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우선 시작하면서 질문 하나 드릴게요. 황보혜경 앵커는 수학 좋아하세요?
[앵커]
수학이요? 저는 학창시절 꿈이 건축가였는데, 이과를 가지 못한 이유가 수학 때문이었습니다.
[기자]
그러셨군요.
[앵커]
이동은 기자는요?
[기자]
저도 사실 수학을 아주 일찌감치 포기한 '수포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황보앵커나 저도 그다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지금도 학생들 중에는 '수포자'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보통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시점을 봤더니 초등학교 3학년 때 '분수'를 배우면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앵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생각보다 이른 시기부터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는 건데, 연구 결과 자세히 소개해주시죠.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봤는데요. 전반적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 특히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고비가 언제였냐,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50명 가운데 48명이 수학의 '분수'에서 처음으로 좌절을 맛봤다고 답한 겁니다.
[앵커]
50명 가운데 48명이면 거의 조사 대상 대부분이 분수를 어렵다고 답한 건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먼저 분수의 개념은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수학에 나옵니다. 아마 대부분 잘 기억이 안 나실 거예요. 여기서 가분수, 대분수, 진분수 이런 분수의 기본 개념들을 익히고요.
[앵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기자]
분모가 같은 분수의 합을 구하는 기초연산까지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왜 아이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지 분석해봤더니, 우리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 배우는 덧셈부터 뺄셈, 곱셈은 구체적인 사물로 연산할 수 있습니다.
보통 주머니에 사과가 20개 있는데 12개를 더 넣으면 몇 개가 될까, 이런 식으로 접근하잖아요. 그런데 분수는 자연수가 아니니까 이런 방법이 안 통하게 되는 겁니다.
[앵커]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는 분수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지 않잖아요. 아이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바가 있는데, 그럼 아이들이 분수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어한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이렇게 분수 계산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들의 경우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하락했다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분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고학년이 되면서 더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4학년 1학기가 되면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과 뺄셈이 나오고요, 5학년에는 곱셈과 나눗셈까지 배우게 됩니다.
분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연산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나중에 소수, 0.1, 0.2 이렇게 이야기하는 소수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아이들이 이렇게 분수에서부터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시작하면서 결국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겁니다.
[앵커]
저는 수포자의 길을 고등학생 때부터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그렇게 어려워한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어쨌든 분수 때문에 수학을 어려워한다는 점도 알았잖아요. 그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이 3학년 시기가 아이들에게는 수학 공부에 있어서 첫 번째로 중요한 때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충분한 학습이 이뤄지도록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는데요, 우선 1, 2학년부터 기초연산을 확실하게 익히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분수의 개념과 연산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이 시기에 집중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전문가들은 분수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수학 개념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감각을 사용하거나 실생활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는 학습 자료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요즘에는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서 놀이와 접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보드게임에도 수학과 연결해서 학습할 수 있고요.
[앵커]
보드게임에서도요?
[기자]
네, 컴퓨터 게임을 이용해서 수학에 흥미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이 '수포자'가 되기 전에 이런 부분 참고하시면 좋을까 생각 듭니다.
[앵커]
이런 연구가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한데요.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보죠.
[기자]
최근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해서 '수소수'가 한창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굉장히 화제가 됐었는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앵커]
저도 그 광고를 직접 봤는데, 피부에 뿌리면 수소수가 피부의 노폐물까지 씻어준다고 하더라고요. 반신반의했었는데, 사실 수소수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나왔잖아요?
[기자]
네, 이 수소수 열풍을 되돌아보면 첫 열풍은 일본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수소수가 노화 방지나 피부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고요. 우리나라에도 이미 10년 전부터 이 수소수가 등장했습니다.
몸속에 있는 활성산소를 배출하게 해준다는 게 가장 큰 강조점이었고, 아토피나 탈모, 노화나 다이어트까지 건강에 전반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해서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요.
심지어 수소수로 씻은 과일은 더 오랫동안 싱싱하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수소수를 이용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저는 노화방지뿐만 아니라 소화 불량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들어봤는데, 실제로 수소수가 건강에 도움이 되나요?
[기자]
이런 의문들이 굉장히 많았고, 과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았는데, 여기에 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결론은 수소수가 활성산소를 없앤다거나 아토피를 치료하는 효과는 없다는 겁니다.
식약처가 이번에 이 수소수 관련 광고를 집중적으로 점검해봤는데요.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준다, 이런 식으로 허위 과대광고를 한 13개 제품과 24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수소수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셈이네요?
[기자]
네, 식약처는 수소수 광고들이 주장하는 항산화 효과라든가 아토피나 천식 등의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검증해봤더니 임상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수소수가 아토피나 천식에 도움이 된다는 어떠한 학술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효과가 없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궁금한데요. 어떤 분석이 나왔나요?
[기자]
네, 우선 수소수 자체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편입니다. 먼저 수소의 양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대기압에서 물에 녹을 수 있는 수소량이 최대 1.6mg으로 아주 적은 양이죠?
그러니까 수소수를 10L 이상 마셔야 0.01g 정도의 수소를 섭취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제품으로 나온 수소수를 보면 보통 1L에 0.001g의 수소가 녹아 있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계산해보면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이 2L니까 이걸 모두 수소수로 마신다고 해도 최대 2mg 정도의 아주 극미량의 수소를 섭취할 수 있는 거죠.
[앵커]
2mg이면 너무 적은 양 아닌가요?
[기자]
그렇죠. 거기다가 이렇게 물에 녹아있는 수소는 우리가 100% 다 섭취하지 못합니다.
일단 뚜껑을 열어두거나 온도가 올라가면 물에 녹아 있던 수소가 대부분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인데요, 만일 물에 있는 수소를 100% 다 마신다고 해도 몸에서 흡수할 수 있는 수소는 나노그램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 우리 위장이 산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여길 지나고 나면 수소가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는 거죠.
[앵커]
수소수 자체에 일단 수소가 적게 들어가 있고, 그마저도 우리 몸에 다 흡수되지 못 한다는 뜻인데요. 그런데도 왜 사람들이 지금껏 수소수의 효능을 믿었던 걸까요?
[기자]
수소수 업체들이 효능을 입증하게 위해서 그동안 여러 논문들을 근거로 제시해왔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는 건데,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연구 결과입니다.
뇌경색을 유발한 쥐에게 수소 기체를 주입했더니 활성산소가 60% 사라지고 죽었던 뇌세포가 살아났다, 이런 연구 논문이 있었는데, 이게 수소수 업체들의 대표적인 근거였거든요.
그런데 수소 기체와 수소수는 엄연히 다릅니다.
[앵커]
다르군요?
[기자]
그렇죠, 그러니까 근거가 될 수 없는 거죠. 실제로 이번에 식약처 발표가 있으면서 국립암센터의 교수가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수소수 관련 논문 25편을 검토해 봤다고 합니다.
수소수가 질병의 예방과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임상적인 근거가 부족해서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업체들이 수소수 마케팅을 위해 활용한 논문 조차도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씀이신대요.
[기자]
그렇다고 봐야죠.
[앵커]
그렇다면 건강을 위해서 수소수를 굳이 사서 마실 필요는 없겠어요?
[기자]
사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봐야 하는데요.
실제로 이 수소는 식품첨가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용이 아니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거나 마치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홍보하면 안 되는 거죠.
물론 일부에서는 풍부한 수소가 함유된 수소수의 경우 염증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허위나 과대광고가 워낙 많은 만큼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저는 오늘 이동은 기자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음이온 열풍이 떠오릅니다. 이 역시도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잖아요. 이렇게 부정확한 정보로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강한 제재가 이뤄져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동은[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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