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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보고서] 무섭기만 한 혈액암?…적극 치료로 완치 가능

2023년 02월 13일 16시 41분
■ 현신영 / 강남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앵커]
지난 4일은 국제-암예방-연합이 제정한 '암의 날'이었죠?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세부 종류가 100여 가지나 되는 혈액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혈액암은 피를 타고 전파돼 일단 발병하면 쉽게 퍼질 수 있지만 적극적인 치료로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강남 세브란스병원 혈액 내과 현신영 교수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폐암이나 위암, 이런 고형암들은 익숙하고 이해도 쉬운데 '혈액암'은 여전히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거든요. 먼저 혈액암이 정확히 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인터뷰]
혈액암이란 혈액세포에서 암이 생기는 것을 혈액암이라고 합니다. 혈액세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는데, 골수는 골반뼈 안의 물렁뼈 사이사이에 존재합니다. 여기에서는 가장 초기 세포인 조혈모세포부터 시작해서 여러 분화 단계를 거쳐 성숙한 혈액세포인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분화가 완성된 세포들이 혈관을 통해 전신을 순환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혈모세포 단계 또는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단계에서 세포가 어떤 손상을 받거나 유전적 변화를 받아서 암세포로 변화하고 암세포가 증식하면서 생기는 것이 혈액암입니다. 혈액암의 대표적인 종류는 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 골수종이 있습니다. 각각의 혈액암마다 또 급성이냐 만성이냐, 암세포의 기원이 어느 단계의 세포이냐에 따라 다양한 세부 종류들이 있습니다.

[앵커]
네, 혈액암 종류만 들어도 참 치유하기 어려운 질병이겠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혈액암에 걸리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이 질문은 혈액암으로 진단된 환자분들이 많이 궁금해하시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굳이 원인을 꼽자면, 백혈병의 경우에는 기존에 골수증식질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재생불량 빈혈 등 다른 혈액질환이 있는 경우, 그리고 다른 암으로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받은 경우 등에서 발생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림프종의 경우, 고농도의 방사능 노출된 경우, 또는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면역결핍 환자, 장기 이식 후 면역억제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EBV, HIV, helicobacter pylori 와 같은 특정한 바이러스 질환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앵커]
다양한 원인을 말씀해주셨지만 대부분은 원인이 불분명하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조금 답답한데요, 혈액암에 일단 걸리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인터뷰]
혈액암이 생기면 골수 면적의 많은 부분을 암세포가 차지하게 되면서 정상적인 혈액 세포를 만드는 골수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 세포의 개수가 부족해지는 혈구감소증이 나타납니다.

적혈구가 부족한 것이 빈혈인데, 빈혈이 있을 경우 얼굴 또는 결막이 창백해지고, 쉽게 피곤해지며, 산소운반능력이 감소하면서 운동 시 맥박이 빨라지거나 호흡곤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가 부족해지는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발열 및 감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지혈을 담당하는 혈소판이 부족해지는 경우, 코피가 자주 난다든지 상처 부위에 출혈이 잘 멎지 않는다든지, 또는 피하, 구강 점막 내에 점상 출혈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뇌출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악성 림프종의 경우에는,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서 림프절이 커져서 단단한 촉감으로 만져지는 증상이 잘 나타납니다. 그 외에도 원인 불분명한 발열이 지속 되거나, 체중 감소, 밤에 식은땀이 많이 나는 것도 혈액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앵커]
정말 다양한 증상이 있는데 그러면 혈액암 여부는 어떤 방식으로 진단하나요?

[인터뷰]
대부분의 혈액암은 말초 혈액검사를 통해 발생을 의심한 후 골수조직생검을 통하여 진단합니다. 골수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혈액세포들이 만들어지는 공간입니다. 골수검사를 하자고 하면 환자들의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골수검사는 통증이 수반되기는 하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은 검사입니다. 골수검사는 골반뼈 안에 있는 골수액을 바늘로 흡인하여 채취하는 검사로, 골반뼈 뒤쪽 가장자리 위쪽을 부분 마취 후에 굵은 바늘로 찔러서 시행하게 됩니다.

골수검사를 통해 현미경으로 암세포의 모양을 확인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릴 뿐만 아니라, 골수검사에서 획득한 세포들을 이용해서 면역표현형검사, 유전자검사 등을 추가함으로써 병기 설정, 위험도 분석, 치료 후의 재발률 예측 등 예후 결정까지 하게 되기 때문에, 아주 필수적인 검사입니다.

진단을 위해 골수 검사 외에 다른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요, 림프종의 경우 골수에는 병이 없고 림프절에 덩어리를 만들기 때문에 초음파나 CT, PET 등의 영상 검사를 통해 림프절 침범 부위를 확인하고, 부분 마취 또는 전신 마취 하 수술을 통해 림프종이 의심되는 림프절 1개 이상을 절제하는 절제 생검을 시행합니다.

[앵커]
그런데 교수님께서 조금 전에 증상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때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찰하면 스스로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혹시 자가진단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안타깝지만 자가진단 방법으로 효과적인 것은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림프절의 크기가 커져 있는 것을 목이나 쇄골뼈 상부, 겨드랑이, 서혜부 등에서 만져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림프절이 커지는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고, 이 경우 대부분 발열, 압통을 동반합니다. 이와 다르게 2 cm 이상 크기이면서 통증을 동반하지 않은 림프절 비대, 촉진 시 고무와 비슷한 감촉이 있는 경우 암으로 인한 림프절 비대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혈액암 진단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그렇다면 혈액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인터뷰]
혈액암의 경우에는 1기라 하더라도 골수에서 발생하여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혈액암의 특성 상 수술이나 방사선 같은 국소적인 치료보다는 전신적인 치료인 항암화학요법이 기본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세부 종류나 기수에 따라 다르지만, 혈액암은 대체로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편이라 항암제 치료 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질환의 진행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암세포를 다 없애는 관해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다른 암의 치료에 비해서 항암제의 강도가 높고 독성도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항암제 외에도 표적치료제를 추가해서 치료하기도 하고, 특정 질환에서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재발율을 낮추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궁금한 게 다른 암과 비교할 때 혈액암의 완치율은 높은 편인가요?

[인터뷰]
완치율은 혈액암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혈액암의 완치율이 다른 암에 비해서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수가 3기나 4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고강도항암치료,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를 목표로 치료를 하고, 이 중에도 완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는 완치율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혈액암의 완치율은 5년 생존율로 보았을 때 50% 정도라고 말할 수 있고요, 공격성이 낮은 혈액암이거나 기수가 낮은 혈액암들은 8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기도 합니다.

[앵커]
아무래도 혈액암 가운데 많이 알려진 암이 백혈병이지 않나 싶은데요, 백혈병 어느 정도 위험한 병이며,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가요?

[인터뷰]
혈액암의 대표적인 종류 중 한가지가 백혈병입니다. 골수에서 성숙한 백혈구가 되어야 되는 세포들 중의 일부가 암세포로 변하여 발생하게 됩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및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전신 쇠약, 발열, 출혈 등의 증상과 함께 혈액 속의 백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몇 배 이상 높아지면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3개월 내에 급속도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초기에 감염이나 출혈 등의 합병증도 많고,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수개월 내에 사망에 이르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치료법의 발달로 인해 전체적으로 5년 생존율이 50% 이상 되고, 완치가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서 완치를 목표로 치료하는 병입니다. 만성 백혈병의 경우, 급성과는 임상 양상이나 치료가 많이 다른데, 한 예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에는 경구 표적체료제 복용을 지속하면서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병입니다.

[앵커]
네, 지금 이 순간에도 혈액암과 싸우고 계신 환자분들, 그리고 보호자 분들이 계실 텐데요. 많은 분들에게 '완치'라는 희망의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겠습니다. 강남세브란스 병원 현신영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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