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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다정함이 이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또 다른 내가 있을까? '다중우주론'

2023년 10월 27일 16시 05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레드카펫'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기자]
'사이언스 레드카펫' 양훼영 입니다. 오늘 만나 볼 작품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입니다. 지난해 개봉한 이 영화,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아카데미시상식까지 휩쓸었죠. 개봉 1년을 맞아 최근 재개봉돼 극장에서 상영 중인데요, 키워드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대혼돈의 멀티버스'입니다. 마블의 영화 제목으로 쓰였던 키워드였지만, 사실 이 영화에 조금 더 어울리는 키워드입니다. 영화는 멀티버스 속 다양한 인생을 정신없이 보여주면서 웃음 짓게 하지만, 그 안에서 묵직한 감동을 줘 어느 새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미국으로 이민와 세탁소를 운영하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잘못된 경비 처리로 압류 위기에 놓인 에블린.

[장난치지 마! 시간이 없어]
[이건 다른 건데 얘기 좀 해도 돼?]
[듣고 있어, 말해]

[기자]
복잡한 영수증 처리에 골치 아픈 에블린과 달리 남편 웨이먼드는 딴생각 중인데요.

[이혼신청서]
[웨이먼드 왕은 이혼을 청구합니다]

[기자]
국세청을 찾은 그들은 세무조사에 나서게 되는데, 갑자기 웨이먼드는 180도 다른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뭐 하는 거야?]
[당신 지금 위험해]
[설명할 시간 없어]
[들고 있어]

[기자]
무슨 소리인지,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난 다른 우주에 있는 또 다른 웨이먼드야]
[당신 도움이 필요해서 왔어.]

[기자]
현실 속 에블린과 달리 알파 우주 속 에블린은 뛰어난 여성이었다고 하는데요.

[알파 버스에선 젊은이들에게 버스 점프를 훈련시켰어]
[당신은 그 아이의 잠재력을 보고 한계를 넘도록 몰아세웠어.]

[기자]
이렇게 탄생하게 된 악당 '조부 투파키'가 모든 우주의 위협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애의 정신은 모든 우주와]
[모든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어.]
[다중 우주의 무한한 힘과 지식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너무 많은 걸 봐서]
[객관적 진리에 대한 믿음과 도덕관념을 잃고 말았지]

[기자]
다중우주의 존재를 알게 된 에블린은 자신의 딸 조이 안에 조부 투파키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요.

[조이?]
[꼴이 왜 그러니?]
[꼭 내가 널 뚫고 가야겠어?]

[기자]
최악의, 최악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에블린이 조이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원래 주인공은 성룡이었습니다. 그리고 양자경은 성룡의 부인 역으로 캐스팅하려고 했었다고 하죠. 하지만 성룡 캐스팅이 불발되면서 두 감독은 양자경을 주인공으로 바꿔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할리우드 진출 20년 만에 단독 주연을 맡은 양자경은 유감없이 본인의 연기 내공을 모두 쏟아냈고,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웨이몬드 역의 키 호이 콴의 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데요. 1984년 영화 '인디아나 존스 2'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아역배우였지만, 영화 조감독, 무술 감독 등의 일을 하며 배우의 삶에서 한동안 멀어졌었는데요. 호이 콴은 이번 영화로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다시 복귀했고, 단번에 아카데미 남우조연 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그리고 여우주연상과 남녀조연상까지 무려 7관왕에 올랐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무엇일까요? 다음 키워드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미친 상상력'입니다. 이른바 B급영화의 매력이 영화 곳곳에서 묻어나는데요.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정신 없는 영화지만, 두 명의 다니엘 감독은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적인 영화로 완성시켰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이자 웃음 포인트는 바로 황당한 버스 점프, 립밤을 먹거나 4번 연속 종이에 손 베이기, 난데없는 사랑 고백까지 개연성 없이, 가장 황당하고 기괴하게 행동해야 다중 우주 어딘가에 있는 또 다른 나로 '버스 점프'를 할 수 있는데요.

[다른 우주의 존재를 증명하는 연구 중에]
[그곳의 또 다른 자신과 일시적으로 연결해서]
[기억, 기술, 감정까지 공유하는 방법을 찾아냈지]
[허리 가방 휘두르던 당신처럼?]
[맞아 '버스 점프'라고 해]

[기자]
설정 자체도 코미디에 적합 한데다가 촬영 방법까지도 이 영화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립니다. 에블린이 처음 멀티버스를 경험하는 이 장면도
감독이 직접 찍은 뉴욕의 거리장면 빨리 돌리고, 배우가 슬로우 모션으로 연기해 완성한 겁니다. 저예산 독립영화인 덕분에 아이디어로 무장한
두 감독은 B급 영화만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는데요. 개봉 이후 쏟아지는 호평에 다니엘스는 오히려 난처하다며 당황해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우리만 이 웃긴 비디오를 아무도 안 볼 줄 알고 공유했는데, 바이럴이 돼 갑자기 모두가 보는 상황 같다"고 말하면서 너무 기대하지 말고 영화를 봐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인터뷰: 다니엘 콴 / 영화감독]
우리가 다중 우주를 파헤치기 시작했을 때, 이야기적으로든 영화적으로든 다중 우주라는 개념을 탐험하기에 너무나 터무니없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았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순간,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도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스스로에게 '우리가 다중 우주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앵커]
다중우주에 대한 재미있는 상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양훼영 기자와 함께 영화 속 과학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다중우주, 멀티버스라는 개념이 언젠가부터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다중 우주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상상력을 많이 자극하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다중 우주란 개념 자체 먼저 살펴보고 상상력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 살펴봐야 할 거 같은데요. 다중 우주와 관련해서 이미 '별소리 다 듣겠네'에서 다룬 적이 있었어요. 미국의 이론 천문학자인 맥스 테그마크 교수가 다중우주를 4단계로 나눴고 이 4단계에 대한 내용을 설명을 그 당시 영상으로 설명했는데, 저도 짧게 다시 살펴볼게요. 1레벨의 평행우주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범위 밖의 우주, 그러니까 기다리면 볼 수 있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만들어지는 팽창 되는 우주를 평행우주라고 본다면 1레벨의 평행우주예요. 이거는 단순히 관측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기다리면 되는 우주입니다. 2레벨 평행우주는 기본 상수가 조금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우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건데, 영화 '에브링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보신 분들이라면, 두 개의 돌멩이가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돌멩이가 나오는 우주가 어떻게 보면 2레벨 평행우주, 그러니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변수가 달라졌더니 사람이 아닌 돌이 됐더라. 이런 느낌의 평행우주가 있을 수 있고요. 3레벨 평행우주는 양자역학에서 나온 개념인데, 영화가 그린 다중 우주, 멀티버스가 바로 여기에 해당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관찰되기 전까지는 확률로만 가능성을 알 수 있고 관찰이 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은 모두 한 번에 사라지게 되는 것을 양자역학이라고 알고 있잖아요? 매 순간 선택을 통해 우주가 끊임없이 나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평행우주는 완전히 달라져 다른 평행우주에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 에블린이 수많은 선택에 순간 선택을 하고, 그때마다 삶이 갈라지고 우주가 갈라지면서 다양한 삶을 사는 에블린이 많은 우주에 존재하는 거처럼 나오는데요. 사실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없지만, 각각의 선택에 의해서 여러 가지 우주로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것을 다중 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만약에 다중 우주가 있다면 지금 또 다른 저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한데요. 다중 우주가 정말 존재할 수 있을까요?

[기자]
개념적으로는 정의 내릴 수 있지만, 3레벨 평행우주이자 다중 우주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관찰 불가능성입니다. 과학이라는 개념에서는 관측이 되거나 실존의 값들이 존재해야지만 우리가 과학과 이론으로 판명이 나는데, 다중 우주는 그게 불가능한 거죠. 예를 들어서 부산을 갈 때 기차를 타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면 결정 직전까지는 각각의 선택에 따른 여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그러니까 기차를 타겠다고 결정하면, 다른 선택에 따른 우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게 되니까 볼 수 없게 되죠. 그런데 만약에 평행우주로 갈라져서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지금 나는 실존을 기차로 선택한 나로 남아있기 때문에 다른 우주는 만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우주가 있는 한, 또 다른 선택을 한 다중 우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존재를 검증할 수가 없게 됩니다.

[앵커]
지금 이게 말씀하신 것도 관찰할 수 없고, 검증도 할 수 없는 개념을 과학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현재 과학계 안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논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중우주론이 비과학이다, 종교 일종으로 사람들이 믿고 있는 거다, 앞서 다중우주를 4단계로 나눴던 맥스 테그마크 교수의 책에는 다중우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고 실험이 하나 나오는데요. 사고 설명을 설명 드릴께요. 제가 매주 로또를 삽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1등, 그리고 다음 주에도 1등, 이렇게 매주 1년 내내 1등에 당첨될 확률이 어느 정도일까요?

[앵커]
수학적으로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사실상 불가능 0에 가깝잖아요?

[기자]
사실상 불가능한 게 맞지만, 소수점으로 봤을 때 어쨌든 마지막 숫자가 하나 찍히겠죠. 그렇다면 다중 우주 어딘가에는 매주 로또 1등에 당첨된 내가 존재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확률로 완벽한 0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주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이기 때문에 나올 때까지 확률을 돌리다 보면 무조건 매주 로또에 당첨되는 내가 어딘가에 우주에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보는 거죠. 이런 사고 실험을 해봤을 때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게 증명된다는 건데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문제는 그 우주를 절대로 만날 수 없고, 관측할 수도 없어서 존재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아직 과학적이다, 비과학적이다 이렇게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모든 것이 어디에선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저는 한 번도 된 적은 없지만 어딘가에 있는 제가 당첨됐을 거라고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이 영화 영화관에서 꼭 보고 싶었는데요. 지금 다시 재개봉을 했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 못 보신 분들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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