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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라이프] 어르신을 위한 IT 기술…에이징 테크

2019년 09월 09일 16시 45분
■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앵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상생활의 편리함이 증가하고 있지만, 디지털 기술 이용 격차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함께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스마트 라이프>에서는 '어르신을 위한 IT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씨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요즘에는 패스트 푸드점 뿐만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무인 계산기가 많이 등장해서 편리하긴 하지만 어르신들은 이용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인건비 절감이나 편리함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어르신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IT 기술이 오히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그렇습니다. 실은 저도 얼마 전에 당했습니다. 저한테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요. 햄버거 가게에 갔다가 원하는 햄버거를 찾을 수 없어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뒤에 분들까지 나서서 도와줬는데도 못 찾았어요. 직원들에게는 좀 도와달라고 해도 쳐다도 안 보더라고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일부러 그렇게 업무지시를 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걸 보면, 기술 부적응의 기술 문제인지, 사람 문제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이런 것 말고도, 기술은 죄가 없는데 사람을 차별하는 문제는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앵커]
세대 간의 디지털 기술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현상을 디지털 디바이드현상이라고 하는데 어르신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네요. 무인 계산대 외에 디지털 소외를 느낄 수 있는 기술들 뭐가 있을까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점점 많아지는데 스마트폰이 주범이겠죠. 요즘 각종 생활 정보를 얻는 것부터 쇼핑이나 금융 거래까지, 다들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합니다. 특히 금융 쪽에도 여러 가지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르신분들은 이런 걸 잘 이용하지 못해요. 저희 어머님만 해도 몇 번이고 가르쳐 드리고 가르쳐 드리고 가르쳐 드려도 정말 어려워하시거든요. 그렇다 보니 메신저 같은 몇 가지 기능을 빼면, 잘 안 쓰십니다. 인터넷 은행 같은 것은 아주 딴 세상 이야기죠. 앱으로 택시도 못 부르고, 쇼핑도 인터넷이 더 싼데 못하시고요. 우리한테는 스마트폰이 있어서 살기 편해진 만큼,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세상이 돼버린 겁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고령 수수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비대면 같은 무인 서비스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노인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로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나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어떤 분은 지금 세대가 나이가 들어야 해결된다고 하시는데요. 사실 그건 해결이 아니겠죠? 그렇게 기술에 약한 시니어 세대를 지원하고, 기술을 이용해 시니어 계층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이 있긴 있습니다.
이게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부르는 이름이 다양합니다. 에이징 테크(Aging tech)나 에이지 테크(Age tech), 장수 기술, 실버 기술 등 부르는 이름은 다양한데요. 일단 편의상 '에이징 테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앵커]
노인들의 생활 편의를 높여주는 과학 기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특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푸드 테크처럼 IT와 만나 새로 생긴 여러 서비스 가운데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군을 '에이징 테크'라고 부른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이나 건강 관리를 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여기에 속합니다. 친구가 되어주는 애완 로봇이나,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기술도 여기 포함됩니다. 기술 사용법을 가르쳐 주거나 생활을 돌봐주는 서비스, 노화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애 기술 역시 에이징 테크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떨어진 신체 기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보청기나 틀니 같은 제품이 기존에 있었지만 조금 더 디지털화된 느낌이 드는데요. 그런데 에이징 테크는 기존이랑 어떤 부분이 달라진 걸까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실제로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작년에 나온 앱 중에 '파파'라고 있습니다. 만 60세 이상 성인일 경우 신청하면 이용할 수 있는데요. 전화를 걸면 대학생이 나와서 정해진 시간만큼 그 학생과 함께 집안일을 한다거나,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배우거나 할 수가 있습니다. 한 시간에 20달러 정도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지역 사회에 대해 봉사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신청자는 외로움을 덜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노년층, 특히 1인 가구는 이 외로움이 정말 큰 문제인데요. 거기에 초점을 둬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앵커]
그러면 실제 사람이 가서 도와주는 건 아니지만,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잖아요. 어떤 예가 있을까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실제로 해외에서는 컴퓨터 대신에, 인공지능 스피커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시설이나 교육도 많습니다. 사실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길을 찾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구글 같은 경우엔 스마트홈 기기와 인공지능 비서를 이용해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살 방법을 찾는데, 아주 적극적이고요. 아무래도 말이 손가락보다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마트 애완동물 로봇은` 이미 노인 병간호 시설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엘리큐(ElliQ) 같은 친구 로봇도 등장했는데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간단한 게임을 하거나 말을 하면 반응 동작을 보입니다. 고개만 까닥거리기는 하지만, 제가 하는 말에 반응을 하니깐 친구 같은 느낌인 거죠.

[앵커]
독거 노인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반 노인뿐만 아니라 경증 치매 환자를 위한 로봇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경증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을 돌보는 마이봇이란 이름의 돌봄 로봇을 개발했는데요. 경증 치매 환자를 위한 무단 외출 알림, 약이나 식사 복용 알림, 환자의 성격을 반영한 로봇의 적응적 서비스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고 수시로 교감하면서, 경증 치매 환자의 인지능력도 향상된다고 합니다. 현재 구체적 상황 훈련을 통해 오류를 줄여나가는 연구를 거치고 있다고 하네요.
또, 이거보다 많이 쓰이는 게 컴퓨터 게임을 이용해 치매 방지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Singfit 같은 앱은 노래방 앱입니다.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앱인데요. 사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분들을 위한 '음악 치료'용으로 만들어진 앱입니다. 노인 병간호 시설에서 사용하고 이용되면서 노래를 부르면 분위기도 좋아지고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고 하네요. 또, Wanderer라는 VR 게임도 있는데요. 노년층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은 아닌데, 이 앱을 이용하면 구글 스트리트뷰를 이용해 마치 내가 걸어 다니는 것처럼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집안에서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으니, 한번 배우신 분들은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앵커]
다양한 에이징 테크 기술을 말씀해주셨는데 어르신을 위한 기술이지만, 노년층에게는 다소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데요. 이런 부분은 노력하면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걸까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배우는 거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너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오프라인 휴대폰 매장에 가보면 앱스토어 아이디부터 그냥 다 만들어서 세팅해줍니다.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대신해 주는 거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스마트폰으로 새로 뭔가를 하는 것은 무섭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사실 배우려면 쉽게 배우실 수 있으니깐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먼저 시작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신기술을 잘 활용해보고 싶다는 어르신들을 위해 어떤 것부터 시작해보면 좋을까요?

[이요훈 / IT 칼럼니스트]
일단 근처에서 스마트폰 강좌가 있나 한 번 찾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여러 곳에서 많이 하고 있습니다. 복지관 같은 곳에서 생각보다 자주 열리니까요. 한번 확인해 보시고요. 그리고 먼저 검색하는 것만 배워도 많은 게 달라집니다. 검색만 배웠는데 동영상 사이트 이용해서 옛날 노래 실컷 들으시는 분도 많은데요. 정말 중요한 것이 익숙해지는 일입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여러 번, 계속하시면 됩니다. 다만 저가 요금제에 가입한 분들이 많이 계신 만큼, 데이터 요금은 조금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론 이동통신사들이 실버 요금제 같은 것을 내놓을 때, 공익적 차원에서 스마트폰 무료 교육 같은 것을 포함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을 누구나 쓸 수밖에 없는 시대로 접어드는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분위기와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기술 혁명이 가져다준 혜택을 모든 계층이 누릴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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