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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가장 빠른 동물 치타…달리기 비결은 '가속도'

2023년 09월 20일 16시 17분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동물을 만나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로 알려진 치타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앵커]
치타가 가장 빠르다고 알려져 있기는 한데, 사실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치타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빠른 동물인데요, 시속 80~120km 정도의 속도를 내고 평균적으로 시속 90km로 달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여러 동물들의 속도를 조사해 본 결과, 육지에서는 치타가 가장 빨리 달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바다에서는 청새치가 가장 빨랐고요, 하늘에서는 매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대형 새인 군함조가 가장 빠르다고 아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 연구 결과에서는 매가 가장 빠른 새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이 실제로도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치타가 빨리 달릴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기자]
치타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거나 줄일 수 있고, 운동 방향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연성이 뛰어나서 속도를 내는 데도 유리한 건데요, 치타는 한걸음에 속도를 초속 3m씩 올리기도 하고 반대로 초속 4m씩 줄이기도 합니다. 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인데, 이런 폭발적인 가속과 감속 능력은 치타의 근육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치타가 순간적으로 가속할 때 내는 에너지를 계산해 보면 체중 1kg당 120W 정도로 나타났는데, 경기용 말이 30W, 또 가장 빠른 사냥개로 알려진 그레이하운드가 60W 정도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크기의 에너지인 거죠. 또 치타는 순간 시속 100km 이상 달릴 수 있지만, 오히려 속도를 줄였을 때 사냥에 성공할 확률이 높았는데요, 속도보다는 사냥감을 쫓아서 빠르게 감속하고 방향을 재빠르게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앵커]
자동차 못지않은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이유가 몸 구조에도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치타는 폭발적인 속도를 내기 위해서 몸의 군살을 완전히 줄인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반면에 근육과 뼈는 더 강해졌고요, 또 가슴은 깊어지고 폐는 더 커지면서 많은 양의 산소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호흡기와 혈액 순환계가 진화한 것이죠. 특히 치타의 몸무게는 빠르기와 큰 연관이 있습니다.

치타와 함께 앞서 말씀드린 청새치나 매와 같이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동물들은 그 동물군에서 몸무게가 중간 범위에 해당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독일 연구팀이 474종의 동물을 대상으로 체중과 가속 시간을 비교해봤더니, 체중이 클수록 더 큰 힘으로 빨리 가속할 수 있어서 속도는 빨라지지만, 일정 체중을 넘어서면 속도를 높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오히려 최대 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동물이 너무 무거워지면 힘은 크지만, 큰 근육이 수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려서 전력 질주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 겁니다.

반면 치타의 몸무게는 평균 50kg 수준인데요, 이렇게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근육의 힘은 키운 덕분에 치타가 가장 빠르게 달리는 동물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치타는 걷는 방식도 보통의 고양잇과 동물과는 조금 다르게 진화를 했는데, 갯과 동물처럼 발톱을 일직선으로 노출해서 발가락 끝으로 달리는데, 이렇게 되면 발바닥의 마찰력이 높아지면서 빠른 가속과 순간적인 방향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치타가 사냥할 때는 오히려 속도를 늦춰야지 사냥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치타의 사냥법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기자]
치타는 최대 시속은 빠르지만, 지구력이 약합니다.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은 300m 정도에 불과한데요, 전속력으로 달리면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게 되고 이런 상태가 일정 시간 이상 이어지면 몸 안에 있는 단백질이 변형되면서 생명이 위독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몸에 열이 나면 달리기를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체온을 낮춰줘야 하는데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사냥법을 개발했습니다. 사냥감을 오랫동안 쫓아가기보다는 달려드는 강한 힘을 이용해서 먹이를 한 번에 물어 질식시키는 사냥법을 쓰는데요.

그래서 치타는 넓은 시야로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먹이까지 사정권에 둔 뒤에 조용히 다가갑니다. 보통 50~100m 떨어진 곳까지 다가간 뒤에 폭발적인 속도로 먹이를 순식간에 덮치는 거죠. 길어도 1~2분 안에 승부를 내는 겁니다. 또 치타를 보시면 입이 상당히 작은 편인데요, 먹이의 숨통을 한 번에 끊기에는 턱이나 이빨이 작아서 불리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순간적인 가속도를 이용해서 달려드는 힘을 최대로 끌어올려 먹이를 잡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운동 에너지까지 최대한 키워서 한 번에 승부를 본다'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아주 효율적인 생각이라고 들거든요. 그렇다면 야생에서 경쟁자도 많이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물론 치타가 이렇게 달리기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다른 육식동물에 비해서는 약자입니다. 치타는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다른 포식동물은 물론이고요, 심지어 원숭이 무리에게도 먹이를 빼앗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긴 또 다른 습성이 있는데요, 주로 밤에 사냥하는 다른 육식동물과 달리 치타는 낮에 사냥을 하고 밤에 잠을 잡니다. 치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죠, 치타 얼굴의 두꺼운 검은색 줄도 이런 습성 때문에 생긴 건데요, 검은 줄이 두 눈 안쪽에서 입가 쪽으로 나 있는데 이 줄이 한낮의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여주는 겁니다. 야구선수들이 낮 경기를 하면 눈부심을 막기 위해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 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거죠.

[앵커]
정말 신기한 거 같은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치타가 생존을 위해 몸 구조부터 달리기 실력, 또 사냥법까지 정말 많은 부분을 적응해 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기자]
맞습니다. 이런 치타의 자연 적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출산과 육아인데요, 치타는 기본적으로 모계 사회를 이루기 때문에 수컷은 번식 후 바로 떠나버리고, 암컷이 홀로 새끼를 키웁니다. 그래서 어미 치타의 역할이 아주 큰데요, 어미 치타는 사냥도 혼자 하면서 새끼들도 지켜내야 하는 거죠. 치타의 겨우 새끼가 어릴 때는 등에 솜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어미가 수풀 사이에 새끼를 숨겨놔도 다른 동물의 눈에 잘 띄게 하지 않도록 진화한 결과라고 합니다.

앞서 치타는 생태계에서 비교적 약자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어미는 잡은 먹이도 지켜야 하고 새끼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경계에 엄청난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끼 치타의 사망률은 아주 높다고 하는데, 사자나 표범, 독수리 등이 새끼 치타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치타는 태어난 지 몇 주 안에 죽을 확률이 90%에 달하고요, 이 가운데 78%는 대형 포식자에게 잡혀 먹는 경우라고 합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까, 좀 안타까운데 그만큼 어미의 모성애가 아주 강할 것 같아요.

[기자]
네, 이런 모성애를 보여주는 예로 어미 치타는 먹이를 먹는 방식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통 치타는 사냥한 뒤에 다른 동물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먹이를 최대한 빨리 먹는 습성이 있습니다. 어미는 우선 새끼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뒤에 천천히 먹는다는 것입니다. 더한 경우에는 아예 먹이를 포기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치타는 모성애가 상당히 강해서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앵커]
치타가 굉장히 빠르고 강한 동물이다 이렇게만 생각을 했는데요. 그 뒤에 숨겨진 애환도 있는 동물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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