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는데요.
의료 공백을 초래한 의료진이 환자 피해에 손해배상 책임을 진 사례가 있긴 하지만, 실제 배상을 받기까진 넘어야 할 관문이 많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집단 이탈하면서 곳곳에서 진료 차질에 따른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입원 환자 보호자 : 응급으로 왔다가 다른 데로 전원 갑니다. 입원실이 없대요.]
만약 수술이나 진료 적기를 놓쳐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병원이나 의사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실제 법원은 지난 2004년, 병원 권유로 '담췌관 조영술'을 받은 뒤 복통을 호소하다 사망한 환자 유족에게 병원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의약분업 사태로 전공의들이 파업 중이었던 상황을 지적하며,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병원 측이 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습니다.
지난 2007년엔 간암 환자가 병원 노조 파업으로 정해진 날짜에 수술받지 못해 병세가 나빠졌다며 병원에 손해 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천만 원 조정안을 제안해 양측이 수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판례에도 환자 개인이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피해를 온전히 인정받긴 만만치 않다는 게 법조계 의견입니다.
무엇보다 소송을 제기한 환자가 직접 '전공의 사직이 불법'이란 점을 입증해야 하고,
이 불법 행위와 환자의 건강 악화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결국, 누가 봐도 명백한 과실이 아니라면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겁니다.
[이동찬 / 의료법 전문 변호사 : 소송이 10건 이루어진다고 하면 그중에 일부, 1∼2건 경우에는 환자가 이길 가능성도 있겠지만, 대다수 경우에는 환자가 입증이 어려워서 이기기 어려울 겁니다.]
또, 손해배상 소송 특성상 환자 측이 승소한 판결 효력이 다른 사건에까지 미치지 않아,
매번 원점에서 판단을 구해야 한단 점도 환자에게 불리한 요소입니다.
이 밖에도 병원이 사전에 수술이나 진료 연기 가능성에 관해 환자 동의를 받았는지,
수술 동의서에 관련 면책 조항이 포함됐는지 등도 책임 소재를 가릴 세부 요소로 꼽힙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영상편집 : 강은지
그래픽 : 유영준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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