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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전화보다 문자…콜 포비아(Call Phobia) 혹시 나도?

2023년 05월 23일 16시 57분
■ 조연주 / 미디어 심리학자

[앵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소통하는 방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요. 최근 전화로 소통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일명 '콜 포비아'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 에서는 '콜 포비아'란 무엇이고,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콜 포비아(Call Phobia)' 그러니까 전화를 두려워한다라는 뜻이잖아요. 이게 정확히 어떤 건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콜 포비아(Call Phobia)'는 정신건강의학 정식 명칭은 아니고요. Call과 Phobia의 합성어로 전화 공포증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가 생긴 지는 십여 년이 됐지만 최근 가수 겸 배우 아이유 씨가 전화 통화에 대한 어려움을 말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전화가 오면 불안감을 느끼고 통화가 편하지 않아서 전화하는 것을 피하는 증상을 '콜 포비아(Call Phobia)'라고 하는데요. 심할 경우에는 전화벨이 울리는 것만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요.

낯선 사람뿐 아니라 지인이나 심지어 가족과의 전화도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80년대 초~ 2000년대 초에 출생한 MZ 세대로 불리는 2천 73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이 전화 공포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전화 그 자체로 두려워지는 현상인 거 같은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인터뷰]
심리학자들은 전화 통화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일으킨다고 설명합니다. 의사소통의 90% 이상이 '비언어적 요소'에 의해 일어난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커뮤니케이션은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데요. 전화는 100% 구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리고 정신건강의학에서 정식 명칭으로 사용하는 게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신조어가 주목을 받을 땐 사회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는 사회불안의 증상일 수 있거든요.

디지털의 발달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방식이 많이 변했는데요. 그 중심에는 '텍스트'가 있습니다. 우리는 텍스트로 상대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그것을 더욱 편하게 생각합니다.

예전엔 한 시간을 통화하고도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자세한 내용은 메시지로" 하자고 합니다. 사회 흐름과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소통 방식이 변화하게 되는데요. 전화 공포증은 텍스트 기반 소통이 익숙한 젊은 층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저도 콜 포비아까지는 아니지만 이게 무슨 마음인지는 이해가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젊은 층은 그래도 스마트폰을 일찍 접하기도 하고 익숙하니까 텍스트 기반 소통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는 거 같은데 다른 연령층이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건 왜 그런 건가요?

[인터뷰]
'콜 포비아'가 세대를 구분 짓는 현상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성격적인 영향도 큽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거나 전화로 큰 실수를 하거나 비난을 받았을 때도 전화 공포증이 생길 수 있고요. 자신이 말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지,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안 좋게 들리는 건 아닌지, 전화를 거는 시간이 부적절한 건 아닌지 이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는 경우, '콜 포비아'를 겪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혹시 내가 '콜 포비아(Call Phobia)'인가 알 수 있는 증상이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화 공포증이라고 하면 전화가 올 때 불안을 느끼는 증상을 떠올리는데요. 반대로 내가 전화를 걸어야 하는 상황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본인이 전화를 걸 때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는 증상을 보이고, 신호음이 가면 상대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실제로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 더 편하게 안도를 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를 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낼 명분이 확실해진 상황이 더욱 편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콜 포비아를 의심해볼 수 있는데요. 콜 포비아의 증상이 심하면 전화 통화를 거부하거나 대화를 끊은 후에도 긴 시간 동안 불안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앵커]
반대로 내가 전화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긴장을 느끼고 또 불안하다. 혹은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안도감을 느낀다. 이렇다면 콜 포비아를 나도 좀 의심을 해봐야 한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혹시 이것도 다른 공포증처럼 치료가 필요한 영역인가요?

[인터뷰]
전화 공포증은 정신의학적 문제는 아닙니다. 의학적으로 정의 내릴 수는 없고, 전화 회피에 가까운데요. 정신과 질환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는 사회 불안장애의 한 가지 증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불안장애란 뚜렷한 원인 없이 생기는 불쾌하고 모호한 두려움으로 표현되는 기분 상태를 뜻하는데요.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콜 포비아'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지만, 사회 불안장애 증상으로 진료받는 사람들 중에는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화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이나 공포는 객관적인 실재가 아니라 개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사적인 생각이나 감정일 뿐입니다. 불안은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피하기 위해서 힘겨워하는 것이죠. 하지만 힘겨운 것을 회피하려고만 한다면 결국 그 어떤 것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앵커]
네, 회피하지 않는 자세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런 콜 포비아도 내가 노력을 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네, 그럼요.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데요. 먼저, 일상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묻고 수다를 나누는 등 짧은 통화를 시도하면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보면 좋은데요. 콜 포비아 증상이 있다면 전화를 피하기보다는 우선 반복적인 통화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요즘은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외나 강의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일부 기업에서는 전화 응대와 관련한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고, 비즈니스 교육 과정에서 전화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스킬을 훈련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그럴 땐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앵커]
생각보다 크게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가 보군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콜 포비아'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걸까요?

[인터뷰]
부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는 왜곡된 인지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인지 왜곡은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경험 등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데요. 우리가 실수를 반복하거나 문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인지재구성은 전화를 하는 상황의 부정적 인식을 현실적 인식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적 사고를 전화 통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과정입니다.

전화하는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노출을 통해 수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전화 통화에 대한 사전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요. 다만 불안감에 시나리오를 너무 많이 만들거나 지나치게 의지하게 될 경우 사전 시나리오가 없이는 전화를 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까 최소한으로 수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오늘은 전화를 두려워하는 증상 콜 포비아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봤는데 소통을 위한 전화가 오히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게 된다고 하니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전화가 두렵다면 알려주신 대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좀 기울여 보시는 게 필요할 거 같습니다.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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