭로를 단독으로 보도하게 되지만, 하지만 다음날 연예인 마약 사건으로 뒤덮여 큰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히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인터넷에서 분위기가 뒤바뀌면서 오보라는 오명을 듣게 되고, 여기에 취재원, 그러니까 중소기업 사장이었던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정직을 당하고 어찌하지 못하던 중 자신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고, 여론을 조작을 당한 거라는 익명의 제보를 받으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데요. 영화 '댓글부대'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한 번쯤은 본 듯한, 혹은 의심해 본 적 있는 댓글 공작 또는 여론 조작의 과정을 속도감 있게 보여줍니다.

[앵커]
이 영화의 원작이 소설인데, 소설을 쓴 장강명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리고 기자로서 이 영화를 보신 거잖아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고 진짜 '댓글부대'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우선 이 영화의 초중반까지는 속도감이 꽤 높고 사실감이 높다고 느껴질 만큼 영화가 몰입감이 있습니다. 편집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인터넷과 현실의 장면들이 마치 스크롤을 넘기듯 빠르고 리듬감 있게 느껴지거든요.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에이 설마'가 '정말?'이라는 물음표로 바뀌고, 다시 '진짜!'와 같은 느낌표로 바뀌는 과정을 영화를 보면서도 경험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마지막에 와서 맥이 빠졌다는 점인데요, 감독의 의도가 '실체' 그 자체보다 여론이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영화의 마지막은 그저 얼버무렸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습니다.

[앵커]
그래도 초반부에는 공감하는 부분도 계셨을 거 같아요. 댓글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불특정 다수의 의견인데 언제 보느냐, 또 어떤 기사가 터지는 거에 따라서 되게 치우치는 경우도 있고, 특히 유명인들의 경우, 논란이 생기면 '그럴 줄 알았다.' 식의 악플이 달렸다가 논란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또다시 '나는 믿었다'류의 댓글이 달리잖아요.
진짜 이런 군중 심리,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 걸까요?

[기자]
우리가 요즘 인터넷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 특히나 댓글에 관련된 내용이 군중의 의견으로 믿어지거나 보이기 굉장히 쉬운 쉽거든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지 않는 행동이나 선택을 많이 하는데, 이를 동조 효과라도 부릅니다. 실제로 폴란드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가 홀로코스트 동안 일어난 집단적인 비이성적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선분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 내용을 제가 준비해왔는데요. 화면을 함께 보시면 지금 보시는 왼쪽 선은 오른쪽에 세 개의 선 중에서 무엇이랑 똑같을까요?

[앵커]
딱 봐도 C 아닌가요?

[기자]
맞아요. 당연히 답은 C입니다. 그런데 애쉬는 7명을 한 방에 모은 뒤 같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고용된 6명이 고의적으로 A와 같다고 답했고, 실제 실험 대상인 한 사람은 마지막으로 답을 해야 합니다. 이 경우 실험자는 뭐라고 답할까요?

[앵커]
저 같아도 한·두 명이 A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모두가 다 오답을 말하면 내가 착각했나? 좀 나를 의심하게 될 거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오답을 말한 사람이 전체의 75%, 앞에 사람을 따라서 A라고 답했고, 진짜 정답을 말한 사람은 25%였습니다. 대부분 내 판단이 잘못됐거나 시력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는데요. 지금 방송을 보면서 나는 휘둘리지 않고 답을 말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군중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고, 생존을 위해 군중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심리, 불안 의식 같은 것도 있거든요. 그래서 동조 효과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앵커]
사실 저도 그런 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거든요. 뭐 이렇게 다 같이 먹는데 나는 맛 없는데 다 맛있다고 그러면 맛있나 보다 이런 경우도 있고. 댓글이나 선동에 영향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것 역시 그리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맞습니다. 나는 악플이나 혐오 댓글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죠. 무의식중에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거 확인된 연구결과도 있지만, 설사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사실이라 해도 '댓글에 영향받는 사람'을 다른 부류로 나눔으로써 자신의 인식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나는 절대 속지 않았다, 영향받지 않았다' 이런 마음이 오히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내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면서 믿음이 강화되는 '확증편향'과 객관적 사실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동기화된 추론'까지 동시에 일어나기 쉽다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영화 속 '댓글부대'의 선동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미국의 '헛소리연구소' 운영자이자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대 심리학과 교수인 존 페트로첼리는 비판적 사고가 필수라고 강조하면서 5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질 것을 제안했는데요.

-충분한 근거 자료가 있는가
-편견이나 감정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가
-주장을 거스르는 증거를 검토했는가
-다양한 출처를 토대로 결론 내렸는가
-다른 사람을 설득할 만한 충분한 논거가 있는가
입니다.

이밖에 또 다른 방법은 '왜'를 묻기보다 '어떻게'를 물으면 좋다고 합니다. 왜라고 이유를 물을 땐 나름의 이론이나 논거를 대면서 말로 현혹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물어보면 논거보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해 얼버무리며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앵커]
우리 늘 군중 속에 살아가는데, '왜'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하면서 살아가야겠네요. 영화 '댓글부대'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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