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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유전자부터 행동까지…사람과 가장 닮은 원숭이

2023년 08월 09일 16시 20분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오늘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알려져있죠.원숭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앵커]
원숭이는 동물원에 가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인데 그런데 사람과 닮은 동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면서요?

[기자]
네, 원숭이는 모두 10개 과, 200여 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원숭이로 알고 있는 여우원숭이나 안경원숭이류는 엄밀히 말하면 학문적으로는 원숭이류에 속하지 않는데요,

이들을 제외하고도 200여 종에 달하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동물원에 가면 일본원숭이부터 개코원숭이, 긴꼬리원숭이 이런 다양한 원숭이를 볼 수 있는데요,

이것도 아주 소수에 불과한 겁니다.

[앵커]
그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숭이, 그러니까 동물원에 가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원숭이는 어떤 종인가요?

[기자]
우리가 원숭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회갈색의 털에 긴 꼬리를 가지고 있고 얼굴과 엉덩이가 빨간 원숭이죠,

마카크원숭이에 속하는 일본원숭이의 대표적인 모습인데요,

보통 몸길이가 50~60cm 정도이고요, 꼬리 길이만 10cm 안팎에 달합니다.

'일본원숭이'라고 불리는 만큼 서식지는 일본인데요,

원숭이류는 주로 열대지방에 분포하고 있지만, 일본원숭이는 전 세계 원숭이 중에서 가장 북부지방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을 제외하고는 영장류 중에서 가장 북쪽에 살고 있는 것인데요,

북방 한계는 일본 아오모리 지역이고 남쪽으로는 혼슈나 규슈, 시코쿠 등 일본 전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보통 낮은 산이나 평지에서 30~40마리가 모여 생활하는데요,

1,500m 정도의 높은 지대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추위나 폭설에 적응된 편입니다.

[앵커]
사실 일본원숭이를 생각하면 눈을 맞고 있는 모습이라든가, 온천에 들어가서 눈감고 즐기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게 북쪽에 사니까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이런 습성이 생긴 건가요?

[기자]
네, 말씀 드린 대로 일본원숭이는 추위에 강한 편이기는 합니다.

털이 긴 편은 아니지만, 겨울이 되면 두터워지면서 체온을 유지해 주는데요,

원숭이들은 이렇게 온천욕을 하면서 추위를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고 생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보호구역에 있는 야생원숭이 가운데 암컷들을 대상으로 관찰해봤는데요,

온천을 마친 원숭이들의 배설물을 분석해 봤더니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20%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원숭이는 서열이 높을수록 목욕을 더 오래 하고 그만큼 스트레스 정도도 낮아졌는데요,

서열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공격적이고 에너지 소모도 클 수밖에 없는데 그 대신 온천욕을 더 오래 해서 이를 보상받는 셈이죠.

이렇게 암컷 원숭이들이 온천욕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되면 번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수명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사람들도 온천하면 굉장히 나른하고 기분 좋잖아요. 원숭이들도 그런 것 같은데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서열이 높으면 더 오래 온천욕을 하는 거 보니깐요 위계질서가 굉장히 엄격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생활도 원숭이가 사람과 비슷할까요?

[기자]
네, 원숭이는 보통 30마리 정도부터 많게는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사는데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힘센 수컷 한 마리가 대장이 되고 이를 중심으로 생활합니다.

또 원숭이 무리에서는 집단 따돌림, 그러니까 '왕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심지어 이렇게 왕따를 당하면 원숭이도 사람처럼 우울증을 앓는다고 합니다.

중국 충칭의대 연구팀이 모두 52개 집단에 속해있는 암컷 원숭이 1천여 마리의 생태를 추적 관찰해봤는데요,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한 원숭이는 사람과 비슷한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이 촬영한 사진인데요,

지금 보시면 A 그림에 있는 구부정한 자세의 원숭이나 B 그림의 파란색 화살표로 표시된 두 마리의 원숭이가 상당히 위축돼 보이죠?

왕따를 당한 뒤 비정상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우울증을 앓는 원숭이들은 그림 E에서 보는 것처럼 구석진 곳에서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원숭이들은 음식을 먹거나 털 손질을 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요,

보통 이렇게 무리의 다른 동료들과 떨어져서 구부정한 자세로 혼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우울증을 앓는 원숭이들은 신진대사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확실히 사람과 비슷한 행동 양상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생김새뿐 아니라 습성이랑 행동도 사람이랑 아주 유사하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 말은 유전적으로 굉장히 비슷하다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실험동물로도 많이 쓰인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기자]
맞습니다. 원숭이는 사람과 유전자 93%가 일치합니다.

그래서 여러 동물실험에 다양하게 사용되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할 때 사람에게 직접 임상시험을 하기 전, 부작용이나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서 원숭이 실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검증 시험 외에도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은 많이 있는데요,

올해 초, 국내 연구팀이 이식용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렇게 신장을 받은 원숭이는 115일까지 생존했는데요,

지난 2014년에 첫 이식을 시도한 지 8년 만에 생존 기간이 100일을 넘긴 겁니다.

최근에는 국내 한 생명공학 기업이 같은 실험을 해서 221일의 생존 기간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기록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인데요,

이런 실험을 통해서 돼지와 원숭이처럼 다른 종 간에 이뤄지는 장기 이식의 거부 반응을 같은 종 간 이식 때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그러면 결국 동물에서 만든 이식용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앵커]
장기 이식까지도 미리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거 보니까 굉장히 고마운 동물이지 않나 싶은데요.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나요?

[기자]
최근에는 중국에서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수정란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자와 난자 없이 배아줄기세포만으로 수정란을 만든 건데요,

이 인공수정란을 원숭이 대리모에 이식했더니 임신도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연구는 사람의 불임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유산의 원인이나 인공수정 후에 착상에 실패하는 이유를 찾는 데에 이런 인공수정란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람과 유전자가 비슷한 만큼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은 조금 더 높은 차원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원숭이가 과학 연구에서는 필수일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널리 사용이 되고 있는데 그런데 최근 이 실험용 원숭이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코로나 19 이후 원숭이 수입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험용 원숭이의 경우 1985년 이후 중국이 사육해서 전 세계로 수출해 왔는데요,

2020년 중국이 원숭이 등의 동물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코로나 19로 백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동물 수요가 커지면서 자국 업체를 보호하고 경쟁에서 앞서나가려고 이런 조치를 취한 건데요,

이 때문에 전 세계에 원숭이 공급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 해 평균 1,500마리 정도의 실험용 원숭이가 필요한데요,

최근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700마리 정도만 공급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특히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있는 미국의 경우는 2019년까지만 해도 원숭이 3만3천여 마리를 사용했고, 이 가운데 60% 정도를 중국에서 수입했는데요,

중국이 공급을 줄이고 가격은 다섯 배 이상 올리면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앵커]
중국이 실험용 원숭이 시장을 굉장히 주도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공급량이 줄어들면 각국의 실험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단순히 중국의 문제라고 할 수 없는 게 또 다른 이유가 이 원숭이 종 보전에도 있습니다. 과학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원숭이 종 가운데 하나가 '게잡이원숭이'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된 실험용 영장류 가운데 95%가 이 게잡이원숭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잡이원숭이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지정돼 있는데요,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게잡이원숭이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면서 '관심 대상'에서 '취약'으로 한 단계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취약 단계가 되면 멸종 위기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입이 제한될 수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일부 과학계에서는 게잡이원숭이를 멸종 위기종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개체 확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이들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종의 감소를 보여주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면서 결정 번복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원숭이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사람과 비슷한 만큼 사람에게 도움 주는 동물이니까 그에 맞은 보호와 보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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