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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보고서] 원인 불명 악성종양 ‘림프종’…증상과 치료법은?

2021년 06월 14일 16시 41분
■ 윤성수 /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앵커]
림프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인 림프종은 전체 암 가운데 10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한 해에 약 5,500명의 환자가 발생합니다. 방송인 허지웅 씨의 투병과 치료로 알려지게 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역시 림프종의 일종인데요.

림프종은 진행 속도가 빨라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조기 검진법이나 특별한 예방법이 없어서 의료계의 숙제로 남아있는 질환인데요.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주변에 가끔 '임파선이 부었다며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림프절’로도 불리는 임파선은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조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 암이 발생한다니 걱정스러운데요, 우선 림프종이 어떤 질환인지 알려주세요.

[인터뷰]
림프종은 목, 겨드랑이, 복부, 골반, 사타구니 등에 존재하는 림프절과 비장, 흉선, 편도 등을 통틀어서 림프 조직이라고 하는데요. 림프종은 이러한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림프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혈액을 구성하는 혈액 세포의 하나인 림프구가 악성 변화를 일으켜 발생합니다.

림프조직은 우리 몸 전체에 걸쳐 분포하기 때문에 림프종 역시 몸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액암 중 가장 흔한 암으로, 림프종은 모두 다 종양이므로 악성 림프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조직학적으로는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구분하며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세부 아형으로 나뉩니다.

[앵커]
신체 어디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라니 더욱 걱정되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림프종의 원인은 무엇이고,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요?

[인터뷰]
환자분들의 경우 대부분 림프절이 커진 것 때문에 혹이 만져져서 병원을 찾아오시는데요. 감염되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도 림프절이 부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감염이 조절되면서 커졌던 림프절이 다시 작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림프종은 커진 림프절이 호전되지 않고 점점 더 커지게 되는데요. 침범한 부위에 따라 다양한 다른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 림프종은 초기에는 통증 등의 특별한 증상이 없이 대부분 목,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에 무통성 덩어리가 만져져 조직 검사를 통해 진단되는데요. 하지만 6개월 동안 특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음에도, 10% 이상 체중이 감소하거나 특별한 원인 없이 38도 이상의 열이 계속될 경우, 잠잘 때 흠뻑 젖을 정도의 야간 발한 등의 증상이 있으면, 질병의 경과, 즉,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을 시사합니다.

림프종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일부 환자의 경우 면역억제나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면역 기능의 부조화가 암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에이즈 바이러스로 알려진 HIV 등 바이러스성 감염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드물게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요인을 갖고 있지 않은 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앵커]
초기에 특별한 증상도 없고 발생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군요. 림프종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인터뷰]
앞서 간단하게 말씀드린 대로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 호지킨 림프종은 전체 림프종의 10% 이하를 차지하는 드문 림프종으로, 비호지킨 림프종보다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실제 대부분 림프종은 비호지킨 림프종입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암세포의 기원이 어디냐에 따라 B세포, T세포, NK세포 신생물 등으로 나뉩니다.

그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악성 림프종의 약 40%를 차지하는 혈액암으로, 이 암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B 세포 림프구가 악성으로 전환돼 발생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통 환자들이 병원에 찾아가게 되면 어떤 방법으로 진단하시는지, 그리고 진단에 따라서 어떤 치료 방법들이 있는지도 자세하게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조직검사를 통해 림프종을 확진하면, 특수 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어떤 타입의 림프종인지 구분하게 됩니다. 또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CT, PET CT, 골수검사 등을 통해 1기부터 4기까지 병기를 나눕니다. 각각의 림프종은 예후나 치료방법, 치료에 대한 반응 등에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따라서 치료방법과 예후도 상당히 다릅니다. 호지킨 림프종은 비교적 예후가 좋습니다. 약 80% 의무진행생존율을 보입니다. 무진행생존률을 병이 진행하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완치의 다른 설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일반적으로 B세포 림프종이 T세포나 NK세포 림프종보다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방송인 허지웅 씨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경험이 방송에 소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각각의 림프종마다 임상 경과, 예후 및 치료 방법이 다르지만, 림프종의 기본적인 치료법은 항암 화학요법입니다. 기전이 다르므로 작용하는 양상과 부작용이 좀 다릅니다. 여러 항암제를 병용하는 요법이 주로 쓰이며 방사선치료는 특수치료이기 때문에 보조적인 요법으로 사용됩니다.

최근 악성질환 치료에서 가장 뚜렷한 발전을 보인 분야가 림프종 등 혈액암 치료입니다. 기존의 항암 화학요법이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해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에 비해 최근의 표적요법 치료제는 암세포에 주로 존재하는 표적만 공격합니다. B 림프구 림프종의 치료에 쓰이는 이브루티닙, 아칼라브루티닙, 베네토클락스 등이 대표적이죠.


[앵커]
희귀암으로 불리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의 경우에는 사실 사회적인 관심이 낮고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는데…. 어떤 치료법을 이들에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른 ‘공격형 림프종’ 진행이 빠르다고 할까요. 즉각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수개월 내 사망할 수 있는 위중한 질환입니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치료는 예후 인자와 병기 등에 따라 달라지나, 대부분 환자는 1차 표준 치료를 통해 부분 관해 이상의 반응을 획득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병이 재발하는 환자입니다.

대표적인 악성 림프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실제로 10~15%의 환자는 초치료에 불응하며, 환자의 20~25% 정도는 관해 후 재발을 경험합니다. 1차, 2차 치료에 불응하거나 관해 후 재발을 경험하는 환자는 연간 약 150명 내외로 매우 소수이지만, 예후가 불량하고 정립된 치료법이 없어 중앙 생존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재발하거나 불응하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은 생존 기간을 의미 있게 연장할 만한 효과적인 대체 치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재발성∙불응성 악성 림프종 환자들에게 1회 치료로 완치 가능성까지 확인한 혁신 신약인 CAR-T 치료제가 지난 3월 5일 국내 허가됐습니다. CAR-T 치료제의 허가로 기대 여명이 6개월이었던 재발성∙불응성 악성 림프종 환자들도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앵커]
병을 사실 예방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래도 이 림프종을 예방할 수 있는 조언에 대해서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정리해서 말씀해주시죠?

[인터뷰]
림프종은 질병 진행 속도가 빨라 즉각적인 치료를 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기 검진법이나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고 말씀드렸죠. 그렇지만 일반적인 빅데이터를 보면 바이러스 중에 몇 가지 에이즈를 포함해서,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간염바이러스 중에 일부 혹은 다른 바이러스 감염 등등 이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증거들이 있고요. 이런 바이러스 감염뿐 아니고 개인위생에 힘써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노력, 또한 체중이 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농업용 살충제나 방사선에 노출되었던 것들이 원인이 된다고 여겨지고 이런 것을 피할 경우 질병의 발생이 줄여진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환자분들 중에는 덩어리가 생겼는데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아서 늦게 오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실제로 통증이 있는 덩어리보다는 통증이 없이 나타나는 것들이 더 위험합니다. 이런 경우는 빨리 병원에 와서 검진을 받으셔야 하겠고, 체중감소 발열 혹은 발한, 땀이 나는 중상 등이 있으면 더욱 병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으니 빨리 병원에 오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앵커]
오늘 림프종에 관해서 설명을 들어봤는데 사실 설명을 들으면서도 아직도 현대의학이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원인도 모르고 예방법도 마땅치 않은 병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료계의 숙제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얼른 이루어져서 림프종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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