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이언스

위로 가기

[TODAY인] 기록적 폭우에 전국 피해 속출…'괴물 폭우' 일상 되나?

2025년 07월 24일 16시 04분
■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앵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연일 복구 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유례없이 전국적으로 쏟아진 강한 폭우의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전망은 어떨지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과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닷새간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는 200년에 1번 내릴 정도로 이례적인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닷새간 얼마나 많이 내린 건가요?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지난 16일부터 19일 밤, 날짜상으로는 20일 아침이 걸치는데 이 기간 동안에 경남 산청에서는 793.5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내렸는데 우리나라가 1년 동안 내리는 비의 양이 500mm, 또 광주 등 전남이 400~500mm 정도가 내렸으니까. 상대적으로 강릉, 속초 등 동해안 지방이 적게 내렸고. 서울·경기 지역도 밑에 보다는 적게 내렸지만 한 200~300mm 가까운 비가 내렸는데, 이게 단기간에 한 4일 만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려서 큰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비의 양도 양이지만, 피해 범위에 놀랐는데요.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만 피해를 줬다면 이번에는 충청, 전남, 경남 등 매일 지역을 바꿔가며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특징과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네, 올여름 장마 동향이 특이했습니다. 제주에서 평년보다 빨리 장마가 시작해서 6월에 장마가 끝났어요. 통상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까지 약 한 달 정도 정체전선이 제주도에서 내륙 쪽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장맛비가 내렸는데, 올해는 제주도에서 6월 12일에 장마가 시작해서 6월 26일에 끝났어요. 장마가 시작해서 끝나는 게 6월인 것도 매우 특이하고, 남부는 6월 19일경 시작해서 7월 1일에 끝났어요. 그런데 중부가 좀 애매했습니다. 북한 지방의 정체전선이 머무르면서 경기도와 강원도 북쪽으로 장마 같지 않은 비가 찔끔 내렸거든요. 이러면서 무슨 현상이 나타났냐면, 이례적으로 폭염이 빨리 시작됐습니다.

또 올여름 기상 특징 중 하나는 태풍이 늦게 생겼습니다. 1호 태풍이 대개 5월 정도면 한두 개 정도가 생기는데, 6월 11일에 올해 첫 태풍이 생겼거든요. 그만큼 늦게 생겼어요. 통계를 살펴보면 1951년 이후 태풍이 역대 다섯 번째로 늦게 생긴 해입니다. 과거에 태풍이 늦게 생긴 해는 여름철 강수 특징이 확실히 이상했거든요. 이렇게 극단적인 호우가 많이 발생했는데, 올해 그 폭염 속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장마가 이대로 끝나면 우리나라 여름에 내릴 비가 적게 내려서 건조한 기간인 가을과 겨울, 내년 봄까지 물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을 염려했거든요. 그걸 만회해 줄 것은 이제 태풍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태풍이 아닌 끝난 것으로 보이던 정체전선이 다시 만들어졌어요.

우리나라 동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라고 하는 뜨거운 성질의 공기가 딱 덮여 있고 이게 통상 온대성 저기압에서 봄철에 내리는 비의 형태를 보면 쓱 한 번 훑고 내려가면서 비가 길게 내려봤자 뭐 하루 이러면 끝나는데, 이번에는 동쪽에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방파제 역할을 해줬습니다. 그래서 북쪽에서 내려오는 성질이 다른 차고 건조한 공기가 계속해서 그 방파제에 부딪히는 형태를 보였거든요. 그래서 16일부터 17일 새벽까지 충청도, 17일 오후에 전라도, 18일 경상도, 19일 밤에 마지막으로 이 정체전선이 물러가면서 경기 가평 지역에 많은 비를 내렸는데, 올해는 하여튼 이 정체전선의 동향이 특이한 여름으로 분석될 겁니다.

[앵커]
예, 그런 것처럼 경기도 가평에서는 새벽에 쏟아진 기습 폭우에 주민들과 야영객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번 폭우는 주로 한밤에 퍼부었는데 야행성 폭우의 원인은 뭔가요? 앞으로 더 잦아질까요?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그렇습니다. 아까 말한 동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대륙 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 사이에 정체전선이 형성됐고, 이게 이런 조건이면 낮에도 비가 많이 내리고 그러는데 이제 밤에 유독 더 많은 야행성 폭우가 내리는 기상학적인 이유는 뜨거운 낮에는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 위에 강한 햇빛이 떠 있거든요. 그래서 구름 밑은 그 구름이 양산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구름 안의 온도가 밤보다는 높습니다. 밤에는 해가 지고 난 뒤이기 때문에 30도 안에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의 양과 해가 진 뒤에 25도에서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은 물리적으로 다릅니다. 기온이 높으면 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고, 기온이 낮으면 적은 양의 수증기를 포함하는. 그러니까 낮에는 수증기를 많이 포함할 수 있는 큰 물그릇이 만들어져 있고, 해가 진 뒤 기온이 떨어진 밤에는 물그릇이 작아집니다.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물그릇이 낮에는 어느 정도 큰 물그릇이었다가 밤에 줄어들면 그릇이 작아지니까 넘치게 되죠. 그게 이제 응결해서 비로 쏟아지게 되는데 그래서 밤에 더 폭우가 많아지고. 또 남쪽에 더운 공기를 실어 나르는 하층제트가 더운 기온보다는 밤에 기온이 떨어졌을 때 강해집니다. 그러니까 비의 원료가 되는 수증기가 밤에 더 많이 공급되는 거죠. 이러한 원리 때문에 우리나라 여름철에 야행성 폭우가 잦은데, 올해도 역시 어김없이 그런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앵커]
기상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해서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갔고,지난 20일부로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는데 엄청난 비가 내린 거잖아요.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마의 끝이 비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잘못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1998년 7월 31일, 전국의 조간신문이 1면 톱으로 '장마 끝' 이렇게 보도를 합니다. 제가 그때 기상청에 있었으니까. 그날 밤 지리산에 3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서 103명의 야영객들이 죽었습니다. 그 뒤로 이제 계곡에서 야영하는 게 법으로 금지되고 이랬는데, 무슨 얘기냐면 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우리나라 비가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다만 그냥 장마라고 하는 게 언제 끝났구나, 이 정도지. 그래서 저는 장마가 언제 끝나냐에 대해 굳이 쓸데없는, 어떠한 관심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가을이 오기 전까지는 정체전선에 의한 비, 그다음에 장마가 끝난 뒤에도 대기 불안정에 의한 비. 이 대기 불안정에 의한 비는 1시간에 100mm 정도의 비가 내리거든요. 그리고 태풍에 의한 비. 이 세 가지가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는 형태인데, 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또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냐? 그것은 장마에 대한 편견,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하여간 제가 국민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싶은 건 장마가 언제 끝나냐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예측이 더 어려워질 거라고 하는데 슈퍼컴퓨터조차도 기후변화 양상을 따라갈 수가 없게 되는 건가요?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그렇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는 건 아마 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았을 거예요. 기상청은 "비가 많이 옵니다" 사실은 여기까지가 한계예요. '충남 서산에서 내일 새벽 2시~5시 300mm 폭우 예상' 이런 예보를 못하는 거죠. 그런 족집게 예보는 슈퍼컴퓨터뿐만 아니라 AI도, 100년 뒤까지도 저는 안 된다고 봅니다. 다만 재난 예방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비가 많이 옵니다. 이것만 아는 것도 굉장한 정보거든요. 그런데 이제 서산에 500mm 내렸네, 경남 산청에 800mm 내렸네, 이런 예보는 불가능합니다. 그건 슈퍼컴퓨터가 아니라 별 기기를 동원해도 안 되는데, 이제 그런 문제들. 그래서 예상 강수량이 왜 틀렸느냐, 그것을 따진다는 건 저는 자연 재난 예방 측면에서는 결코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고요. 그게 지금 과학적 한계입니다. 바닷속에서 뭔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하늘에서 비가 얼마큼 오는지 이거 인간이 아직 모릅니다.

[앵커]
그렇군요. 쉽게 알기 어려운 정보였군요.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 포항공대 연구팀이 앞으로는 이런 폭우가 8월보다 7월에 더 많이 내릴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온실가스 배출량도 비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을 했더라고요.

[김승배 /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
네,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보는 거거든요. 저도 포항공대의 연구 결과를 관심 있게 봤는데, 원래 우리나라가 가장 더운 계절은 8월입니다. 8월에 가장 덥다는 얘기는 그때 비의 원료인 수증기를 많이 포함할 수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그 연구팀이 상세 기후 모델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현재 배출하는 양보다 줄인 경우, 즉 저배출의 경우와 지금 수준으로 계속 줄이지 못하고 배출하는 경우인 고배출 시나리오. 두 경우를 가지고 시험해 봤는데 8월이 원래 비가 많이 오는 때인데 7월이 더 많이 오더라, 그런 연구 결과를 냈는데 그게 이제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공기가 더 따뜻해진다는 얘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강수량이 늘어나는 건 알겠는데 8월보다 7월이 (더 많이 내리는 까닭은) 그만큼 공기가 뜨거워졌기 때문에 8월까지 안 가고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는 그런 조건들이 7월에 일찍 형성된다, 이게 밝혀진 것 같아요. 그래서 관심 있게 이 연구 결과를 봐야 될 것 같아요. 연구를 해 보니까 실제 강수량 비교를 해 보니까 7월이 많아졌다 이런 연구거든요.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이제 8월에 당연히 더 긴장을 하는데, 이제 7월 초부터도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게 그 어떤 과학 예측 같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박기현 (risewise@ytn.co.kr)

거의모든것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