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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검색 시장의 판도를 바꿀 챗GPT가 온다

2023년 01월 30일 17시 09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요즘 스마트폰이나 스피커를 이용해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는 오늘 날씨를 알려주거나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등 일상생활 속의 간단하고 초보적인 내용으로 주로 이뤄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최근 전문적인 답변까지 가능한 새로운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가 등장해 열풍을 몰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저도 보도를 보니깐 글로벌 일일 사용자 수가 40일 만에 천만 명을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정확히 챗GPT가 무엇인가요?

[기자]
우선 이름부터 살펴보면요. 챗GPT는 대화를 의미하는 챗과 생성적 사전 학습의 축약어를 합쳐서 만든 것으로, 오픈AI라는 곳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을 말합니다. 인공지능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한 단어뿐 아니라 단어 여러 개를 연속해서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생성모델이라고도 부르고 있는데요.

그동안 생성AI 모델은 이미지나 음성, 영상을 중심으로 발달해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음성기반 AI비서가 그 예인데요. 텍스트 기반이 만들기 쉬울 것 같은데 텍스트 기반의 생성 AI는 개발이 늦은 편입니다. 그 이유가 사람의 언어는 매우 복잡 미묘해서 구조나 의미를 기계가 이해하도록 훈련 시키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픈AI는 2018년 처음으로 GPT1버전을 선보인 이후, 인간의 뇌 신경세포에 해당하는 파라미터를 꾸준히 늘려 초거대AI 모델을 개발해왔는데요. 이번에 나온 버전은 이전 GPT3 버전의 오류를 개선한 GPT3.5 버전으로 지난해 11월 말에 공개했습니다. 챗GPT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해 공개 5일 만에 사용자 수가 100만 명을, 40일 만에 천만 명을 넘었습니다.

[앵커]
'오픈 AI'라는 곳에서 챗GPT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말 대단한 회사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기업은 어떤 곳인가요?

[기자]
오픈AI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링크드인 리드 호프먼, 피터 틸 클래리엄 캐피털 사장, 샘 올트먼 와이컴비네이터 사장 등이 모여 지난 2015년에 만든 회사인데요. 이들은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오픈AI를 세웠는데, '오픈'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집단 지성, 협업 등을 가치로 삼고 있고요. 그래서 오픈AI에서는 GPT 모델들 및 소스를 개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오픈AI에 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조3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존 AI와 챗GPT는 다른 점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챗GPT는 상세한 일상대화는 물론 논리적인 답변도 가능한 게 장점입니다. 어려운 질문에 답을 제시할 수 있고, 장문의 글도 요약해줍니다. 심지어 주제어를 제시하면 시나 소설을 창작하고, 코딩도 전문가급으로 작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챗GPT에 "너는 뭘 할 수 있어?"라고 추상적인 질문을 써보니 자연어 이해, 그러니까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데 뛰어나 질문에 답변하거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요. 그 예로 이력서 작성과 기사 작성을 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앞서 챗GPT가 시나 소설도 쓸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사람이 쓴 것처럼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요?

[기자]
저희가 실제로 챗GPT에게 시 창작과 연애 상담에 관한 질문을 해봤는데요. 화면을 함께 보면서 설명 드릴께요. "추위를 주제로 시를 만들어줘"라고 질문을 작성하자 시 한편이 바로 작성됐는데요. '눈이 내리며 바람이 차가워지며 추위는 깊은 공포를 안고 있다 나는 나의 작은 옷차림으로 추위를 받아내려 힘들게 살아간다' 이렇게 작성 했습니다. 보시니깐 어떠세요?

[앵커]
보통 실력이 아닌데요? 정말 사람이 쓴 것 같습니다. 그럼 연애 상담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고백 해야 할까?라고 물어봤는데요. 챗GPT는 고백하기 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고백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앵커]
연애 상담이 제일 어려운 데 GPT는 잘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도화된 성능으로 인해 실제로 챗GPT가 과학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가 되고, 로스쿨 시험도 통과했다는데요, 사실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 의학 논문 사전공개사이트에는 챗GPT가 세 번째 공저자로 올랐는데요. 영국 맨체스터대 시오반 오코너 교수가 발표한 논문으로, 동료 과학자들의 심사를 거쳐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챗GPT을 공동교신저자로 등재했습니다. 또, 미국의 미네소타대학 로스쿨 교수들은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를 사용해 졸업시험 4개 과목을 시험 본 결과, 평균 C+의 성적으로 챗GPT가 모든 과목을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명문 MBA 과정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도 '챗GPT'가 필수과목 기말시험에서 B나 B- 학점을 받았습니다.

[앵커]
사실 듣자마자 이 생각을 하긴 했는데 미국에서는 챗GPT로 과제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던데요. 참 편리하긴 한데, 이런 부정 행위을 걸러낼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기자]
사람이 인공지능이 쓴 글을 구분하기란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도 있거든요.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챗GPT에게 미국의학협회저널, 랜싯, 네이처 메디슨 등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참조해 논문 초록 50편을 작성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논문 초록을 실제 연구자들과 표절 전문프로그램에 AI 제작물 여부를 검사했습니다. 그 결과, 챗GPT가 쓴 초록은 표절 검사를 100% 통과 했습니다.

그러니깐 표절이 아니라고 나온 거죠. AI 제작물 여부를 검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66%가 기계가 썼다고 답했고요. 그러니깐 전체를 걸러내진 못 한거고, 의학 연구자들도 10편 중 3편 정도는 AI가 쓴 초록이라는 것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표절 검사를 통과했다는 게 인터넷에 있는 것을 인용해서 쓴 게 아니라 GPT가 정말 생각해서 썼다는 그런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사람도 기존 프로그램도 챗GPT가 쓴 글을 구분하지 못한다니 조금 무섭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만약 챗GPT가 작성한 답변에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다면 더 위험하진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공개된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내용을 답변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신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데요. 게다가 영어 기반의 데이터 학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한국어 번역에서 오는 오류, 또는 잘못된 해외 관련 정보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챗GPT가 잘못된 답변이라도 사실처럼 보이게 설득력 있는 답변을 빠르게 보여준다는 건데요. 만약 사용자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알고 있지 않다면 챗GPT의 답변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챗GPT를 포함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요.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연구 논문의 저자로 인정될 수 없고 이를 사용할 경우 논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네이처는 연구방법의 투명성과 저자의 진실성은 과학 발전의 기초라고 강조하면서 대규모 언어모델이 만든 문장을 찾는 기술 또한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들으면서 이 AI에 '윤리의식을 심어야 하나' 이런 걱정도 좀 드는데요. 실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깐 최첨단 AI가 머지 않아 등장 할 것 같은데 챗GPT가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가장 크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기자]
가장 먼저 위협받고 있는 분야는 검색 시장입니다. 챗GPT의 급부상으로 구글 경영진은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챗GPT에 달 기지 건설이 미국의 우주 탐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라고 질문을 쓰면 "달 환경의 깊이 있는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태양계 다른 목적지로 가기 위한 발판을 제공할 것입니다"와 같은 문장으로 정리된 답변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구글에 같은 질문을 검색하면 해당 단어가 포함된 기사와 책 등 웹페이지가 뜨게 됩니다. 키워드 중심의 검색에서 대화하듯 내용을 요약해 알려주는 챗봇형 검색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검색 서비스를 비롯해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와 오피스 프로그램에까지 오픈AI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해 곧 검색 인터페이스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오픈AI는 이르면 상반기에 GPT4를 공개할 예정인데요. 챗GPT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고 학습하고 추론했는데, 앞으로 공개할 GPT4개 100조 개의 매개변수를 갖게 될 것이라 그 성능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단순한 키워드를 묻는 기존 AI에서 나아가 상황에 대한 생각이나 판단까지 해 줄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고 하니 굉장히 놀라운데요. 앞으로 챗GPT가 불러올 큰 변화에 많은 보완 장치들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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