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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올여름 엘니뇨 온다…미리 알아보는 기상현상과 원인

2023년 05월 09일 16시 52분
■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기상청은 올해 여름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는데요. 태평양의 엘니뇨 라니냐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4월부터 급속히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엘니뇨는 무엇이며 엘니뇨가 발생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지난 3년간 라니냐 기간이었던 거로 알고 있는데요. 올여름에는 엘니뇨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원래 기상청은 올해 6~8월에 엘니뇨가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이보다 한 달 빠른 5월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보를 바꿨고요. 특히 9~10월에는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림은 세계 각국의 엘니뇨 예측결과표인데요. 이 중에서 굵은 검은색 실선으로 예측한 곳이 한국기상청입니다.

기상청은 4월부터 7월 사이에 엘니뇨가 시작해 7월에서 9월 사이에는 1.8도 정도 높은 강한 엘니뇨로 그리고 9월 이후에는 해수 온도가 2도 이상 높은 슈퍼엘니뇨로 발달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는데요. 올해 4월 13일에 미국 해양대기청은 엘니뇨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며 '엘니뇨 경보'를 발령하면서 엘니뇨 진입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진 5~7월에 나타날 확률이 62% 그리고 가을에 나타날 확률을 80~90%로 전망했고요. 4월 24일에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등 주요 기상 기구들이 발표한 올해 기상전망을 보면 6월 이후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니까 올여름에는 전 세계 모든 기관들이 엘니뇨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는 것이죠.

[앵커]
라니냐가 가니까 이제 엘니뇨가 오는 건데요. 두 가지가 항상 붙어 다니는 말인데 차이점은 뭘까요?

[인터뷰]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높은 현상을 엘니뇨라고 부릅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 따뜻한 바다 해류가 남미의 페루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흐르는데 어떤 해는 해류가 더 강해지면서 더 멀리 남쪽까지 흘러가 매우 따뜻해집니다. 따뜻한 해류로 저기압이 만들어지면서 해안선에 많은 비가 내리는데요. 이로 인해 페루와 에콰도르의 해안 농사는 풍년이 듭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예수님의 탄생일 이후 풍년의 기쁨이 오기 때문에 이 현상을 엘니뇨라고 불렀는데요. 엘니뇨는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입니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보고요. 그림을 보시면 엘니뇨가 강하게 나타났던 2015년 10월 미 해양대기청의 자료를 보시면 페루 앞바다에서 시작된 매우 붉은 색의 해수 온도가 높은 해역이 적도 상에서 서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라니냐는 페루 앞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주변보다 낮은 상태로 일정 기간 지속 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엘니뇨가 '남자아이'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미국의 한 연구자가 '여자아이'를 뜻하는 라니냐라고 부르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동태평양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하의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라니냐의 시작으로 봅니다. 두 현상 모두 지구기후의 열평형을 깨뜨리면서 각종 기후재난을 불러오는 공통점이 있는데 재난의 규모는 엘니뇨가 훨씬 더 큽니다.

[앵커]
아기 예수, 남자아이라는 뜻의 엘니뇨 그리고 여자아이라는 뜻의 라니냐 어원까지 처음 들은 거 같은데요. 신기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뭔가요?

[인터뷰]
그림을 보면서 설명 드릴께요. 첫 번째 그림은 올해 초까지 발생했던 라니냐 현상의 그림인데요. 파란색은 해수 온도가 낮은 부분을, 붉은색 부분은 해수 온도가 높은 지역을 나타냅니다. 그림처럼 무역풍이 페루 쪽에서 인도네시아 쪽으로 불었지요. 이렇게 되면 해수 온도가 낮은 페루 등 중남미 지역으로는 고기압이 만들어지고, 해수 온도가 높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쪽으로는 저기압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두 번째 그림처럼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대규모의 해류가 형성되면 해수 온도가 낮았던 남미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게 되는데요. 이때는 라니냐와 정반대의 기상현상인 엘니뇨가 발생합니다. 동남아나 호주에는 고기압 영향으로 극심한 가뭄이, 남미나 중미에는 저기압으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아주 극심한 기후재난이 발생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물이 증발하게 되고, 비구름이 많아지게 되는데요. 비구름이 많아지면 바다 대신 대기가 태양열을 흡수하면서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앵커]
어원은 아이들이지만 현상은 아이들만큼 좀 무해 하지 않고 굉장히 많은 피해를 일으키지 않나 싶은데요. 이 엘니뇨와 라니냐가 역사적으로는 얼마나 자주 발생할까요?

[인터뷰]
1951년부터 2022년까지 72년 동안 총 엘니뇨는 23번 발생했고 라니냐는 16번 발생했는데요. 그림을 보시면 붉은색은 엘니뇨 해였고 파란색은 라니냐 해로 높낮이를 나타내는 것은 해수 온도의 편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붉은색이 높게 올라간 해는 더 강한 엘니뇨가 발생한 해였고요. 파란색이 더 낮게 내려간 해는 강한 라니냐가 강하게 발생한 해로 보시면 됩니다. 가장 최근의 엘니뇨는 2018년과 2019년에 약하게 발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앵커]
1년에도 수차례 왔다 갔다 하면서 발생하는 거 같은데 기상청에서는 9월 이후에 슈퍼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는데 슈퍼엘니뇨라는 게 무엇이고 또 진짜로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예상되고 있나요?

[인터뷰]
슈퍼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상태를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말하는 현상입니다. 지금까지 '슈퍼엘니뇨' 현상이 나타났던 시기는 1950년대 이후에는 1982~1983년에 첫 번째, 1997~1998년에 두 번째, 2015~2016년 3번에 불과합니다. 미 해양대기청의 수석연구원 마이크 맥패든 박사는 "10~15년 주기로 슈퍼 엘니뇨가 찾아오기 때문에 2016년 바로 다음에 오는 엘니뇨가 슈퍼엘니뇨일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자연은 항상 우리가 모든 걸 다 안다고 자부하는 순간 헛발질을 하도록 하는 법이 있다. 슈퍼엘니뇨의 경우 지구 전체를 극심한 가뭄, 홍수, 폭염, 태풍 등으로 뒤집어놓기 때문에 어찌 됐든 예의주시하고, 대비태세를 갖춰놓아야만 한다"라고 말하는데요. 주기로 본다면 슈퍼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은 적지만 현재 세계의 바다는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될 만큼 매우 뜨거운 상태입니다.

미 해양대기청도 4월 초에 해수면 온도가 21.1℃를 돌파하면서 2016년 슈퍼엘니뇨 시기의 해수면 온도였던 21℃를 이미 경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이미 뜨거워진 바다는 급속히 슈퍼엘니뇨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지요.

[앵커]
어쨌든 많은 기상 기구의 예측처럼 늦봄, 초여름이 정도부터 엘니뇨가 시작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여름 중에 엘니뇨를 겪게 되는 건데요. 어떤 기상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인터뷰]
기상청은 엘니뇨가 일어나는 해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여름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은 남부지방 쪽이 하강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밝혔고요. 연세대 안순일 교수 외 연구에서는 엘니뇨 해의 여름철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낮았으며, 강수량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라고 주장 합니다. 이처럼 기온은 덥지 않고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종관 기압 배치상 적도 상공에 고온현상인 엘니뇨가 발생하게 되면 그 북쪽인 북서 태평양으로는 해수 온도가 낮아지면서 고기압이 발달하게 됩니다. 이 고압부는 동남아까지 확대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기보다는 동서로 뻗어 나가는 형태가 되기에 여름철 폭염이나 장마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고요.

또 열대 중 태평양 상에서 동아시아 지역으로 대기파동이 유발되면 우리나라 남부를 중심으로 저기압발달이 강화되고 비가 많이 내릴 수 있는 기압배치가 만들어진다는데 근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통계적 연구를 보면 기상현상과의 유의성이 크지 않고요. 또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케이웨더에서는 올여름에 기온은 평년보다 약간 높고 비는 많이 내릴 것으로 보고 있고요, 태풍 영향도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양한 예상이 있지만 어쨌든 예상을 뛰어넘는 날씨가 갈수록 자주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비를 철저히 해야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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