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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침묵의 살인자 '췌장암' 발병 원인 따라 6가지 유형으로 분류

2023년 01월 09일 16시 59분
■ 장진영 /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췌장암에 대해 얘기해 볼 텐데요. 우선 양훼영 기자의 리포트부터 보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췌장암.

췌장이 몸속 깊숙이 위치해 초음파와 혈액 검사로 조기 진단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암이 커지기 전까지 증상이 없는데,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주변 혈관과 장기로 암이 퍼진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1.5%인 것에 비해 췌장암은 15.2%에 불과합니다.

환자 대부분이 치료 불가능 상태에서 진단받는 것도 있지만,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치료 반응성이 없는 항암제를 투여받기 때문입니다.

[장진영 / 서울대병원 교수 : 실질적으로 췌장암 환자들은 진단 당시에 약 40%가 간이나 뼈나 이런 데 전이로 발견되고, 한 30% 정도에서 인접한 주변 장기에 혈관이라는 것이 침범이 있어서 수술을 못 하는 상태로 (병원에 오십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췌장암 환자별 맞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찾아냈습니다.

췌장암을 발병 원인에 따라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150명의 실제 췌장암 환자로부터 암 조직과 혈액 시료 얻어 유전 단백체 분석을 한 결과, 6가지 유형에 따라 발병 원인 유전자와 신호전달경로가 다른 걸 확인했습니다.

[남도운 / 고려대 화학과 박사(제1저자) : 단순히 췌장암이 한 가지 암이 아니라 6가지 아형으로 분류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실제로 각 아형이 서로 다른 분자 기전에 의해 발병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유형별로 췌장암 발병원인과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실제 동물의 췌장에 암세포를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서도 검증했습니다.

분석 결과, 6가지 유형 가운데 치료 예후가 가장 나쁜 유형은 암세포 증식이 많고, 높은 전이성을 보여, 예후가 좋은 유형보다 생존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습니다.

[이상원 / 고려대 화학과 교수 : 가장 치료 성적이 좋지 않은 아형을 우리가 알아낼 수 있었고, 이 아형에 속해 있는 환자들은 다른 아형에 속해 있는 환자들에 비해서 암 과정에서 침윤 신호가 나오고 세포 증식 신호가 많이 증가 되어 있었고 반면에 면역 신호는 굉장히 낮아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췌장암 분류 기술을 의료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진단기술로 개발해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했습니다.

또한, 췌장암 아형별 특징에 맞는 맞춤형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져 난공불락이었던 췌장암을 정복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됩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앵커]
네, 지금 리포트 보고 왔는데요. 우선 췌장암이 왜 이렇게 무서운 암으로 불리는지 다시 한 번 정리해주시죠.

[기자]
앞서 보셨던 대로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살펴보면 알 수 있죠. 15.2%입니다. 그러니까 췌장암 환자 10명 중 8명은 5년 안에 거의 목숨을 잃는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랑 비교해보면 5분의 1 수준이고요. 우리나라는 5년 생존율이 많이 올라간 편인데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이 5%대라고 굉장히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췌장암이 최악의 암이 된 데에는 크게 3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는데, 우선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췌장에 암이 생겨도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고, 복통 등 병증이 나타났다 이 상태로 병원에 가면 이미 상당히 병이 악화된 상태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수술이 까다롭다는 게 문제인데요. 췌장암은 수술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의 치료법인데, 췌장암 진단을 받은 시점에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한 20% 정도 미만으로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췌장암 3, 4기에 발견되는데, 3기는 암세포가 췌장 주변 혈관을 침범한 상태를 말하고, 4기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수술이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조기 발견이 어려워서 생존율도 낮은 거고 그리고 수술까지 어렵다라는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뭔가요?

[기자]
만약에 수술을 하거나 수술이 어려운 분들 암 환자를 대상으로 우리가 항암 치료를 하잖아요. 그런데 췌장암은 항암 치료 결과도 좋지 않아서 재발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 크다는 점이 세 번째 이유입니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걸리는 7대 암을 살펴보면요. 갑상선암,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순입니다. 그리고 여덟 번째가 췌장암인데요. 일곱 번째 암까지는 대부분 국가 건강검진을 통해서 우리가 조기에 발견을 많이 하고 그래서 최근 많은 암 환자들이 초기 단계인 1기 때 많이 병기를 발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술하면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올라가고, 어떤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도 생존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췌장암은 수술하더라도 재발이 잦은데 이 때문에 수술 후에 5년 생존율만 살펴봐도 30% 정도로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게다가 췌장암의 발병 원인 또한 아직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현재 환자 대부분이 치료 반응성이 없을지라도 항암제를 우선 투여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까 췌장암 치료 기술의 향상이 필요할 거 같은데 국내 연구진이 췌장암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찾아냈다고 했는데 어떻게 췌장암을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던 건가요?

[기자]
지금까지는 췌장암에 대한 기초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대부분은 소수 몇몇의 암세포를 가지고만 실험을 했습니다. 그러면 유전체 변이 그러니까 DNA의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DNA 변화들의 어떤 기능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탐색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췌장암 환자 중에서 어떤 환자에게 어떤 항암제 효과가 있는지 또 효과가 없는지 이런 것들은 거의 밝혀낸 적은 없었습니다. 유전체, 그러니까 DNA에 변이가 생기는 기초적인 연구만 하면 사실 변이가 생겼다고 해서 모두 암세포가 되는 건 아니라고 해요. 유전체 변이가 단백체 변화로까지 이어져야지 결국에는 암세포가 되는 건데, 유전체 분석 그리고 단백체 분석을 지금까지는 각각 따로따로 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이 두 개를 통합해서 분석을 하고 원인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또 최신 연구 트렌드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고려대와 서울대, 서울대병원 등 공동연구진이 150명의 췌장암 환자로부터 암 조직 그리고 혈액 시료에서 유전 단백체 연구를 동시에 진행을 한 겁니다. 그 결과 췌장암이 6가지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확인을 했고요. 실제로 유형별로 다른 분자 기전, 그러니까 각각의 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도 달랐고, 그리고 그 유전자들이 어떤 신호전달체계를 겪는지 이런 것도 차이가 있다는 것도 찾아냈습니다.

[앵커]
사실 췌장암은 순한 암 또 독한 암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는 했는데 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니까 참 놀라운데요. 유형별로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기자]
가장 크게는 유형별로 생존율의 차이가 크게 드러났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췌장암에 딱 맞는 항암제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항암 치료를 할 때 대표적으로 쓸 수 있는 항암제를 몇 가지를 우선 써보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반응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췌장암을 유형 분류를 해보니까 실제로 치료 예후가 가장 나쁜 유형은 가장 좋은 유형보다 생존율이 3분의 1 정도 낮았습니다. 같은 항암제를 써도 더 많은 사람들이 생존으로 가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연구진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했던 내용이 또 뭐가 있느냐면요. 췌장암 환자에게서 얻은 암세포에서 배양한 세포주를 쥐의 췌장에 직접 이식을 해서 실제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병들이 그대로 나타나는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암세포의 발현을 분석을 해본 건데요.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유형에서 면역 억제 기능을 할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세포가 발현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확인을 했고요. 실제로 세포 증식은 물론 주변 조직이나 세포로 번지는 침윤 또한 높은 것으로 쥐 실험 결과 확인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연구로 의료 현장에서 기대해볼 만한 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이번 연구로 췌장암이 한 종류가 아니라 6종류로 우선 구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유형에 따라 발병 원인 유전자가 달랐다. 이런 점들을 알게 됐고요. 같은 췌장암이라도 서로 다른 접근을 하고 같은 항암제도 다른 효과가 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알게 됐는데 이게 그동안에는 임상으로 환자에게 쓸 때만 알았지만, 이제는 세포 수준에서도 그 결과를 확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형 분류를 통해서 항암제 효과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 거고요.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추가 연구가 진행이 된다면 6가지 췌장암 유형에 따라 최적의 효과를 내는 항암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했고요. 또, 현재 글로벌 제약사에서 췌장암에 맞춤 신약을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 신약이 췌장암 유형에 따라서 6가지 유형에 따라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앵커]
췌장암을 정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췌장암 환자가 병원에 가면 자신의 암이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아직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번 연구는 네이처 캔서에 실린 연구성과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한 수준은 사실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병원에서 쓰는 진단장비에서 췌장암 유형을 판정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해서 국내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한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 90% 이상의 정확도로 췌장암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기술개발 완료돼서 식약처 인증 등의 과정을 거쳐야 병원에서 직접 췌장암 유형 판정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곧이어서 빠른 시간 안에 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들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이번 연구가 실질적인 치료와 빨리 연계가 돼서 많은 환우들에게 희망의 길이 빨리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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