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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S]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백신 원리…백신의 역사는?

2021년 02월 19일 16시 15분
[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S' 시간입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종식에 대한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백신은 인류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역사 속에서 백신이 처음 등장한 건 언제부터였는지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유튜버]
인간이 백신의 원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입니다. 기원전 430년 그리스 역사학자인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기록에 따르면 "전염병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만이 같은 병에 걸린 환자를 간호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요.

즉, 당시에 이미 한번 질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다시는 그 병에 걸리지 않는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런 자연현상을 실제 백신으로 이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라 꼽히는 감염병 '천연두'가 등장했습니다. 20세기 동안 천연두 사망자는 최소 3억 명에 달했고, 높은 치사율뿐만 아니라 완치 후에도 얼굴을 뒤덮는 흉터를 남겨 공포감을 주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천연두 예방을 위해 천연두 고름을 상처에 주입하는 인두법이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도리어 인두법으로 인해 죽거나 천연두에 전염되는 등 예방법으로서 위험성이 높았습니다.

영국의 평범한 의사였던 에드워드 제너는 우연히 소 젖을 짜는 여자가 자신은 소에게 발생하는 전염병인 '우두'를 앓아서 얼굴에 곰보 자국이 생겼지만, 그 대신 천연두에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요. 제너는 우두가 천연두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너는 8살 소년의 팔에 우두 고름을 주입하는 우두법 실험을 최초로 실시했고, 며칠 뒤 소년은 약한 우두 증세를 보이다가 회복했습니다. 6주 후, 제너는 이 소년에게 천연두 바이러스를 직접 찔러넣었습니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몸에 주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천연두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이를 통해 제너는 우두의 고름을 사람에게 접종하면 천연두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천연두로 인한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제너가 종두법을 시행하긴 했으나,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분리 배양해 이로부터 인공적으로 백신을 만든 건 바로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였습니다.

파스퇴르는 미생물과 질병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사람에게 특정 질병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세균을 찾아내고 이를 따로 추출해 배양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를 건강한 동물에 주입했을 때 똑같은 질병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병원체를 없애거나 피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파스퇴르는 닭 콜레라균에 대해서도 똑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고, 그는 조수에게 닭 콜레라균을 대량으로 배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수가 휴가를 떠나며 배양균을 그대로 두고 나가, 실온에 오래 방치되었고, 파스퇴르가 연구실에 돌아와 보니 배양액에서 자란 세균들은 약해져 있었습니다. 이 배양균을 건강한 닭에 주입했더니, 닭의 몸에 면역이 생겨 콜레라에 걸리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스퇴르는 안전하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면역의 기본 원리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한 번 병을 앓고 나면 내성이 생겨 같은 질병에 다시 앓지 않는 것처럼 약화한 병원체가 그런 내성을 키워준다고 생각한 것이죠. 제너는 다른 질병의 병원체를 백신으로 접종한 반면, 파스퇴르는 같은 질병의 병원체로 백신을 만든 셈입니다.

그 후로도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계속 나타났습니다. 1940년대 초 미국, 아이들 사이에서는 무서운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이 약화하면서 팔다리부터 시작해 전신이 마비됐고, 심한 경우 죽음에까지 이르렀는데요.

그 병은 '척수성 소아마비'였습니다. 당시에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1952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5만 8천 건의 소아마비가 보고됐고, 그중 3천 명의 아이들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는 소아마비 공포에 빠졌고, 과학자와 의학자는 소아마비의 치료법과 예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1948년 조너스 소크 박사 역시 소아마비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5년간의 연구 끝에 점차 빛이 보였고, 1952년 드디어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는데요. 2차 세계 대전 종전이 채 10년이 되지 않았던 당시, 나치에 의해 자행된 생체 실험 때문에 인체실험에 대한 거부감이 만연했고,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소크는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크의 살신성인 정신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동참하기 시작했고, 22만 명의 자원봉사자와 180만 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2차 임상시험을 한 후 마침내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많은 돈을 벌 기회였지만, 소크 박사는 제약회사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백신의 특허권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백신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했죠. 소크는 한 방송에 출연해 "태양에도 특허권은 없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한 덕분에 전 세계 모든 아이가 백신을 맞을 수 있었고, 미국에서는 1979년 공식적으로 소아마비가 사라질 수 있었다고 하네요.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개발에 착수한 지 1년도 안 돼 임상이 진행되고, 일부 국가에서는 접종까지 시행되고 있습니다. 다른 백신보다 10배나 빠른 속도인데요. 신속한 백신 개발의 성공은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라고 볼 수 있죠.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박순표[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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