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볼까요?
[기자]
오늘은 캥거루와 함께 호주의 마스코트로 꼽히는 동물입니다. 코알라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앵커]
호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동물인데, 늘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만 봤던 거 같거든요? 근데 그 나무가 유칼립투스라는 나무라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코알라의 주식이 유칼립투스인 것은 많이들 아실 텐데요, 특히 이 코알라는 그중에서도 잎만 골라 먹습니다. 유칼립투스 잎은 코알라를 포함해서 몇몇 동물들만 먹을 수 있는데요, 잎에 독이 들어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도 먹을 수가 없습니다. 코알라가 아주 순하고 연약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유칼립투스 덕분이라고 알려졌는데요, 나무 위에서 천적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먹이 경쟁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앵커]
유칼립투스 잎 하면 굉장히 독특한 향이 나잖아요? 유칼립투스 잎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을까요?
[기자]
유칼립투스 잎에는 기름샘이 분포해 있는데요, 여기서 냄새가 강한 휘발성 물질이 다량으로 나옵니다. 이런 기름 성분은 이차 대사산물의 일종으로 보통 식물이 병해충이나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해 쓰는 방어물질에 일종입니다. 많이 먹을 경우에는 독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 보통의 동물들은 유칼립투스 잎을 먹지 않죠. 과거 호주 원주민들은 통증이 있거나 열이 나면 유칼립투스 잎을 으깨서 발랐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이 잎에 들어있는 성분은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코알라는 이 독성이 있는 유칼립투스 잎을 어떻게 주식으로 삼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이런 코알라의 독특한 식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코알라의 유전체를 분석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코알라에게는 낯선 화합물을 해독하는 특정 효소에 대한 유전자가 31개로 많았고요, 특히 대부분 간에서 높게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에 있는 여러 가지 이차 대사산물을 다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독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죠.
이런 유전자 때문에 코알라는 약효도 잘 듣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소염제나 항생제가 몸에 들어가면 이물로 인식해서 간에서 분해되는데, 코알라는 분해 속도가 너무 빠른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기준으로 투여량을 정하면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합니다.
또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을 먹기에 좋은 후각 유전자도 가지고 있습니다. 휘발성이 낮은 특정 화합물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유전자가 6개로 다른 동물보다 많은데요, 유칼립투스 잎을 먹기 전에 특유의 냄새 분자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코에 갖다 대고 잎의 상태가 어떤지, 먹을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앵커]
네, 정말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데 최적화된 동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 게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유칼립투스 잎은 섬유질이 많아서 질긴 편인데, 코알라는 강한 턱으로 잎을 씹어서 삼킬 수 있지만, 먹은 뒤에는 소화를 위해 휴식을 취하면서도 많은 에너지 소모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코알라는 소화기관이 발달했지만, 그에 반해 두뇌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코알라의 뇌는 19g 정도인데요, 포유동물 가운데 몸무게 대비 뇌의 무게가 가장 적게 나가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또 뇌가 두개골의 60%밖에 차지하지 않고, 대뇌피질의 주름이 거의 없어서 표면적도 작은 편인데요, 한정된 먹이만을 먹는 습관 때문에 뇌의 크기가 작아졌고, 반대로 특정 먹이를 소화하기 위해 소화기관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초식동물의 경우 소장이 미처 소화하지 못한 영양분을 맹장에서 분해하고 흡수하는 특징이 있는데, 코알라는 이 맹장의 길이가 무려 2m에 달해 음식물이 맹장에 최대 100시간까지 머문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코알라가 사람으로 보면 극단적인 편식을 하는 거잖아요. 평생 한 가지 잎만 먹고 산다는 게 영양분은 어떨까 싶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유칼립투스 잎은 수분은 풍부하지만, 영양분이 아주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섬유질이 많아서 소화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코알라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나무에 항상 매달려 잠만 자는 아주 정적인 동물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코알라가 전 세계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이 잔다는 통계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코알라는 하루 평균 20시간, 많게는 22시간까지 잠을 자는데요, 보통 수면 시간이 길다고 알려진 고양이가 하루 평균 16시간을 잔다고 하니까 수면량이 정말 많은 거죠. 그나마 코알라가 하루 2시간 정도 깨어있는 것이 먹이를 먹기 위한 것인데요, 주로 밤에 먹이활동을 하고 먹고 나면 잠을 자면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앵커]
코알라 인형 같은 거 보면 나무에 매달려서 자고 있길래 저는 인형만 그렇게 자고 있는 거구나 했는데, 유칼립투스 잎이 코알라의 먹이이기도 하지만 이걸 소화 시키기 위해 굉장히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렇게 잠을 잘 수밖에 없는 거네요. 그러면 나무를 떠날 틈이 없겠어요, 먹고 자느라.
[기자]
네, 코알라가 이렇게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 사는 이유는 또 있는데, 코알라는 땀샘이 없어서 더위에 아주 취약합니다. 그래서 무더위가 찾아오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한숨을 거칠게 내쉬거나 물에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호주 연구팀이 관찰해본 결과, 코알라는 나무를 통해 체온 유지에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날씨가 더우면 코알라는 온몸을 늘어뜨린 상태로 나무의 줄기나 가지에 딱 달라붙어 있는데요, 온도가 높아질수록 이렇게 나무에 붙어있는 빈도가 늘어나는데, 대신 좀 더 시원한 나무 아래쪽으로 위치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가끔 유칼립투스 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유칼립투스 나무는 표면 온도가 기온보다 1.4도에서 1.8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지만, 아카시아 나무와 같은 나무는 주변 온도보다 무려 5도나 낮기 때문이죠. 연구팀은 코알라가 체온의 많은 부분을 나무에 옮기는 방법으로 더위를 이기고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정말 유칼립투스 나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다,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더위에 취약하다 보니까 요즘 같은 기후 변화에 특히나 취약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호주에서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약 6개월 가까이 대형 산불이 이어졌는데요, 이 산불이 코알라에게는 치명타가 됐습니다. 호주코알라재단에 따르면 2018년 약 8만 마리로 집계됐던 코알라는 2021년, 약 5만8천 마리 정도로 불과 3년 만에 개체 수가 30% 가까이 줄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호주 대형 산불로 인해 코알라 6만 마리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이 늘면서 코알라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뿐만 아니라 생태도 큰 위협을 받고 있는데요, 아마 산불 현장에서 코알라가 구조대원에게 물을 받아먹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코알라는 원래 이렇게 물을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는 동물입니다. 유칼립투스 잎을 통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따로 물을 먹을 필요가 없었던 건데, 산불로 나무가 모두 타 버리니까 이렇게 사람이 주는 물을 받아마실 수밖에 없게 된 거죠.
그리고 앞서 말씀하신 대로 지구온난화가 심화하면서 유칼립투스 잎이 말라버리기도 하는데요, 촉촉하던 나뭇잎이 마치 고무처럼 딱딱해지면서 코알라가 수분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몇 년 전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이 코알라가 사는 지역에 급수대를 설치하고 지켜봤는데요, 100마리가 넘는 코알라가 찾아와서 물을 먹고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앵커]
지금 영상 계속 나갔는데 코알라가 산불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픈데요.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는 동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코알라도 사람에 의해 생태를 위협받고 있는 거 같습니다.
[기자]
네, 그래서 지난해에 호주 정부는 결국 코알라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에 서식하는 코알라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인데요, 이대로라면 코알라는 2050년쯤 멸종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입니다. 호주 정부는 코알라를 보호하기 위해서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고요, 서식지 보호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늘 행복해 보이기만 하던 코알라에게 이런 시련이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더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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