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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거창한 연초 계획, '작심삼일' 되고 마는 이유는?

2023년 01월 03일 17시 02분
■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새해가 시작되면서 운동이나 금연, 자기계발 등 연초 계획 세우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하지만 계획을 오래 이행하지 못하고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목표를 금방 포기하게 되는 '작심삼일'의 심리에 대해서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이 밝았습니다.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저도 새해가 되면서 많은 계획을 세웠는데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작심삼일을 하게 되는 심리적인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1월 1일만 되면 새해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잖아요. 벌써 1월도 시작이 되었는데요. 보통 계획을 시작하고 3일 정도 지나면 갈등이 생기는데요. 여러분도 혹시 그런 마음이실까 궁금한데요. 1월 1일이라는 날짜의 힘은 워낙에 강력합니다. 여기서 참 아쉬운 점이 계획은 세우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에요. 오늘은 연초 계획이 실패하는 심리적 이유를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연초에 세우는 계획 자체가 작심삼일을 넘기기 힘들게 설정된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대부분 연초 계획은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거나, 실행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져서 모호한 목표에 그치고요. 새해도 새로운 동기와 의지로 끌어가려고 하죠, 문제는 인간의 동기와 의지는 매번 바뀐다는 점입니다.

[앵커]
학창 시절에 방학이 되기 전에 세웠던 시간표처럼 거창하게 세워둬서 이루기 어려운 거 같은데 이번 계획은 욕심을 버리고 이룰 수 있는 계획들로 세워봐야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또 그것뿐이 아니겠죠?

[인터뷰]
네, 우리가 좀 자세히 보면 좋을 거 같아요. 우리가 보통 연초 계획을 세울 때 달성 시 좋은 점(bright side)에 과도하게 집중해요. 그럴 경우, 달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희생(dark side)을 간과하게 되는데요. 과정에서 필요한 희생이란 건 "심리적 장벽" 이를테면, 들여야 하는 시간이나 추가적인 에너지, 귀찮음 등을 극복하는 마음의 힘, 어려운 일을 감당해야 하는 골치 아픔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 심리적 장벽을 포함하지 않은 계획은 달성 가능성이 작을 수밖에 없겠지요.

[앵커]
계획이 거창하더라도 내가 이걸 이룰 수 있는 어떤 마음이 있다면 달성할 수가 있는 건데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사소한 계획이라도 지킬 수 없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그런데 작심삼일을 반복하게 되면 내가 자꾸 실패만 하는 거 같다는 우울감에 빠지는 거 같은데 작심삼일이 실패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그래서 '실패'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어요. 이때 실패란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이라고 나와 있더라고요. 계획한 대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전적 의미를 대입하면 실패로 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중요하게 생각해 볼 건 '왜'결과가 계획한 대로 안 나왔을까 분석해보는 접근이라고 말씀해드리고 싶어요.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보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장벽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
계획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뤄나가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그런데 앞서서 심리적 장벽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는데. 심리적 장벽을 생각을 하면 부담스러워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경우도 있을 거 같거든요?

[인터뷰]
그래서 연초계획을 세울 때 중요하게 생각해 볼 점이 바로 "내가 이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계획을 이행하고 싶은가?"입니다. 핵심은 '감수하는 마음'인데요. 예를 들어, 이직이라는 계획을 세울 때에도 지금 회사에서 감수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잖아요? 재미나 성취감이 없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도전적이더라도 재미와 성취감을 확보할 수 있는 회사를 찾게 되고요. 이때 새로운 회사는 지금 회사가 가진 장점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감수해야겠죠. 연봉이 줄어도 감수하겠다는 마음과 함께 재미를 선택하는 거죠. 그래야 새 직장에 가서도 후회하지 않고, 재미와 성취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마음의 원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 이 희생의 양을 축소하면 안 된다는 의미인데요. '왠지 될 것 같은데?' 정도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실제 수행했을 때를 생각해서 시뮬레이션을 생생하게 해보는 겁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내가 정말로 하고 싶고, 감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 추진하는 계획은 성공 가능성이 큰 것이죠.

[앵커]
심리적 장벽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보니까 저도 연초에 계획 세울 때 뭔가 속 시끄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심리적 장벽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획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을까요?

[인터뷰]
많은 심리학자들이 계획을 많이 쪼갤수록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제안을 해요. 매일 헬스장 가기 예시를 생각해볼게요. 운동을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보통 이런 계획을 세우는 분들은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죠. 올해는 기필코 '매일 헬스장을 가겠다.'라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때 예상 가능한 심리적 장벽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기에 실패해 시간이 없고 점심에는 밥을 포기할 수 없으니 운동하기 어렵고 저녁에는 퇴근 후라 힘들어서 하기 힘들다.' 이렇게 시간대별로도 수많은 심리적 장벽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죠.

그래서 이때 우리가 이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면 일단 '매일 헬스장 가기'를 작은 단위로 쪼개서 '하루에 한 번, 스쿼트 다섯 개 하기' 정도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스쿼트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당장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운동이죠. 여기에서 심리적 장벽은 확연히 낮아집니다.

[앵커]
어쩜 이렇게 예시가 제 이야기 같은지 좀 놀랐는데요. 또 다른 예시가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가 많이 계획 세우는 것 중에 매일 공부하기가 있는데요. 특히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원대한 꿈을 꾸게 될 때 '매일 공부하자'고 다짐을 하는데요. 이것이 외부압력에 의해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진짜 지키기가 어려운 미션인데요. 여기에도 어려움이나 막막함 혹은 하기 싫음 등 수많은 심리적 장벽을 보완할 대책을 계획에 포함 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 분이라면 '매일 영어 공부하기'가 아니라, '자기 전에 영어 단어 1개 사용해서 문장 1개를 만들어 SNS에 게시하기' 등과 같이 지금 할 수 있는 정도를 최대한 작게 쪼개서 내가 할 수 있을 정도로 계획을 세워보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는 게 사실 부정적인 느낌으로만 쓰였는데 이게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요?

[인터뷰]
작심삼일을 세우는 데에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자꾸 작심삼일을 반복하는데요. 우선 긍정적 효과를 생각해보면,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 자체가 매우 큰 희망을 줍니다.

희망을 품게 된다는 의미는 곧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희망을 품은 개인은 스스로가 원하는 목표달성을 위해 실현 가능한 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스스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 자체로 나는 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는 거죠. 계획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와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앵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작심삼일의 부정적 효과도 있겠죠?

[인터뷰]
우리가 작심삼일을 계속하면서 계획에 실패하게 되면 이것이 나의 의지력 부족이라고 귀인 하는데요. 이럴 경우 실패한 경험만 축적하게 됩니다. 수년간 그런 실패 경험이 축적되면 어떨까요? 안 그래도 계획 달성도 못 했는데, 실패한 나를 너그럽게 바라보긴 참 쉽지 않습니다.

이때 우리가 의지와 게으름만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실패할만한 상황이기에 실패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니,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보자는 접근입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를 나눠 보니까 계획을 세우는 것도 그냥 세우는 게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한 다음에 세워야 될 거 같은데요. 새해에는 좋은 계획 꼭 잘 세워서 원하는 바 모두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고요. 이혜진 상담심리학자랑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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