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이언스

위로 가기

[과학의 달인] 자연에서 썩는 '착한 플라스틱' 만든다

2021년 10월 28일 16시 05분
■ 오동엽 /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앵커]
10년 전 바다에 버렸던 플라스틱이 해류를 타고 돌고 돌아 우리 저녁 밥상 위에 오른다면 어떨까요?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도 모르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탄생한 플라스틱은 지구를 오염시키며 이제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플라스틱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계시는 오동엽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플라스틱 문제 얼마나 심각한가요?

[인터뷰]
세계자연기금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3~4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이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한데요. 나머지는 어디론가 방치되거나 매립되고 극히 일부만 소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플라스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간 경우 어떻게 될까요?

풍화작용 때문에 작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인간의 품으로 되돌아오는데요. 통계적으로는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5g 정도라고 합니다.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국민의 노력으로 재활용 쓰레기 수거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인데요.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은 탓에 2025년이 되면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완전히 포화 상태가 된다고 하네요.

[앵커]
버려지는 플라스틱 일부만 재활용되고 대부분이 소각되는 상황이어서 정말 큰 일이네요. 플라스틱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까요?

[인터뷰]
플라스틱양을 당장 줄이기 위해서는 소각만 한 것이 없지만, 이런 처리 방식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입니다. 플라스틱은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첨가 물질이 미세먼지를 발생시킵니다. 과자 봉지는 보면 은박이 있죠. 뒷면에 거울처럼 비치잖아요. 이게 소각되면 해로운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킵니다.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방안으로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하는 것과 기존의 플라스틱 재활용하는 것이 있는데요. 재활용하는 게 좋지만,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쓰레기로 버려야만 하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음식물 찌꺼기가 너무 심하게 묻은 식품 포장재나 일회용 마스크는 아무리 씻어도 재활용이 안 됩니다. 그러므로 재활용과 생분해 플라스틱은 상호 보완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생분해 플라스틱, 그러니까 자연 상태에서 썩는 플라스틱 말씀인가요?

[인터뷰]
생분해 플라스틱은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좋아하는 화학 구조를 일부러 만들어 준 것입니다. 시청자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면, 우리가 사과를 야외에 던져놓으면 미생물에 의해 부패하면서 없어지는데요. 미생물이 자신이 번식하고 영양분으로 쓰기 위해서 효소를 분비해 녹여 먹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발하고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먹기 좋게 특수하게 만든 플라스틱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플라스틱은 미국과 독일에서 개발되어 일부 상품화된 바 있습니다만, 기계적 강도가 낮아 쉽게 찢어집니다.

저희 바이오 화학연구센터에서는 일반 생분해가 안 되는 플라스틱과 유사한 강도를 갖는 소재를 만들었습니다. 이 소재를 기반으로 해서 생분해 마스크나 화장품용 생분해 스크럽 재제를 개발했습니다. 이 두 용도는 재활용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생분해 소재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각에서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실제로는 분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자연에서 분해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데 박사님도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인터뷰]
네, 생분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려면 58℃ 이상 가열해야 하고 미생물이 없으면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이야기의 근거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정한 생분해 시험 조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ISO가 정한 시험은 생분해 플라스틱이 맞느냐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58℃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90% 이상이 6개월 안에 분해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원에서 개발한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유럽 생분해 평가 공인기관인 OWS에 분석을 맡긴 결과 45일 만에 95% 이상 분해되었습니다. 대조군인 셀룰로스 소재와 같은 시간에 없어집니다.

[앵커]
그렇다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인터뷰]
네, 사실이 아닙니다. 일부 생분해 플라스틱 무용론자들 그런 주장을 펼치고 계신데요. ISO가 그렇게 기준을 정한 것은 시험 시간을 아끼려는 방법입니다. 연구자가 몇 달씩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없으니까요. 시험 분석을 이 온도에서 한다고 해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꼭 58℃를 가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생물은 동물의 분변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할 때 발생하는 열로 인해 스스로 58℃로 올라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운동하면 열이 나듯이 미생물의 분해 속도가 가속화되면 열이 나는 '자가 발열'이 일어납니다. 이 자가 발열이라는 것을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음식물 쓰레기 등과 혼합하면 외부 가열 없이 분해가 6개월 이내에 일어나는 것을 저희 연구팀이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미생물이 풍부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겠느냐고 이야기할 텐데요. 그런 환경을 구성하는 게 까다로운 건 아닙니다. 현재 낙농업과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 퇴비를 만드는 업체에서 이러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완전히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미생물로 퇴비를 만드는 기기들은 가정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박사님께서는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쉽게 분해될 수 있도록 돕는 연구를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요?

[인터뷰]
비분해 플라스틱, 즉 석유화학 소재로 개발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비분해 플라스틱을 녹여 먹는 미생물은 자연에 희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미생물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찾을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놓은 상태인데요. 우리 연구팀은 플라스틱의 표면적을 높여 자연에 있던 미생물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미생물을 분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 기술을 이용해서 한번 탐색하는데 수개월에서 몇 년 걸리던 것을 3일에 한 번 정도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습니다.

또한, 저희 팀이 개발한 또 다른 발명은 생분해 마스크 필터입니다. 마스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필터입니다. 다른 부분은 면 재질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필터는 현재 폴리프로필렌이라는 분해 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우리 연구팀은 기존에 필터를 만드는 기술에 키토산을 코팅했습니다. 키토산이 가지는 정전기 전 인력은 수분에 강하기 때문에 제가 발명한 마스크 필터는 생분해될 뿐만 아니라 필터 성능이 쉽게 저해되지 않고 더 오래 유지 됩니다.

[앵커]
플라스틱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문제가 발생할 우려는 없을까요?

[인터뷰]
생분해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긴 합니다. 하지만 분해가 느려 첨가 물질을 미세먼지로 공기 중에 내보내지 않습니다. 또한, 바이오 플라스틱이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퇴비와 같은 자원화가 되면 이것을 토양의 미생물이 먹고 자라고 개체 수가 늘어납니다. 그 결과로 토양 내의 유기물 함량이 늘어납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모든 것이 이산화탄소가 되는 게 아니라 미생물의 몸을 구성하여 토양에 유용한 물질로 남습니다. 최근에 체내의 유용한 미생물 양을 늘리려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토양도 미생물이 많이 생장해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이 최근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앵커]
플라스틱의 오염문제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국민의 인식개선과 관심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거의모든것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