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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본색] ① 눈 오는 날이 더 따뜻한 이유

2019년 12월 12일 15시 56분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동은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이야기 먼저 나눠 볼까요?

[기자]
네, 겨울 되면 눈이 오길 기다리시는 분들 매우 많잖아요, 벌써 서울을 포함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첫눈이 내렸는데, 두 분은 뭐 눈을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앵커]
저는 사실 군대에 있을 때는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린다고 그러잖아요. 쉬는 시간도 없이 눈을 치워야 하거든요. 정말 싫었는데 또 시간이 좀 지났다고 해서 지금은 좀 기다려지고 그렇더라고요.

[앵커]
저도 사실 눈이 쓰레기 정도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은 좋아요. 이동은 기자는요?

[기자]
저도 상당히 현실적인 편입니다. 전 잘 넘어지는 편이라 눈이 오면 길이 얼잖아요.

그 걱정부터 해서 넘어지면 어떡하나 이 생각부터 하는 편인데 보통 우리가 눈 오는 날 보면 다른 날보다 좀 더 따뜻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앵커]
네, 맞아요. 눈이 많이 오는 날은 오히려 좀 기온이 춥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왜 그러는 걸까요?

[기자]
우선 뭐 다들 아시는 것처럼 원리를 좀 설명을 하자면 구름을 이루는 작은 물방울들이 온도가 낮아지면서 얼음으로 변하고요. 여기에 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덩치가 점점 커지다가 한계치를 넘으면 떨어지는 게 눈인데요.

이때 물방울이 얼기 위해서는 온도가 낮아져야 합니다. 그러면 열을 밖으로 배출해야겠죠. 그래서 이 수증기나 물이 눈으로 변하면서 그 자체는 차가워지게 되고요.

얼면서 소모되는 열에너지 때문에 이 주변 온도가 올라가는 겁니다. 보통 1g의 눈이 만들어질 때 8kcal 정도의 열에너지가 발생한다고 하니까, 눈이 오는 날 기온이 더 올라가게 되는 건 어떻게 보면 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겠죠.

거기다가 우리가 흔히 '함박눈'이라고 하는 눈송이가 큰 눈이 내릴 때는 날씨가 더 따뜻해지는데요. 눈송이가 크면 그만큼 어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배출하는 열에너지도 많아지게 되는 겁니다.

[앵커]
네. 함박눈처럼 눈이 펑펑 내릴 때 포근하다는 말을 많이들 하잖아요. 그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진짜 과학 원리가 있는 거였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정확한 원리를 이야기하자면 에너지 보존 법칙 때문입니다. 이미 과학 시간에 아마 배운 기억이 나실 겁니다.

에너지가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고 전기라든가 빛이라든가 이런 식으로 형태를 바꿔가면서 총량은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런 법칙인데, 우리가 겨울에 손이 시리면 이렇게 마구 비벼서 열을 내잖아요,

이게 대표적인 에너지 보존 법칙의 응용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마찰에 의한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이렇게 따뜻하게 열을 내는 건데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물이 눈으로 변할 때 에너지가 없어지지 않고 열에너지로 배출되면서 주변 온도를 높이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죠.

이걸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에스키모인들의 이글루입니다. 눈이 녹았다가 어는 과정에서 열이 방출되는 이 원리를 이용해서 이걸로 수시로 물을 뿌린 뒤에 이때 발생하는 열로 내부에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거죠.

[앵커]
아, 그럼 따뜻한 날에 눈이 오는 게 아니라 눈이 와서 따뜻해졌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또, 그렇게 보기에는 사실은 둘 다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기후적인 조건을 보면 사실 덜 추운 날 눈이 오는 것도 맞다고 봐야 되는데요. 눈은 비와 마찬가지로 저기압일 때 발생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겨울 같은 경우에 시베리아 고기압에 위치할 때 더 춥게 되는데, 이렇게 대륙성 고기압이 영향을 주게 되면 건조하고 날씨가 맑은 날이 되는 거죠. 그렇지만 이 저기압이 위치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아지고 날이 흐리게 됩니다. 보통 고기압과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번갈아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데, 주로 이 남서쪽이나 서쪽에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 눈이 오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대륙성 차가운 고기압에 영향을 받을 때보다는 좀 기온이 덜 추울 수 밖에 없는 거죠.

[앵커]
네. 그러니까 저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할 때 눈이 내리기도 하는 거고 또 눈이 만들어질 때 나오는 에너지 덕분에 기온이 더 따뜻해지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원인 때문에 기온이 따뜻해지고 눈이 오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을 수 있는데요. 복사냉각이라는 게 또 영향을 또 줍니다.

복사냉각이라는 건 쉽게 말해서 대기와 지표면이 냉각되는 어는 현상인데요, 눈이 내리면 보통 구름이 많잖아요. 그러면 이 구름이 이불처럼 대기권을 덮어주기 때문에 지표면에 있던 열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그 안에 열이 머물게 되는 건데요.

하지만 맑은 날에는 이런 방어막이 없어서 지표면이 내뿜는 열이 그대로 대기권 밖으로 다 사라져 버리면서 기온은 더 떨어지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눈이 오는 이런 흐린 날 더 따뜻하다 이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거겠죠.

[앵커]
구름이 덮어주니까요. 네 아직 올겨울에 눈이 많이 오진 않았잖아요. 앞으로 계속 온다면 기온이 어떻게 좀 따뜻해지는 건지 좀 따뜻해지는 건지 좀 체험해보면서 과학적 원리를 한 번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동은[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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