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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커피 찌꺼기 이용한 폐수 정화 나노복합필터 개발

2023년 01월 05일 16시 59분
■ 이민욱 / KIST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박사

[앵커]
커피 한 잔을 내릴 때 사용되는 커피콩의 단 0.2%만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되고, 나머지 99.8%의 찌꺼기는 버려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커피 폐기물의 양은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15만 톤에 달하는데요. 최근 이 커피 찌꺼기로 반도체 폐수를 식수 수준으로 정화할 수 있는 나노복합필터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커피 찌꺼기로 만든 나노복합필터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이민욱 박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저도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 하긴 하는데, 냉장고 탈취제로만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커피 찌꺼기로 중금속이 들어있는 폐수를 식수로 정화할 수 있다니 놀라운데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우리가 거의 매일 마시는 이 커피 가루를 자세히 살펴보면 표면에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있습니다. 흔히 다공성 구조라고 하는데 이 작은 구멍들이 있기에 실제 커피 입자의 표면적은 더 넓습니다. 그만큼 넓은 면적에서 물과 접촉하면서 물속의 오염물질들도 접촉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됩니다.

추가로 커피의 성분을 살펴보게 되면 카르복실기와 같은 음(-)전하를 띄고 있는 성분들이 있습니다. '마이너스'라는 뜻이지요. 반대로 물속에 녹아 있는 금속 이온들은 양(+)전하, 플러스를 띄고 있는데, 이 2개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같이 서로 잡아당기는 성질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커피의 구조와 성분을 이용해서 물속에 녹아 있는 중금속을 제거하는 필터 재료로 사용하였습니다.

[앵커]
이 커피 찌꺼기를 반도체 폐수로 정화시킨다고 들었는데요. 반도체 폐수가 무엇인가요?

[인터뷰]
최근 '반도체 대란'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휴대폰, TV뿐만 아니라 냉장고, 자동차까지 우리 주변에 보이는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이 반도체의 양이 엄청나게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많은 중금속과 유해한 용액들이 사용되고, 특히 구리와 같은 중금속은 인체에 아주 치명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폐수 배출 기준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폐수의 방류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물을 넣어 희석해서 배출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 농도가 10ppm이라면 물을 10배 집어넣어 1/10로 농도를 낮추는 방식인 겁니다. 이런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오염물질들이 함유된 폐액을 반도체 폐수라고 합니다.

[앵커]
스마트폰, TV 등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 때 반도체 폐수가 생긴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반도체 폐수 이외 다른 오염수는 정화 가능한가요?

[인터뷰]
중금속 폐수는 비단 반도체 공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금속광산, 제련소, 페인트, 매립지 등에서 다량 발생하고 이런 공장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농장이나 가정도 예외가 아닙니다.

또 구리뿐만 아니라 납, 카드뮴, 니켈 같은 다양한 금속들도 역시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량만으로도 뇌와 장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상수도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물에 녹아있는 이온 상태의 중금속들은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커피를 이용하면 일정 정도 이상의 흡착이 가능합니다. 기본적인 커피의 구조와 기능성을 보존한 채로 섬유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오폐수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커피 찌꺼기의 놀라운 재발견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에 개발한 나노복합필터는 폐수를 얼마나 정화할 수 있나요?

[인터뷰]
여기 보이는 커피 캡슐이 바로 저희 연구실에서 마시고 또 실험에 사용한 캡슐입니다. 살짝 열어보게 되면 커피 가루가 5g 정도 들어있는데, 이 정도 양을 필터로 만들게 되면 대략 4시간 정도 안에 10L가량의 폐수를 정화할 수 있습니다. 약 100 μM(마이크로몰) 농도의 구리 이온 용액에서 90% 정도를 제거하면 음용수 사용기준을 맞출 수 있습니다. 보통 성인이 하루에 마시는 물이 1L 정도 된다고 했을 때 10명 정도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양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적은 양으로 굉장히 많은 양의 물을 정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존 필터링 기술과 차별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기존의 폐수를 정화하는 방식은 대표적으로 이온수지결합법이나 흡착법 등이 있습니다. 말이 조금 어렵기는 한데요. 기본적으로 물 속에 녹아있는 소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입니다. 여기 저희가 실제로 만든 섬유 샘플을 가져왔는데요. 이 섬유 샘플을 보시게 되면은 생각보다 굉장히 유연하고 얇은 걸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사용되는 고분자, 플라스틱 섬유의 이 소재에 저희가 커피를 녹이거나 분사해서 일체화 시킨 복합형태입니다.

[앵커]
그게 나노복합필터라는 이름이잖아요? 나노 섬유에다가 커피의 성분을 함유를 시켰다라고 이해하면 되는 걸까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앵커]
혹시 이게 친환경적인게 중요한 성질이다 보니까 이걸 폐기하거나 하면 썩는지도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좋은 질문 주셨어요. 일단은 섬유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저희가 고분자 형태를 사용을 했고요. 고분자 형태는 폴리카프로락톤이라고 하는 생분해성 재료입니다. 땅에 묻게 되면 썩게 되는 재료가 되겠고 여기 들어간 성분도 역시 커피가 들어갔기 때문에 모두 자연유래, 자연 친화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용하기도 편리하고 사용 후 폐기할 때도 친환경적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는데요. 폐수처리에는 이런 필터링 외에도 오염물질을 걸러내거나 가라앉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기존에 폐수를 정화하는 방식은 대표적으로 이온교환수지법, 수산화물침전법, 흡착법 등이 있습니다. 말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속에 녹아있는 이온 상태의 오염물질을 어떤 원리로 잡아낼 것인가입니다.

먼저 이온교환수지법은 양(+)이온 필터소재와 똑같이 플러스(+)를 띄는 중금속이온을 서로 교환해서 물속에서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초순수 다시 말해 불순물이 거의 제거된 아주 깨끗한 물을 얻는데 주로 사용됩니다.

또 수산화물침전법은 금속이온들이 염기성 조건에서 석출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산성 용액에서는 금속이 용액 속에 녹을 수 있지만, 이 용액을 염기성으로 바꿔주면 금속이온들이 고체 형태로 석출이 되게 되고 걸러줄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흡착법은 활성탄 같은 흡착제 표면에 오염물질을 바로 붙이는 흡착 방법을 이용합니다. 간장을 담글 때 장독대 안에 이만한 숯 덩어리를 넣는 걸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저희가 이번에 개발한 필터소재는 커피 표면에 금속이온이 붙는 원리를 이용하는 점에서 흡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 소재가 섬유 형태로 되어 있기에 섬유 표면에서는 이온을 제거하는 동시에, 섬유 사이사이의 빈 공간에서는 마치 그물과 같이 입자 형태의 오염물질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 보통 수처리 공정에서는 부유물들을 먼저 걸러내고 점차 작은 부유물과 녹아있는 유기물이나 금속이온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각각에 맞는 크기의 거름망이나 필터가 필요하기에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폐수처리 방식에는 입자를 걸러내는 방식과 흡착하는 방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형태인데요. 이러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개발한 나노복합필터 기술로 인한 기대효과는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이 기술이 꼭 필요한 데는 3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물 부족 문제입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에티오피아, 남아공과 같이 물 부족국가에 속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몇 년 안에 사우디, 이집트가 속해있는 물 기근 국가가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뉴스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그만큼 많은 폐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IT가 발달하면서 전자제품은 더 많이 소비될 텐데 그 많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죠. 커피숍의 숫자는 편의점의 2배에 이르고, 한국인은 평균적으로도 매일 1잔씩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의 양도 엄청난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서 폐수를 정화하면 식수를 확보하는데 기여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폐기물로 폐수를 정화하는 정말 상승효과가 있는 재활용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물 부족을 막는데도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나노복합필터 기술 현재 상용화되었나요?

[인터뷰]
현재 상용화를 위해 계속 연구 중에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실험실 규모에서만 실험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규모를 늘려서 실제 공정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수많은 가정과 카페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수거 하고, 다양한 커피 종류에 상관없이 균일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엄청난 양의 폐수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안정적인 필터를 확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앵커]
계속해서 상용화를 위한 계획도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구리뿐만 아니라 반도체 폐수 안에 있는 유해물질들을 시험하고, 또 실제 폐수처리 공정에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저희 KIST가 수행하고 있는 소부장 과제 소재혁신선도사업 '반도체/전자산업 유해물질 제거용 반응형 나노복합필터 소재 기술 개발'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필터 소재, 공법과 함께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앵커]
빠르게 상용화가 되어서 식수 부족 문제에 해결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정화기술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 중에서도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 연구실에서는 커피 머신을 놓고 수시로 커피를 마시게 되는데 버려지는 커피 캡슐의 양이 상당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커피를 생산하고 마시는 것 뿐만이 아니라 버려지는 것을 우리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버려지는 폐기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주요한 관건이 되겠습니다.

[앵커]
역시 위대한 발견은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 계속 들어보니까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폐수를 친환경적인 커피 찌꺼기를 통해서 정화를 하고 나아가서는 이게 재사용되는 시스템까지 활용을 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커피의 멋진 선순환 저희도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KIST 구조용 복합 소재 연구센터 이민욱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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