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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레이저로 순식간에 인공 뼈 합성 기술 개발

2022년 12월 15일 16시 56분
■ 전호정 / 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센터장

[앵커]
레이저를 이용해 인간의 뼈와 흡사한 성분을 만드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는데요. 크기와 성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어 인공 뼈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이 신기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신 분을 모시고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센터 전호정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센터장님께서 직접 개발하신 인공 뼈를 만드는 기술, 어떤 기술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인공 뼈를 만드는 기술을 알려드리기 전에 인공 뼈에 대해 알려드려야 할 거 같은데요. 인공 뼈는 쉽게 생각하면 치과에서 사용하는 임플란트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천적인 이유이건, 노화에 의해서건 치아가 소실되는 경우에 우리는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이식해서 상실된 치아를 대신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잇몸뼈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너무 부족한 경우에는 임플란트가 잇몸뼈에 제대로 고정될 수가 없어서, 잇몸의 빈자리에 본인의 뼈 혹은 인공 뼈를 넣어주어 그 자리에 뼈가 자랄 수 있도록 하고 뼈가 자란 이후에 임플란트를 이식하는 치료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이때 환자 본인 몸의 다른 부위의 뼈를 이식할 수도 있고, 동물로부터 만들어진 뼈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만든 뼈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레이저를 이용하여 인공 뼈를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입니다. 용액 안에 칼슘과 인산을 넣어주고 레이저로 쏴주어서 인공 뼈가 합성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입니다.

[앵커]
인공 뼈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면 의료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레이저로 뼈와 흡사한 성분을 만드는 것이 어떤 원리로 가능한가요?

[인터뷰]
뼈와 흡사한 성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용액 속에 칼슘과 인산이 들어있고 그것들이 결합할 때 뼈의 기본 성분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가 되는 것입니다.

레이저는 용액 속에 들어있는 금속판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요. 저희가 사용한 레이저는 '나노 초레이저'라고 해서 10의 –9제곱 초 동안 레이저 펄스가 나옵니다.

그러면 그 짧은 시간 동안 금속판 표면의 온도가 1,000℃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고, 이것이 칼슘과 인산이 결합하는데 부스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 공정을 사용하면 합성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스트론튬, 아연과 같은 인체 내에서 좋은 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금속이온을 첨가한 인공 뼈 분말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앵커]
뼈 재료를 넣고 레이저를 쪼이면 인공 뼈가 만들어진다니까 마법같이 느껴지는데요. 그렇다면 인공 뼈 분말에 금속이온을 첨가한다는 게 어떤 기술인지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인공 뼈 분말이라고 하면 보통 하이드록시 아파타이트를 말하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칼슘과 인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칼슘이 들어갈 자리 일부를 마그네슘과 같은 금속이온이 대체하여 들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금속이온을 첨가해주는 이유는 이러한 금속 이온들이 혈관재생, 뼈 재생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세균을 죽이는 항균 기능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가장 궁금한 거는 실제 뼈의 성분을 대체해서 인공 뼈를 만들어내는 거다 보니까 이렇게 만들어낸 인공 뼈, 실제 뼈와 얼마나 유사한지가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우리 뼈를 아주 작게 쪼개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성분을 살펴보면 하이드록시 아파타이트와 콜라젠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즉, 뼈와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없지만, 뼈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단단한 세라믹 소재이고요. 분말 형태로 만들 수도 있고 실제 뼈 형태로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저희 기술로 개발한 인공 뼈는 그 자체로써 뼈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뼈가 없는 곳에 넣어주었을 때 그 자리에 사람의 뼈가 재생되는 것을 돕고 녹아서 없어지게 합니다. 우리 부모님한테서 물려받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니까요.

[앵커]
그렇다면 뼈가 없는 곳에 넣어주었을 때 그 자리에 원래 뼈가 재생되는 것을 돕는다라고 말씀해주셨잖아요. 그런데 인공뼈라고 생각해보면 뼈를 만들어서 팔이나 다리 같은 것을 대체하는 그런 상상이 먼저 되는데, 이런 것도 혹시 가능한 건가요?

[인터뷰]
이 인공 뼈 소재 자체는 강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뼈 전체를 대체하기는 좀 어렵고요. 대신에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골절되거나 파손된 부위의 재생 치료에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인공 뼈가 뼈를 대체하기보다는 기존의 뼈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습니다. 기존에는 비슷한 기술 없었나요?

[인터뷰]
인공 뼈를 합성하고 이를 응용하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연구되어왔습니다. 특히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이미 상용화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속 이온이 첨가된 인공 뼈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재를 만든 것은 아니고요. 이미 알려진 소재를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린 것입니다.

기존에 합성하는 방법인 침전법이나 수열합성법으로는 용액 온도를 최대 200도 정도로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기술은 말씀드렸던 것처럼 용액 안에 담든 금속의 표면 온도를 1,000도 이상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보지 못했던 현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합성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고, 분말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금속 이온을 다량으로 치환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기존 기술에서 진일보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번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인공 뼈 분말은 현재 치과나 정형외과 분야에서 골대 체제로 주로 쓰이고 있고, 치약이나 화장품에도 사용됩니다. 그리고 인공 뼈는 치과, 정형외과 임플란트와 같이 몸속에서 뼈와 결합하여야 하는 의료기기의 표면에 코팅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레이저를 이용하는 기술은 인공 뼈 분말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플란트 표면에 아주 강한 인공 뼈 코팅층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레이저로 임플란트 표면을 1~2μm(마이크로 미터) 정도로 얇게 녹이고 그 녹은 층 안에 인공 뼈가 형성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잇몸에 이식하고 나서도 인공 뼈 코팅층이 떨어져 나갈 걱정이 없는 임플란트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앵커]
정말 치아 걱정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소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재 상용화되고 있나요?

[인터뷰]
방금 말씀드렸던 코팅과 관련하여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치과, 정형외과 임플란트는 주로 금속 소재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이 금속이 뼈와 잘 붙게 하려고 인공 뼈를 코팅한 제품들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코팅 공정을 사용하면 코팅층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 우수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많이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코팅층이 떨어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 임플란트 제조 회사인 "오스테오바이오닉스(주)"에 기술 이전하여 내년에 제품 출시를 목표로 상용화 공정 설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속이온을 치환한 인공 뼈 분말은 아직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말미에 말씀하신 것처럼 금속이온을 치환한 인공 뼈 분말은 시장에서 보기가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이유가 뭔가요?

[인터뷰]
이미 인공 뼈 시장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시장 점유율이 아주 높기 때문인데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오랜 기간 검증된 재료이지만, 금속이온을 치환한 인공 뼈는 앞으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더 많은 검증을 거치고 제조 단가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기술은 특정 기능을 필요로 하는 병변에 사용될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굉장히 유리한 공정이기 때문에 그러한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KIST 출자 연구소 기업인 “㈜비엠포트”를 설립했고, 앞으로 기능성 인공 뼈 소재, 필러 등의 제품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앵커]
상용화를 위해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상용화 위해서 어떤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지 알려주시죠.

[인터뷰]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인공 뼈를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원천 공정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로 인공 뼈를 합성할 수 있고, 또 임플란트에 코팅할 수 있다는 컨셉을 실험실에서 구현한 결과를 보여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실험실의 조건과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에서의 공정 조건은 항상 다르기 마련입니다.

특히, 레이저 공정기술이 상용화되는데 걸림돌은 공정시간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합성 속도를 증가시켰다고 말씀드렸지만, 합성되는 면적이 크지는 않습니다. 레이저로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면적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인공 뼈 분말 합성 효율을 더욱 높여서 단위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분말의 양을 높일 필요가 있고, 그리고 합성한 분말의 균일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팅의 경우에도 대량의 임플란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공정조건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100세 시대, 수명은 길어졌지만, 정말 쾌적하게,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사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오래오래 잘 걷고 잘 먹기 위해서 인공 재료, 인공 뼈 기술이 노년기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KIST 전호정 생체재료연구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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