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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삶의 모든 면을 스트리밍 한다…'스트리밍 라이프'

2019년 11월 27일 16시 22분
■ 출연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서울대 소비 트랜드 분석 센터가 선정한 내년도 10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스트리밍 라이프'인데요. 스트리밍 트렌드는 음악을 듣거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네 오늘 <생각연구소> 시간에는 '스트리밍 라이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최근 스트리밍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트리밍 콘텐츠 점점 많이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좀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스트리밍 콘텐츠 어떤 것을 예로 들 수 있을까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가장 많은 것은 음원을 듣는 것이죠. 근데 음원을 넘어서 영상 콘텐츠가 유행을 하고 있는데요. 많이 아시는 넷플릭스가 있을 거 같고요. 최근에는 왓차 플레이라는 것이 있고 애플 TV 이런 것들을 이제 OTT 서비스라고 하더라고요. 영어로 Over The Top 다시 말하면 인터넷을 통해서 TV를 보는 거죠. 그런 서비스가 이제 콘텐츠 스트리밍이라는 것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거 이외에도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을 해서 영상을 올리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브이로그'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종의 비디오하고 블로그를 합성한 그런 신조어인데요. 전에는 사실 이제 일상적인 것을 쓸 때 텍스트라든지 이미지 중심으로 썼다면 지금은 동영상으로 영상 자체로 일기를 영상으로 만든 건데요. 이게 사람들의 많이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나랑 비슷한 사람이 보여주는 일상을 관찰하면서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거예요. 나랑 비슷하구나, 동시에 가끔 이 사람은 나랑 조금 다른 저런 것도 하네, 일종의 대리 만족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콘텐츠 스트리밍이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OTT 기업 넷플릭스 말씀하셨는데, 사실 저도 쉬는 날 집에서 넷플릭스로 미드를 다운 받아 보는 것이 취미거든요. 현재 넷플릭스가 이렇게나 인기가 많아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보통은 우리가 그런 비슷한 서비스를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고 그다음에 뭘 받을지 골라야 하잖아요. 넷플릭스는 이미 모든 걸 엄선해서 쫙 배열을 해줘요. 그런 다음에 하나하나 일부로 다운로드 받는 시간도 필요 없이 그냥 클릭해서 재생하면 되는 것이죠. 일종의 가장 쉽게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고 게다가 월정액도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어필을 하는 것 같습니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라고 하는 사람이 이미 20년 전에 쓴 저서 중 하나가 '소유의 종말'이라는 건데 상당히 인상적이에요. 그때 뭐라고 이야기했냐면, '이제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도래했다.' 20년 뒤를 예측한 거에요. 그러니까 물건이나 자본 같은 것을 더는 소유할 필요가 없고 저희가 필요할 때 요청해서 그것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소유의 반대말이 무소유가 아니라 접속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도 사실 이것을 강조하면서 거기에서는 한 단어를 더 덧붙여서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접속해서 경험하는 시대'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소유 라이프라고 해서 더는 그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 라이프로 변화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20년 전에 이런 접속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던 게 정말 신기합니다. 그때만 해도 정말 TV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그런 시기이니까요. 2020년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된 '스트리밍 라이프' 정확히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영어로 스트리밍이란 사실은 '흐른다'라는 뜻이잖아요. 일종의 인터넷에서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주로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죠. 사실 이게 단지 영화라든지 뭐 드라마 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도 적용되고 있던 겁니다.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소유할 필요 없이 빌려 쓰세요. 렌탈 서비스가 이제 유행을 하고 있고요. 또 하나는 일정 기간 동안 돈이나 이런 것들을 넣으면 전문가들이 추천해 주는 것을 구독 맴버십 서비스 이런 것들이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예전 같은 경우는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이 주로 벽장 가득 LP판 같은 거 쫙 꽂아났잖아요.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요. 스트리밍 서비스 들어가서 직접 재생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이제는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소유보다는 내가 어떻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사용하느냐 일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초기에 음악이나 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사용하던 스트리밍 콘텐츠들이 이제는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시죠.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예 지금 렌탈 서비스에 대해서 말씀드렸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거주하는 공간도 필요가 없다. 그렇죠. 왜냐하면, 자기가 살아보고 싶은 그런 어떤 스타일의 집에 살고 싶잖아요. 이제 그런 것들을 구현해 내는 곳이 있고 자기가 살고 싶은 동네에서 살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주거 공간에서 돈을 내고 살아보는 것이죠. 또 하나는 취미나 여가활동 자체도 이런 것들이 적용되는데요. 내가 원하는 스타일 옷 같은 것도 전문가에게 추천을 받고 내가 원하는 화장품 같은 것도 추천받아 정기적으로 배달도 받고 이런 시대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선택지를 뭘 골라야 되나 이런 거에 너무 골치 아프지 않고 엄선된 선택지가 펼쳐져 있을 때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 빌려 쓰면 되는 그런 시대가 된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 자동차라든지 고가의 가방이라든지 또는 가구 이런 것들도 렌탈 서비스로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스트리밍 라이프가 트렌드가 된 배경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이제 아무래도 밀레니얼 세대 특성 중에 하나같은데요. 이게 웃픈 내용 중 하나가 뭐냐면,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긴 해요. 근데 돈이 없어요.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찾게 되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보면 이게 뭔가 소유한다는 것은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요. 돈이 들어가고 신경도 써야 하고 시간도 들이는 것이잖아요. 그럴 필요 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가 원하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밀레니얼의 세대의 기호와 잘 맞아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20~30대 주요 소비층의 밀레니얼 세대가 한정된 자산 안에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스트리밍을 소비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물건뿐만이 아니라 집이나 직장에서도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예 상당히 재미있는 경우가 2018년 3월 개봉됐던 영화 '소공녀'라는 독립영화가 있었어요. 독립영화치고 관객 6만 명 이상 보았으니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여러 영화제에서도 수상했던 작품이거든요.
주인공의 라이프 스타일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인 미소라는 사람은 딱 세 가지만 필요해요. 저녁에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glenfiddich) 15년산 한 잔 필요하고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 이 셋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일종의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인데요. 집세도 많이 오르고 담뱃값은 올랐는데, 자기가 받는 일당은 그대로니깐 이걸 감당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집을 포기하자고 결정을 합니다. 그래서 일종의 자발적 홈리스가 되는 건데요. 그래서 달걀 한 판과 캐리어를 끌고 자기 친구들 밴드 활동을 같이했던 친구 5명의 집을 전전하면서 옮겨 다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기 나오는 대사 중에 흥미로운 거 몇 개만 이야기해 드릴게요. 하나는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지금 여행 중인 거야", "내 인생의 목표는 빚 없이 사는 거야"입니다.
앞으로는 한 직장에 매이거나 한 업종에 매일 필요가 없고, 경쟁 사회에 지나치게 매몰이지 않아도 되고 이런 것들을 선호하는 젊은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한 삶이라고는 하지만 뭐 주변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마음이 아프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이 청춘이라는 젊고 가장 행복한 시기에 이렇게 현실의 무게를 버텨내야 하는 이런 것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는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네, 찾아보니까 재미있는 단어가 있더라고요. 일본에서는 '어드레스 호퍼(address hopper)'라는 게 있는데요. 호퍼가 이제 뛰어다녀 이제 껑충껑충 영어단어로 hopper 껑충껑충 주소를 옮겨 다닌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최소한의 짐만 들고요. 일정한 거처 없이 유목민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집값이 너무 비싸고 임대료를 하기에도 비싸니까. 주택을 소유하거나 장기 임대를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대신에 일본에서 보면 빈집이라든지 시골에는 가옥을 다시 리모델링 해놓고 깨끗하게 만든 다음에 현 멤버십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원하는 기간만큼 머물 수 있게 하는 서비스가 되거든요. 그런 비지니스가 일본에서는 성업 중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하우스 노마드(nomad, 유목민), 하우스가 소유하지 않고 유목한, 또는 잡 노마드 직업 자체를 가질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의 모습을 보이는데,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들 또 젊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어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실제 제 주변에도 제주에서 한 달 살기 혹은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 이런 한 달 살기 트렌드에 따르는 친구들이 꽤 많은데 이것도 비슷한 열풍이라 볼 수 있겠죠? 이처럼 누가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이 경험했는가가 이제는 삶의 풍요로움을 결정하는 척도가 되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스트리밍을 통한 다양한 경험들이 우리의 심리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당연히 선택의 다양화라는 것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중에는 이제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선별할 수 있는 모습이 보이니까 훨씬 더 맞춤식의 서비스 같은 것들이 더 발달할 거라고 생각되고요. 또한, 다양한 기호가 존재하니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이나 취향 같은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존중하는 사회 문화가 올 거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뭔가 소유하고 미래를 위해서 뭔가 노력하는 이런 가치보다는 현재 중심의 향유하는 문화가 더 발달 될 거라 생각이 됩니다.
반면에 항상 한쪽이 생기면 반대쪽도 생기니까 일종의 부작용 같은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요. 하나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많이 제공 받지만, 너무 많아지면 이것도 너무 많아지면 이것도 어느 순간이 되면 '선택 장애'가 올 수가 있고요. 또한, 첨예화된 디지털 시대에 가장 큰 적은 무엇이냐면 일종의 불법 스트리밍 다운로드를 받거나 서비스를 받는 것,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 되게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또 어떤 사람 같은 경우에는 너무 스트리밍 쪽으로 가게 되면 차라리 너무 온라인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프라인의 삶이라든지 또는 아날로그 같은 삶을 원하는 그런 사람들도 반대로 생겨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지금 첨예한 디지털 사회니까 온라인 중심의 사회는 분명한데 살다 보면 온라인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프라인의 삶이 중요한데 어떻게 이것 두 개를 균형 잡는가, 이런 것이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앵커]
네, 오늘 스트리밍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앞으로 20년 뒤에 2040 트렌드는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앞으로 온, 오프라인 생활의 적절한 균형이 잘 잡힌 건강한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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