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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속은?] 의사소통에서 우리의 몸짓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2022년 10월 25일 17시 06분
■ 조연주 / 미디어심리학자

[앵커]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리고 바람직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을 잘해야 할 텐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의사소통에서 우리의 몸짓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가 의사소통을 할 때 말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그러니까 몸짓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가요?

[인터뷰]
네. 인간은 소통할 때 말과 행동을 함께 사용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의 93%가 비언어, 즉 몸짓으로 이루어지고 말은 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몸짓과 움직임, 표정, 행동, 서 있는 방식까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현재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말해주는 단서가 되는데요. 입으로는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그렇지 않습니다. 몸의 언어인 행동은 말보다 더 크게 말하고 진정한 마음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마음먹은 것은 자신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몸으로 하는 언어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깨닫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는 만큼 보이는 신체 언어, 비언어 의사소통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앵커]
의사소통에서 93%를 신체 언어가 차지하고 있다니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조금 전에 입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으로는 거짓말을 못 한다고 하셨잖아요. 우리 몸에서 거짓말하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심리학자이자 비언어 의사소통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폴 에크만은 "아무도 거짓말을 파악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거짓말이 성공한다."고 말했는데요. 거짓말을 파악할 수 있는 신체 언어는 다양하지만, 거짓말이 의심될 때는 상대방의 목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텐데요. 인간에게는 최소한의 '죄의식'이라는 것이 있어서 내 거짓말이 들키진 않을까 하는 불안과 함께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거나 상대방을 속일 때 우리의 몸은 이런 불편한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을 하는데요. 바로 목을 만지는 행동입니다.

보통 '천골'이라고 하는 쇄골 중앙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만지거나 가리는데요. 여성은 목을 만지거나 목걸이를 만지는 경우가 있고, 남성의 경우 넥타이 매듭을 바로 잡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대화 도중 상대방이 목을 만진다면 뭔가 불안한가?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앵커]
목에서 거짓말의 신호를 찾을 수 있다니까 참 흥미롭습니다. 목 말고 다른 곳도 있을까요?

[인터뷰]
네. 우선 팔은 생존을 높이는 도구입니다. 생존을 돕도록 설계되어서 원초적인 감정이나 의도가 드러나는 곳인데요. '떳떳하지 못할 때 팔은 뻣뻣해진다.' 이런 말도 있습니다. 속이기 쉬운 얼굴과 달리 팔은 생각하고 느끼고 의도한 것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곳이라서 믿을만한 비언어 단서를 제공합니다. 또 팔은 개인의 영역이나 권력을 표시하는 데도 이용됩니다.

예를 들면 비행기나 열차에서 팔걸이 공간을 더 차지하기 위해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신경전을 벌인다거나, 지배적 성향이 강한 남성의 경우 자신의 세력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의자 주위에 팔을 걸치기도 합니다. 팔을 펴서 다른 의자 위에 걸치는 것은 확신에 차 있고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쭉 뻗어 펼친 양팔은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비언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뇌의 변연계에서 비롯되고, 나는 확신에 차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앞으로 팔과 목을 잘 기억해야 될 거 같습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저도 그렇고 굉장히 손을 많이 사용하거든요. 손짓에 담긴 의미도 있을까요?

[인터뷰]
제가 두 분과 다른 채널의 앵커 분들이 뉴스 진행하시는 모습을 관찰해 봤는데요. 모두 손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만약 손을 데스크 밑에 숨기고 뉴스를 진행한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앵커]
약간 묶여 있는 거 같고 불편할 거 같아요.

[앵커]
뭔가 못 미덥다는 생각이 들 거 같습니다.

[인터뷰]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것은 우리의 몸이 부지중에 우리의 허락도 없이 신호를 보냅니다.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때 손이 보이면 신뢰감이 상승한다고 하는데요. 말하는 동안 손을 감추면 상대방이 의혹을 품게 됩니다. 배심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변호사의 손이 책상 뒤에 가려져 있을 때 배심원들이 싫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배심원들은 변호사의 손을 보고 그의 변론을 더욱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또 배심원들은 증인이 손을 숨기면 뭔가 진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부정적으로 인지했습니다. 이렇게 손이 보이지 않고, 손의 표현이 부족하면 전달되는 정보가 질이 낮아지고 정직성을 의심받게 될 수 있습니다.

[앵커]
대화할 때 제스처를 잘 쓴다면 훨씬 더 전달력을 높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대화할 때 말고도 사실 손으로도 인사도 많이 하잖아요. 인사에도 담긴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대표적으로 악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게 되면서 가볍게 주먹 부딪히기로 악수를 대신하는데요. 저는 사람들이 이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미를 알고 하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두 분도 그 인사를 해보셨다면 그 의미를 알고 계신가요?

[앵커]
반가워 이런 거 아닐까요?

[앵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코로나 시기에는 새롭게 생긴 거처럼 느끼고 있었거든요.

[인터뷰]
사실은 이 주먹 부딪히기는 연결 신호입니다. 상대와 흡족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서로 유대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신체 언어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연결이었습니다. 재택근무와 만남의 제한 때문에 한 공간에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유대감과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을 느끼는 것이 필요한 시기였죠. 실제로 우리는 삶의 중요한 순간에 말보다 신체 언어에 더 의지해야 할 때가 많은데요. 이것 또한 그런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앵커]
저는 그냥 코로나 때문에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주먹을 부딪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하나 알아가는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의사소통에서 목, 팔, 손 상체에서 보여지는 표현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신체 중에서 감정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곳 사실 얼굴이거든요. 얼굴은 어떻습니까? 아닐까요?

[인터뷰]
제가 신체 중에서 가장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얼굴이라고 대답을 하시는데요. 사실 이제는 문명화된 인간이 이제 표정을 숨기는 데 매우 능숙해졌습니다. 얼굴은 진실한 감정을 가장 자주 숨기고 속이는 신체의 한 부분입니다. 표정에서 진실한 감정을 읽기 어려운 이유는 어릴 때부터 마음과 상관없이 표정을 관리하도록 교육을 받기 때문인데요. 우리 사회는 사회적 진화를 위해 표정을 숨기고 속이고 관리 하라고 가르칩니다. 사람들이 능숙하게 표정을 관리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FBI는 진심을 파헤칠 때 얼굴보다 다리 움직임에 주목합니다. 다리는 우리의 신체 중에서 가장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사실 일상을 살다 보면 표정관리가 꼭 필요한 순간이 있기는 하잖아요. 그런 만큼 얼굴보다 거짓말을 보려면 다리에 주목해야 한다라는 말씀이 흥미로운데, 다리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어떤 감정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다리와 발은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예를 들면 두 분이 저의 얘기를 항상 잘 들어주시지만 다른 때보다 저의 이야기에 조금 더 흥미를 갖고 들어주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요. 바로 발의 방향이 저를 향하고 있을 때입니다. 상대방의 발이 나를 향하고 있다면 상대가 나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의 발이 나가는 문 쪽이나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면 내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발은 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기에 우리는 보통 자신의 발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발과 다리는 신체에서 가장 정직한 부분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이제 대화를 할 때 봐야 될 게 굉장히 많아질 거 같아요. 손도 봐야 되고, 목도 봐야 되고, 발의 방향까지 봐야 될 거 같은데요. 그런데 말과 신체 언어가 상충하는 경우에는 어떤 것들을 믿어야 할까요?

[인터뷰]
우리 사례로 쉽게 예를 들면 남성분들이 여자 친구나 아내가 말로는 화가 다 풀렸고 괜찮다고 하는데, 뭔가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상대가 아직 다 풀리지 않은 화를 신체로 표현하고 있어서 느끼는 것이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말로 하는 의사소통보다 신체 언어를 믿게 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말과 신체 언어가 일치하지 않을 땐 신체 언어를 믿으라고 말합니다. 신체 언어는 본능적인 것이고, 비언어적 신호들은 우리가 말을 하기 전에 의지했던 것입니다. 그런 본능과 직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서 나오는 경고에 관심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 몸짓이 말만큼, 혹은 말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우리 코너 이름처럼 사람 속을 한 길 정도 더 알아갔던 그런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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