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이언스

위로 가기

[과학의 달인] 물 부족 문제 해결 기대할 수 있는 '막증류법' 담수화 기술

2022년 09월 01일 16시 41분
■ 송경근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 어느 곳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세계적인 문제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을 위해 '막증류법 담수화' 기술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송경근 박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예, 안녕하십니까.

[앵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닷물 같은 수자원을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담수로 바꾸는 게 바로 담수화 기술이잖아요? 박사님께서 담수화 기술이 정확히 뭔지, 또 이번에 개발하신 기술은 어떤 건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따른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21년 세계기상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2050년이면 전 세계 50억 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담수의 양은 지구 상에 있는 물의 0.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전체의 96.5%를 차지하는 바닷물은 매우 풍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닷물로 담수를 생산하는 해수 담수화 기술은 이와 같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해수 담수화의 대표적인 기술인 역삼투법과 증발법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인 막증류법을 사용하여 하이브리드 담수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여기서 사용된 기술인 막증류법은 수증기만 통과하는 소수성 분리막을 사용하여 바닷물에서 수증기를 분리해 물을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것처럼 대표적인 담수화 기술인 역삼투법과 증발법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번에 개발하신 막증류법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인터뷰]
해수 담수화 공정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역삼투법은 염분과 이온성 물질이 투과되지 않는 반투막에 높은 압력을 가하여 해수를 통과시켜 담수를 생산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로, 증발법은 해수에 열을 가하여 물을 증발시켜 염분과 수증기를 분리하고 수증기를 응축시켜 담수를 얻는 방법입니다. 막증류법에 비해 역삼투법은 40~60bar의 높은 압력이 필요하며, 증발법은 70~120℃의 고온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이에 비해 막증류법은 대기압보다 낮은 0.2~0.8bar 이내의 압력과 50~60℃ 사이에서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어 비교적 에너지 소모가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역삼투법은 강한 압력으로 일종의 '짜내기'라고 생각을 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증발법은 뜨거운 온도로 물을 말리는 건데, 다른 방법보다 방금 말씀해주신 막증류법이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술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 그렇다면, 이 원리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일종의 증류로 보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바닷물을 증류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수증기를 응축시켜서 담수를 만들게 됩니다. 막증류 기술은 막을 이용하여 물이 끓는 온도인 100도 보다 낮은 온도에서 수증기를 발생시켜 증류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막증류 장치는 2개의 채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쪽에는 열에 의해 데워진 따뜻한 바닷물을 순환시키는 채널이고, 다른 한쪽은 차가운 물이 지나가는 채널이 있는데 이 사이에 막이 있습니다. 종이처럼 얇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수많은 구멍이 있어 기체 상태의 수증기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2개의 채널 사이의 온도 차로 생기는 증기압 차를 이용하는 건데요. 따뜻한 채널의 데워진 바닷물에서는 수증기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증기압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때 이렇게 높아진 증기압에 의해 수증기가 막을 투과하게 되고 투과한 수증기는 차가운 채널에서 다시 응축되어 담수가 만들어지는 방식입니다.

또한, 이 막이 염분과 함께 오염물질도 막아줘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죠. 특히 막증류에 사용하는 막은 일반적인 수처리에 사용하는 막과는 달리 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소수성이라고 하는데요. 물을 배제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이러한 특성이 없다면 염분이나 오염물질이 포함된 물이 같이 투과할 수 있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만들기가 어렵게 됩니다.

막증류법은 이온성 물질을 99.9% 이상 제거할 수 있으며, 회수율이 높기 때문에 농축수 배출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비교적 낮은 압력으로 구동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게 물을 생산할 수 있으며, 태양열, 수열, 폐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열원으로 사용이 가능하여 에너지 사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기술입니다.

[앵커]
막증류법이 두 개의 채널 사이의 온도차로 생기는 온도차를 이용한다고 해주셔서 열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열에너지가 왜 중요한지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막증류법은 기본적으로 열에너지를 사용하여 구동하기 때문에 열원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열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특히 규모가 커질수록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열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 에너지로부터 열을 얻기 위한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막증류는 50~60℃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구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태양열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특히 태양에너지는 무한히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로서 해수 담수화를 위한 열원으로 활용한다면 에너지 비용의 절감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여 탄소 중립에도 기여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도 이러한 연구의 일환으로 막증류에 태양열을 도입하여 원수의 온도를 올릴 수 있는 열원으로 사용하고자 하였습니다. 태양열을 이용한 막증류 시스템은 해수를 증발시키기 위해 필요한 열에너지를 태양열 집열기를 통해 획득한 열에너지를 사용함으로 기존의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열 구동 방식의 담수화 시스템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담수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번 기술을 개발하게 되셨나요?

[인터뷰]
그동안 주로 분리막을 이용한 수처리기술들을 연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필연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배출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수처리과정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활용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으며, 이를 실현하고자 이번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술에서 가장 큰 핵심은 2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재생 에너지인 태양에너지와 수열에너지를 사용하여 열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담수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파일럿 플랜트 운전을 통해 태양열과 수열 히트 펌프 사용에 따른 시스템 성능 향상과 경제성 비교를 통하여 본 기술의 우수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현장의 여건에 맞게 막증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하였습니다. 막증류법은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직접 접촉식 막증류 방식과 공기 간극형 막증류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에너지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는 고온의 원수와 저온의 처리수가 막 표면에 직접 접촉하여 물을 생산하는 방식인 직접 접촉식 막증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많은 양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으나 열 손실이 커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에너지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는 원수와 처리수가 직접 접촉하는 것보다 다소 담수생산량이 적어지더라도 공기에 의한 간극을 두어 열손실을 줄여 열사용을 효율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분리막과 수증기가 응축되는 응축면 사이에 공기의 간극을 유지하는 방식인 공기 간극형 막증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개발된 하이브리드 담수화 모듈은 현장의 담수 요구량과 에너지공급량 등 여건에 따라 최적 방식으로 담수를 생산하는 기술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제 친환경적인 담수화 기술인 건 알겠는데 가장 궁금한 게, 담수량이 얼마나 증대할 수 있느냐 이거거든요.

[인터뷰]
저희 연구팀은 파일럿 플랜트를 설치하여 장기간의 현장 테스트를 수행하였습니다. 태양열 에너지 유무와 수열 히트펌프 사용에 따른 시스템 성능과 경제성 평가를 통해 하이브리드 담수화 기술에 대한 이점을 확인하였습니다.

태양 에너지가 결합된 시스템에서는 기존의 수열 히트펌프를 이용한 막증류 방식에 비하여 생산량을 약 10% 이상까지 증가시킬 수 있었고, 에너지 사용량은 약 30% 이상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태양 에너지 유무에 따라 소비되는 열에너지의 양을 비교하였을 때, 막증류 플랜트 공정 효율이 17.5%까지 상승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효율까지 올라간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개발하신 해수 담수화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어떤 분야에서 어떤 형태로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개발된 하이브리드 담수화 기술은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해안지역과 도서 지역의 용수공급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연평균 일조시간이 한국에 비해 1.5배 이상인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막증류는 원수의 수질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하천의 오염 심화로 원수의 수질이 악화된 지역과 중금속 오염에 의한 문제가 발생되는 지역의 식수공급 방법으로도 적용이 가능합니다.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적 수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함으로써 안정적인 용수공급과 그에 따른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기술을 실용화시키기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국내에서 태양열을 이용하여 담수를 생산하는 첫걸음을 이제 막 떼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실용화를 위해서는 우선 고효율의 태양열 흡수체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태양열 흡수체는 말 그대로 태양열을 흡수하여 바닷물을 데우는 데 쓰이는 기술입니다.

이때 태양열 흡수체의 흡수효율이 매우 중요한데요. 얼마나 효율적으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열로 전환하느냐가 막증류의 효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현재 KIST 내의 광열 소재 연구팀과 함께 막증류에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고효율의 태양열 흡수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양 에너지를 막증류에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열에너지를 이송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여 기존 기술보다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현재 기후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막증류법 담수화 기술'이 깨끗한 수자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송경근 책임연구원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거의모든것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