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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부족한 나의 잘못인가?

2022년 12월 06일 17시 04분
■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자 본능인데요.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 정도가 과하다면 오히려 스스로를 해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대해서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인정을 받는다라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인데요. 왜 우리가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우선 '인정'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설명해주죠.

[인터뷰]
네, 우선 인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요. '남을 동정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인정'에 대해서 우리가 가진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인정을 이야기하기 전에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감정 중 유독 오래가는 감정이 있는데요. 바로 타인과의 관계로 인해 경험하는 '모멸감'입니다.

아마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로부터 모멸감을 경험해본 적이 있으실 건데요. 독일의 심리학자 프랑크 슈템러는 그의 저서 '모멸감, 끝낸다고 끝이 아닌 관계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멸의 경험은 인정을 향한 기대의 실망과 동등한 뜻이다." 인정이 오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토록 고통스럽다는 의미인데요.

[앵커]
그러니까 인정을 받지 못할 때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런데 '인정'을 항상 받을 수는 없잖아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많은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인정도 항상 받기 힘들고 인정이 오지 않는 상황도 다양합니다. 내가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쉬운데요. 흔히 가족 간에서도 특별히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 있죠. 일터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사람마다, 상황마다 인정받고 싶은 대상도 인정받고 싶은 모양도 참 다양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존중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자 본능이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많은 사람이 바라는 인정이 오지 않을 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자존감이 낮아서 인정을 바라는 것 같아", 또 다른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앵커]
조금 전에 인정에 대한 오해를 오늘 주제로 설명해주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오해가 있나요?

[인터뷰]
참 많은 오해가 있는데요. 대표적인 오해가 자존감과 관련된 생각입니다. 우리가 흔히 '스스로를 사랑하자, 내가 나를 인정하면 된다.'와 같은 사회 분위기가 과도하다 보니, 어느새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욕구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정욕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인데 말이죠.

[앵커]
듣고 보니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관련된 오해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앞의 질문에서 자존감이 낮을 때 그런 내가 인정을 바랄 때 더 고통스럽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와 연결되는 예시를 들어보면, 자존감이 높아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은 인정이 오지 않는 상황에도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이 여러 차례 관찰되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서 타인의 인정 따위는 필요가 없나 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존감 낮은 사람이 이렇게 해석한다면 마음은 더 고통스러워집니다.

여기서 합리적인 해석은 이렇습니다. 저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서 인정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인정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중요한 사람에게 인정받고 존중받는 경험이 필요한데요.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정받았던 경험은 내부에 저장됩니다. 그래서 과거에 인정받았던 경험이 축적되어있는 사람은 이후에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과거의 인정을 꺼내 쓸 수 있는 상태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죠.

[앵커]
그러니까 남들은 자존감이 높고 나는 그렇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게 흔히 범하는 오해라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우리가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한다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큰 몫을 했고 또 우리가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에도 익숙하지도 않습니다. 욕구는 감정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우리는 사실 부정적인 감정조차 다루기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은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고통으로 여겨지는데요. 그때 우리는 인정욕구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특정 성격과 결합해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이때부터 인정 욕구에 대한 왜곡이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누구에게나 "예스"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타인의 반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상대방이 좋아할 것 같은 반응만 골라 합니다. 자신의 욕구는 뒤로하는 것이죠. 그렇게 타인에게 맞추면 인정이 올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라는 인정이 오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땐 인정 욕구를 버릴 것이 아니라, 그런 자신의 행동 패턴을 점검해야 하는데요. 많은 경우,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 자체를 부정하게 됩니다. 근본적인 성격을 탐구하지 않고, 욕구 자체를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사실 회피하는 것이죠. 그래서 인정욕구는 더 오해를 받고, 채워지지도 않는 상태가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앵커]
그런데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이 되면 스스로가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헷갈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잘못된 인정 욕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인터뷰]
네, 인정욕구가 건강하게 해소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특성들을 살펴보면 이해가 쉬운데요. 다음의 여섯 가지 문항을 보시면서 나는 이럴 때가 있나? 한 번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내 안의 인정욕구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는 문항들인데요. 1번,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2번, 항상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고 싶다. 3번, 중요한 타인의 반응에 따라 감정에 기복이 생긴다. 4번, 힘들 땐 중요한 타인에게 기대서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한다. 5번, 나는 반드시 내가 하는 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6번,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앵커]
쭉 보니까 한 세 가지 정도 해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일상생활하시면서 방금 말씀드린 6가지를 꼭 떠올려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인정 욕구를 건강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회사의 예시를 들어볼게요. 어떤 사람은 10인분의 일을 해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성취에 민감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지쳐 번아웃을 맞이하게 되겠죠. 인정욕구가 과하다 보니 중독에 이르는 것인데요. 그럴 땐 인정 욕구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덜 강박적이면서도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 사람의 삶에서 성취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성취 이외에도 중요한 것이 생길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취 자체에 중독된 삶이 아니라, 성취하면서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챙길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요. 우리가 1인분의 일을 했다면, 반드시 쉬는 시간을 챙기는 것처럼 에너지를 관리하는 삶 말이죠.

[앵커]
인정 욕구가 중독될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게 다가오는데요. 인정 욕구가 왜곡된 사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인정 욕구가 왜곡된 장면 중에 SNS 사용하는 예시가 많은 분에게 와 닿을 것 같아요. 요즘같이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세대에게 SNS상에서의 존재감을 포함한 인정은 매우 중요한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SNS상에서 늘 멋짐을 확인받아야 안도합니다. 남들의 시선, 좋아요 이런 반응에 감정이 널뛰는 것이죠.

앞서 예시로 든 성취에 중독된 사람처럼 인정욕구가 과하다 보니 인정에 중독된 상태인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늘 멋진 사람이 있을 수는 없잖아요. 늘 멋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멋지지 않은 순간에도 자신의 가치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타인으로부터 멋지다고 인정받는 나 이외에도 나에게는 다양한 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는 겁니다.

[앵커]
오늘은 인정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저는 오늘 이야기가 어떤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젊은 층이 특히나 더 많이 공감하는 얘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 내가 바라는 인정이 남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한 길 사람 속은' 상담심리학자 이혜진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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