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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조커'가 꽂힌 그림…프랜시스 베이컨의 생애·대표작

2023년 05월 19일 17시 23분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팀 버튼' 연출의 영화 '배트맨'의 인물 중 '조커'는 이 화가의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말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바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입니다. 특유의 기괴하고 충격적인 느낌의 작품으로 20세기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생애와 대표작, 작가가 그렸던 삼면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데미안 허스트와 채프먼 형제 이렇게 굵직한 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영국 현대 미술의 거장이라고 하는데요. 프랜시스 베이컨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인으로 1909년에 태어났습니다. 부유하면서도 엄격한 가정에서 태어난 프랜시스 베이컨은 보수적이었던 아버지와 어린 시절부터 갈등이 심했다고 하는데요. 베를린에 있는 삼촌의 집으로 보내지면서 베를린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서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후 파리로 이동해 1년여 동안 거주하다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간 베이컨은 1920년부터 30년대 초반까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다가 본격적으로 작가로서 활동하게 되고요, 1925년에 피카소의 '세 명의 무용수'라는 작품을 접하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게 되거든요.

이때 베이컨이 자기 비판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자신이 그린 그림 일부를 파기하기도 합니다. 이후 1930년에 첫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베이컨은 인간 내면의 우울감이나 또 불안한 감정 등을 소재로 삼아서 주로 지인들을 모델로 초상화와 자화상을 많이 그렸습니다.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보다는 보이는 것을 특유의 방식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게 특징이기 때문에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린 인물화에서는 뒤틀리거나 뭉개진 얼굴과 신체 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앵커]
또 프랜시스 베이컨이 영화 속 캐릭터인 '조커'가 굉장히 사랑한 작가다.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요, 이게 어떤 이야기일까요?

[인터뷰]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은 많은 영화에도 등장할 만큼 감독이나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 '인셉션'을 제작할 당시에 프랜시스 베이컨과 그 작품을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영화 속 캐릭터죠, '조커'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좋아했다는 연출도 있었는데요. 1989년 팀 버튼 연출의 '배트맨'의 한 장면에서 조커가 미술관을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벽에 걸린 작품들을 훼손하다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앞에 멈춰 서서 부하에게 '이 작품은 마음에 드니 그냥 둬'라는 대사를 하거든요. 이처럼 베이컨은 수많은 예술가와 작품에 영감을 준 '예술가들의 뮤즈'이기도 합니다.

[앵커]
조커의 캐릭터를 생각해본다면 좋아할 만한 작품이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나라의 이건희 컬렉션에도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이 있다고요?

[인터뷰]
네,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은 이미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데요. 한국 미술품뿐만 아니라 서양 유명 작가의 작품 컬렉션도 굉장히 뛰어나죠.

특히 그중에 오늘 소개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방 안에 있는 인물'이라는 작품입니다. 1962년에 그려진 작품으로, 어두운 푸른 빛의 실내를 배경으로 누워있는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어린 시절부터 동성애자로, 작품 속에도 나체의 남성을 많이 그렸는데요.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로 프랜시스 베이컨 특유의 왜곡되고 뒤틀려있는 남성의 신체 묘사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어두운 배경인 데다가 창문이나 문도 그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소 답답하고 불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각박한 삶과 사회 안에서 늘 '주변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작가 본인의 개인적인 강박관념도 표현했습니다.

[앵커]
지금 나오는 그림도 그렇고 약간 그림들이 굉장히 불안하고 어둡게 느껴지는데요. 프랜시스 베이컨 대표작으로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지금 같이 보시는 작품은 1946년에 그려진 'Painting'이라는 작품입니다. 린넨에 유화로 그려진 작품으로 가로 132cm, 세로 198cm 사이즈의 꽤 큰 작품인데요. 뉴욕 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작품 중앙에 검은색 우산을 쓴 인물 또는 침팬지처럼 보이는 존재가 마이크를 앞에 두고 연설하는 것 같은 모습인데요. 그 뒤로 사람의 시체로 보이는 것이 십자가 형태로 매달려있습니다.

또, 앞으로는 재단처럼 보이는 테이블 위에 고기들이 놓여있는 게 마치 정육점의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요. 붉은 색감의 배경까지, 이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굉장히 기괴하고 공포스럽기도 합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이 작품을 그렸는데요. 작품 속의 침팬지처럼 묘사된 인물의 모습이 당시 영국 정치인의 검은 정장 차림새와 비슷하다는 해석도 있고요, 이처럼 베이컨은 작품을 통해서 인간이 지닌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면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끄집어내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아주 능한 작가였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보여 주셨는데 아마 예리한 분들은 느낌이 뭉크와 좀 닮았다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실제로 뭉크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21세기의 뭉크라고 불리 우기도 할 만큼 둘의 작품 분위기가 굉장히 비슷한 부분도 있는데요. 특히 뭉크의 대표작이죠, '절규'라는 작품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뭉크가 작품을 통해 묘사하는 고통스러운 얼굴 이미지가 베이컨이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부정적인 내면 심리와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베이컨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뭉크의 '절규'처럼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진짜 지금 보니까 정말 비슷한 거 같기도 한데요. 또 프랜시스 베이컨이 '삼면화'를 즐겨 그렸다. 이런 이야기 있던데 삼면화가 도대체 뭘까요?

[인터뷰]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들을 중에 3개의 화폭이 하나의 작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삼면화'라고 하는데요. 트립티크 형식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삼면화는 사실 오래전부터 그려진 성화, 즉 종교화의 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베이컨은 삼면화 형식을 통해서 보는 이들에게 더욱 다양한 자아와 내면을 드러내도록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종교에서 쓰이는 방식 중에 하나였군요. 그렇다면 삼면화 대표작도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지금 보시는 작품은 '십자가 책형을 위한 세 습작'이라는 작품입니다. 1944년에 그려진 작품으로 3개의 화면으로 나뉘어져서 그려졌죠. 붉은색 배경에 우리가 아는 인간이나 동물의 형상이 아닌, 괴생명체의 모습을 한 존재가 각각의 화면에 그려져 있습니다.

고통스럽게 뒤틀려있는 것 같은데요,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 작품의 3개의 화폭을 통해 인간의 감정 중 ‘슬픔, 공포, 분노’를 나타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지닌 수많은 감정 중에서 특히 본능적이면서도 부정적인 감정들이죠. 베이컨은 이런 모습들이 가장 인간의 본모습에 가깝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또 프랜시스 베이컨이 친구를 그렸던 작품이 미술품 경매에서 굉장히 높은 금액에 낙찰됐었다고 하던데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삼면화 형식 작품인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가지 연구'라는 작품이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1억 4천여 달러, 한화로 약 1,800억 원에 낙찰됐는데요.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루치안 프로이트'라는 화가이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절친한 동료를 모델로 한 작품입니다.

3개의 화폭에 각각 다른 시점으로 바라본 프로이트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이 작품은 베이컨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덜 기괴하고, 조금은 안정된 분위기가 돋보이죠. 하지만 역시 베이컨 특유의 왜곡된 묘사는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이 작품은 2013년 경매 전까지 각각 흩어져있었다가, 한 컬렉터에 의해서 다시 모였다고 하고요. 이후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되면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높은 낙찰가의 이유 중에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절친했던 프로이트가 모델이라는 점 그리고 특히 '삼면화' 형식이라는 점 등이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아주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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