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를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 과학관 옆 동물원입니다.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매주 동물에 대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새로운 동물도 많고요, 또 동물에 대해 몰랐던 게 많더라고요?
[기자]
그렇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주 새롭게 다양한 동물을 배워가고 있는데, 오늘은 비교적 친근한 동물에 대해 준비했는데요,
바로 곰입니다.
[앵커]
곰! 언제 나오나 했습니다. 동물원의 대표 가운데 하나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우리가 동물원을 가면 가장 먼저 보는 동물 중 하나가 곰인데 본격적인 이야기 나눠보기 전에 먼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곰이 있는데요.
영상 한 번 보시죠.
[말레이곰 '꼬마' 탈출 사건 :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여섯 살 난 곰이 우리를 뛰쳐나왔습니다. 여섯 살 난 말레이 곰 꼬마가 우리를 빠져나간 건 오전 10시 20분쯤, 사육사가 우리를 청소하는 사이 긴 발톱으로 문을 열고 뛰쳐나왔습니다.]
[앵커]
아, 생각납니다.
동물원에 있던 곰이 우리를 탈출했던 사건이었죠?
[기자]
네, 많이들 기억하실 텐데요.
지난 2010년 서울동물원의 말레이곰 한 마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를 탈출해서 청계산으로 도망간 일이 있었습니다.
[앵커]
곰이 산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엄청 놀랐던 기억이 있거든요.
당시 꼬마가 어떻게 돌아오게 된 건가요?
[기자]
꼬마는 2010년 12월, 눈이 아주 많이 내린 겨울에 탈출했습니다.
꼬마를 포획하기 위해서 당시 1,800명이 넘는 인력과 수색견, 헬기까지 동원됐는데요, 워낙에 민첩하고 영리하다 보니까 포획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쯤 꼬마를 찾아다니다가 산 위에 있는 간이매점에서 흔적이 나왔습니다.
배가 고프니까 매점을 뒤져서 라면부터 과자, 심지어 막걸리까지 먹은 거죠.
당시 상황을 직접 포획에 참여했던 사육사의 말로 들어보시죠.
[이상림 / 서울동물원 사육사 : 매점에 막걸리, 라면, 별의별 게 다 있어요. 올라가서 보니까 거기 가서 다 먹었더라고요. 먹이가 없으니까 저희가 포획틀에다가 좋아하는 과일을 꿀하고 같이 발라서 그쪽으로 유인해서 잡게 된 거죠.]
[앵커]
결국, 무사히 잡히긴 했는데요, 포획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꼬마는 탈출한 지 열흘째 되는 날에 포획틀 안에서 발견됐는데요,
지금 보시는 것이 바로 꼬마를 위해 만든 포획틀입니다.
[앵커]
아, 드럼통 같이 보이네요?
[기자]
네, 실제로 드럼통을 직접 지게로 지고 가지고 올라간 다음에 두 개를 연결해서 꼬마의 몸집에 거의 맞게 만든 건데요,
이 안에다 꼬마가 좋아하는 먹이를 넣어놓고 들어오면 문이 닫히도록 했습니다.
아무래도 배가 고프다 보니까 냄새를 맡고 오게 된 거죠.
[앵커]
이야기만 들어도 당시 상황이 아주 흥미진진한데요,
그런데 이 포획틀 크기를 보니까 곰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작은 것 같아요?
[기자]
네 사실 저도 포획틀을 보면서 곰이 생각보다 몸이 작다고 생각했는데요.
꼬마를 포획하게 된 것도 사실 몸집이 작기 때문인데요,
곰과 같이 덩치가 크고 사나운 동물이 탈출하면 당연히 사살해야 하지만, 꼬마의 경우는 포획이 가능한 크기여서 포획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꼬마가 말레이곰의 일종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레이곰이 원래 이렇게 작은 가봐요?
[기자]
네, 실제로 말레이곰은 전 세계 8종류의 곰 가운데 가장 몸집이 작은 곰입니다.
불곰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기인데요, 덩치가 작다 보니까 나무를 아주 잘 타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시면 발톱도 아주 길고 날카로운데요, 이 발톱을 이용해서 나무에 올라간 뒤 그 안에 숨어 있는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고요 또 높이 달린 과일을 따 먹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곰이 미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말레이곰은 날렵하네요.
그런데 곰이 꿀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과일이나 채소도 먹나 봐요?
[기자]
네, 말레이곰이 포획 당할 때도 단 냄새를 맡고 찾아온 건데, 사과나 포도 같은 달콤한 과일을 아주 좋아합니다.
물론 고기도 좋아하는데요,
불곰이 연어를 잡아먹는 장면 보신 적 있으시죠?
[앵커]
네, 물속에 있는 연어를 앞발로 쳐서 사냥하더라고요.
[기자]
네, 불곰의 경우는 연어를 아주 좋아하는데요, 말레이곰은 생선보다 닭고기나 과일 종류를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앵커]
지금 나오는 영상을 보니까 한창 식사 중인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보시면 지금은 건빵을 먹고 있는데 과일을 먹을 때 뒷발로 잡은 다음에 앞발로 껍질을 아주 깔끔하게 까먹는데요,
사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앞발을 이용해서 돌려가면서 먹는다고 합니다.
마치 사람의 손처럼 앞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거죠.
그런데 이 말레이곰이 먹이를 먹을 때 발만큼이나 잘 쓰는 것이 있습니다.
[앵커]
그래요? 그게 뭔가요?
[기자]
과일을 먹을 때 혹시 혀를 길게 내미는 것 보셨나요?
이렇게 긴 혀가 말레이곰만의 특징인데요, 이 혀를 이용해서 벌집에 있는 꿀을 따먹거나 썩은 나무속에 사는 흰개미와 같은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네요.
이 밖에도 말레이 곰만이 가진 다른 점이 또 있을까요?
[기자]
우리가 곰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겨울잠이잖아요?
그런데 이 말레이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육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상림 / 서울동물원 사육사 : 말레이곰 같은 경우는 열대 지방에 살고 먹잇감이 풍부하다 보니까 동면을 안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니까 동면에 들어가는 것이고 말레이곰 같은 경우는 사계절이 거의 평준화가 되어 있어서…]
[앵커]
동면을 안 하는 곰도 있군요?
[기자]
네, 아무래도 말레이곰의 출신지가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의 열대 우림서 살다 보니까 일 년 내내 따뜻하고 먹을 것도 풍부하다 보니 동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앵커]
네, 말레이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다른 곰들도 좀 궁금해요.
크기로 보면 말레이곰과는 얼마나 차이 나나요?
[기자]
네, 말레이곰은 몸길이가 보통 1m 안팎으로 아주 작습니다.
그보다 큰 곰으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곰이죠,
반달가슴곰이 몸길이 1.9m 정도로 말레이곰보다 0.5~0.8m 정도 더 큽니다.
그 사이에 중국의 보물인 자이언트판다가 있고요.
[앵커]
아, 판다가 생각보다 덩치가 작네요
[기자]
네, 그리고 북극곰이 몸길이 2.5m 정도로 말레이곰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고요,
가장 큰 곰은 바로 불곰입니다.
[앵커]
불곰은 크기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불곰은 보통 몸길이가 2.8m 이상 되고요, 몸무게도 700~800kg까지 나갑니다.
말레이곰과 비교하면 덩치가 3배 정도 되고요, 몸무게도 12배 가까이 많이 나가는 거죠.
[앵커]
마치 어른과 아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불곰은 정말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데 그래도 덩치가 커서 말레이곰만큼 날렵하지는 않겠어요?
[기자]
그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불곰은 말레이곰처럼 나무를 타기는 어렵지만, 달리기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보통 시속 50~60km까지 달릴 수 있고요,
단숨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초반 스피드는 말보다도 빠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굉장히 날쌔네요?
[기자]
대신에 곰은 신체구조 상 오르막은 빠르게 오르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잘 못 달린다고 합니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산에서 불곰을 만나면 일단 산 아래로 최선을 다해서 뛰어봐야겠죠.
[앵커]
네, 말씀하신 대로 산 아래로 빨리 도망쳐야겠네요. 오늘 이동은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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