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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초심으로 돌아온 영화 '쏘우X'…사람마다 공포를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2023년 12월 15일 16시 31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레드카펫'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기자]
'사이언스 레드카펫' 양훼영 입니다. 오늘 만나 볼 작품은 영화 '쏘우X(엑스)'입니다. 벌써 시리즈 열 번째 작품이지만, 이번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쏘우만의 매력을 보여주는데요. 키워드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 '돌아온 살인 게임' 입니다. 이 영화는 열 번째 쏘우지만, 내용상 시기는 쏘우 1편이 지난 며칠 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상 쏘우2인 셈인 거죠. 뇌종양 진단을 받은 존 크레이머, 일명 직쏘는 치료를 위해 멕시코로 떠나고, 잠시 멈췄던 직쏘의 살인 게임이 다시 시작됩니다.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존 크레이머

[암이 계속 퍼지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방법이 없겠습니다]
[도움이 될 사람이 한 명 있긴 합니다]

암 전문 의료진의 새로운 치료법에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그 후엔 어떻게 됩니까?]
[온전한 인생을 사시는 거죠]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도 잠시 이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존은 직쏘의 게임을 다시 시작합니다.

[모두 안녕하신가]
[게임을 시작하지]

존을 속였던 사람들은 납치돼 모두 한 공간에 모이고,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한 자만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요.

[네 뇌 조직을 뜯어 유리 비커에 넣어라]
[그럼 살 것이다]
[네게 주지 않는 것은 마취제뿐이다]

직쏘는 사기꾼들에게 오히려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잔혹한 게임에 주저하는 순간, 죽음과 가까워집니다

[이건 복수가 아니다]
[각성이지]
[사느냐, 죽느냐 선택은 네 몫이다]

쏘우X는 미국에서 지난 9월 개봉했는데, 시리즈 최고의 속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 평론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쏘우 시리즈 최초로 프레시 마크를 얻었고요. 관객들의 평가인 팝콘 지수 역시 91%를 기록하며 호평 쏟아졌습니다. 호평은 바로 흥행으로도 이어졌습니다. 12월 첫째 주 기준으로 이미 전 세계 수익은 1억7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쏘우 1편의 수익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49개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박스오피스 사정은 좀 다르죠. '서울의 봄'이 20일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3일의 휴가', '나폴레옹', '괴물' 등이 뒤를 잇고 있어서 쏘우X가 국내에서 얼마나 힘을 낼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한때 팬들에게 버림받았던 쏘우 시리즈가 이렇게 다시 돌아와 호평까지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번째 키워드로 알아보겠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초심 쏘우'입니다. 쏘우 시리즈는 한동안 게임 방식이 단순히 반복되고, 잔인해지기만 하면서 후속을 위한 후속, 단순한 고어쇼라는 혹평을 받았는데요. 직쏘인 존 크레이머가 돌아오면서 초심도 함께 찾으면서 시리즈의 소생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정교하고 참신한 살인 트랩, 치밀한 심리전, 그리고 상상 이상의 반전까지 국내에서는 2005년 개봉한 쏘우는 개봉 당시부터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 냈는데요.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대사는 유행어처럼 사용됐고, 자전거를 탄 빌리 인형은 한동안 핼러윈 파티를 휩쓸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서사는 없고, 잔인함만 반복적으로 남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쏘우 시리즈 자체가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요. 다시 돌아온 쏘우X는 초심을 되찾으며 시리즈의 소생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우선 존 크레이머를 연기하는 토빈 벨이 돌아온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쇼니 스미스 / 아만다 영 역 : 아직도 어떻게 토빈을 섭외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다행이에요. 워낙 큰 역할을 해주셨고 덕분에 시리즈가 장수할 수 있었어요. 영화의 모든 면을 채우고 풍성하게 만들어줬죠]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존 크레이머, 그러니까 직쏘가 게임의 현장에 함께 있으면서 모든 것을 보고 지휘한다는 점이 독특한데요. 단순히 잔인한 게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설계자인 직쏘의 감정들이 함께 얽혀져서 쏘우 시리즈가 보여주는 살인 게임의 그 이면까지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마크 버그 / 제작자 : 토빈 벨은 주인공으로서 이 영화를 전적으로 주도해요. 영화 내내 등장하고 영화 처음부터 나오죠.]

[오렌 쿨스 / 제작자 : 영화의 시작을 알리고 출연 비중도 더 커졌고, 영화의 마지막까지 장식하죠.]

[조쉬 스톨버그 / 공동집필가 : 존은 사람들을 고문할 때 자기만의 도덕규범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살인 트랩을 디자인하고 일에 착수하는 건 존이에요. 이를 자각하면서 존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 전작에서는 많이 보지 못한 면이죠.]


[앵커]
영화 속 과학 이야기 양훼영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쏘우 시리즈를 보면 어떻게 저런 장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잔인하고, 또 기발하기까지 하던데요. 이런 고문 장치들은 예전부터 있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똑같은 고문장치는 아니지만 비슷한 장치들, 과거 때부터 사용해오던 고문장치들이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인간은 다양한 고문 장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찾아보니까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더라고요. 이단의 포크라는 장치 우선 이름부터 뾰족한 게 있을 것 같죠? 실제로 날카로운 포크 양쪽이 착용자의 가슴과 아래턱에 닿도록 단단히 묶도록 만들어졌는데요. 찔리지 않으려면 머리를 뒤로 젖혀야 하는데, 머리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움직이려고 하면 심한 고통을 받는 장치였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건 '나비 나사'라는 고문 도구입니다. 중세 유럽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고문 도구라고 하는데요. 가운데 나사를 엄지손가락이나 엄지발가락 압박하는 방식인데, 이 도구는 개량을 통해 여러 개를 압박하거나 나사 끝을 뾰족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앵커]
고문 장치란 말만 들어도 손에 땀이 생기는 것 같은데요, 저는 공포 영화 중에서도 귀신 나오는 건 보겠는데, 이렇게 피 튀기고 잔인한 건 오히려 못 보겠더라고요.

[기자]
공포 영화 중에서도 쏘우 시리즈처럼 잔인한 장면이 많은 경우를 따로 고어물이라고 부르거든요. 고어는 피, 선혈, 잔인함 등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로, 공포 영화 장르 중에서도 고어물은 잔인성이 높고 유혈이 낭자 하는 영화를 말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공포 영화를 즐기는 분들 중에서도 고어물은 못 보는 분들이 있고, 반대로 고어물은 볼 수 있지만,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는 못 보는 사람도 있다는 건데요.

[앵커]
저도 귀신은 무섭지 않던데 쏘우처럼 괴롭히는 잔인한 건 못 보겠더라고요, 공포의 종류가 다양한데 누구는 볼 수 있고, 누구는 볼 수 없고, 좀 신기한 것 같아요. 왜 그런 차이가 나는 건가요?

[기자]
우리가 공포 상황을 겪으면 뇌가 아주 바빠지는데요. 그런데 공포, 더 나아가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제 3자가 볼 때 전혀 위험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주관적으로 과잉된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요. 그 이유는 뇌 속 편도체의 예민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뇌 안에 깊숙한 곳에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는 공포를 감지한 뒤 '위험하다. 당장 조치를 취하자'이런 명령을 내리는데요. 그런데 똑같은 공포 정보가 전전두엽에도 전달되는데,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실제 공포상황인지,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 혹은 장난감인지 등을 판단해 편도체에 정보를 재전송합니다. 즉, 전전두엽이 가짜 공포에는 편도체를 안심시킨다는 거죠.

문제는 이러한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연결이 유독 약한 사람이 있다는 건데, 조사를 해보니 불안장애나 공포증을 겪는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결국, 특정 공포를 가진 사람의 뇌 속에서는 편도체가 '괜찮아 저건 가짜야'라는 전전두엽의 신호를 받지 못한 채 홀로 위험하다는 신호만 계속 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역시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공포 영화를 볼 때나 공포 상황에 처하면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말이 있고 아까 저희가 얘기했던 손에 땀이 나는 것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겠죠?

[기자]
앞서 공포를 편도체가 감지한다고 했잖아요. 전전두엽이 가짜 공포인지 판단하는 것과 별개로 편도체도 공포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고, 대뇌 피질과 함께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대처법을 찾거든요. 이에 맞춰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에 명령을 내리는데, 이때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몸의 털이 곤두서는 소름이 돋거나 동공이 커지거나, 심장이 빨리 뛰거나 등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거죠. 공포 영화를 본 뇌에서는 몸으로 일종의 전투 명령을 내리게 되지만, 영화를 볼 때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땀만 많이 났다가 식히면서 오싹함 또는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앵커]
조금 전에 편도체가 공포를 느끼는 조직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편도체에 자극을 주면 공포감을 더 느끼게 한다거나 공포감을 무뎌지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각국에서도 이런 연구들이 진행이 되고 있는데요, 공포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뇌에 빛을 쪼여서 공포기억을 조작하거나 없애는 방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단순히 공포기억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매의 한 부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다시 찾아온 영화 쏘우X와 함께, '공포'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공포하면 여름이란 생각이 있었는데, 색다른 겨울 공포 한번 느끼러 가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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