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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들의 연구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만난다…KIST

2023년 10월 25일 11시 19분
■ 임화섭 / KIST 인공지능연구단장

[앵커]
국가가 지원하는 우리나라 대표 출연 연구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를 방문해보겠습니다.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일상생활에서 가까이 만나볼 수 있죠.

최근에는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인공지능 로봇을 구현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어떤 기술인지 임화섭 단장 모시고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연구하고 계신 인공지능 로봇 기술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디지털 휴먼을 결합한 형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메타휴머노이드'라고요? 먼저 어떤 기술인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이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메타휴머노이드는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 디지털 휴먼과 합쳐서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로봇 기술인데요. 간단히 말하면, 확장 현실(XR) 기술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디지털 인간의 모습을 입히는 거죠. 그러면 우리가 XR 글래스를 착용하고 로봇을 볼 때, 로봇이 실제 사람처럼 보여서 사람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로봇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는 기술입니다.

[앵커]
휴머노이드 로봇 하면 사람과 가장 닮은 형태인데, 이렇게 완성도 높게 만든다기 보단 디지털 휴먼을 접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흔히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사람을 닮은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외형과 표정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로봇처럼 보이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고요. 테슬라의 옵티머스 같은 로봇은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금속재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엔지니어드아트의 '아메카'는 사람의 표정은 자연스럽게 따라 하면서도 얼굴색이 회색으로 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디자인하는 이유는 로봇의 얼굴이 실제 사람의 얼굴과 너무 비슷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느껴지는 '불쾌한 골짜기'라는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기술적으로 사람과 같은 외형이나 표정을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에 디지털 휴먼을 증강시키면 이런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넘어서면서도 실제 사람처럼 느끼고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앵커]
한마디로 현명한 방법을 찾으셨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메타휴머노이드 로봇은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나요?

[인터뷰]
메타휴머노이드 로봇의 장점은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의 구조나 외형을 변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요. 디지털 휴먼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요구나 개인의 취향, 심지어 현재의 유행을 반영한 외형을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동일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감성적인 인터랙션을 가능하게 해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쉽게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사용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외형을 바꿀 수 있는 건데요, 활용 분야도 크게 넓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기대하시나요?

[인터뷰]
네. 휴머노이드 로봇의 외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활용 분야를 크게 넓혀주는데요.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가족이나 친구를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면서 함께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요.

또한, 장애가 있거나 다양한 사정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사람들도 이 기술을 통해 자신의 모습으로 사회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유사하게 실제 일본에서 운영하는 로봇 카페 같은 경우에도 모두 동일한 로봇 대신 사용자의 디지털 휴먼이 증강된 로봇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손님들은 로봇이 아닌 실제 사람처럼 대할 수 있어 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업적 환경에서도 이 기술의 장점은 많은데요. 예를 들어, 매장에서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로봇의 외형을 쉽게 변경할 수 있다면 손님들에게 더 친근하고 개인화된 경험으로 매장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여러 장점이 있다 보니깐 세계 여러 곳곳에서도 메타휴머노이드 기술을 연구하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현재 메타휴머노이드라 연구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로 제가 알기로는 저희 연구팀 이외에 국내에는 관련 연구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디지털 휴먼 기술,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의 협업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현재에도 이 연구도 KIST 인공지능연구단과 지능로봇연구단, 그리고 건국대가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2020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행로봇에 디지털 휴먼를 증강시킨 연구가 있었고요. 2007년 일본에서 개발한 버추얼 휴머노이드라는 이름으로 실제 보행은 불가능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에 디지털 휴먼을 AR 글래스로 증강했던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상당히 앞서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전 세계적으로 메타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성은 어떤가요?

[인터뷰]
메타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성은 매우 초기 단계에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과 디지털 휴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현재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디지털 휴먼 기술은 이미 많이 성숙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기술 융합된다면 교육, 의료,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업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로서의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잠재력은 무척 크지만 상용화가 먼저 되야 할 텐데요, 그렇다면 이 분야 연구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요, 특히 디지털 휴먼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연스러운 정합이 가장 큰 연구 주제입니다. 디지털 휴먼은 실제 사람과 같은 수준의 동작을 보여주는데 반해 휴머노이드 로봇은 30여 개 수준의 관절을 사용하여 다소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봇의 구동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로봇에 증강된 디지털 휴먼이 사람처럼 동작하는 것을 재현해야 하니까요.

또한, 디지털 휴먼이 로봇에 증강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신체 형태의 차이로 인한 정합 오차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XR 글래스를 통해 보았을 때, 디지털 휴먼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중첩 현상을 자연스럽게 제거하는 기술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기술 개발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은 사람을 닮은 로봇에 증강현실 기술을 더한 메타 휴머노이드에 대해 들어봤는데요. 로봇과 사람이 일상을 함께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키스트 임화섭 인공지능연구단장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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