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석화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기자들의 취재 아이템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1열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엔 봄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초미세먼지를 필터 없이 없애는 공기 청정 기술에 대해 권석화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항상 봄철이 되면 미세먼지 걱정이 따라붙습니다.
특히, 3월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고, '나쁨 일수' 횟수가 가장 많은 달로 꼽힌다고 하는데요.
유독 이 봄만 되면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미세먼지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 지금처럼 따뜻한 봄이 오는 건, 곧 우리나라 상층부를 지배했던 시베리아 기단이 약해졌다는 뜻인데요.
시베리아 기단은 찬 공기를 한반도에 몰고 오는데, 이 기단이 약해지면 우리나라에는 서풍, 그러니까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해지는데, 이러한 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국내로 그대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오염물질에 중국발 오염물질까지 더해져 미세먼지 농도가 3월부터 치솟는 건데요.
겨울에는 바람이 강해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씻겨 내려가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미세먼지가 오래 머물러있기 때문에 체감 농도가 더 높아집니다.
[앵커]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할 땐 외출하기 꺼려지고, 집이나 직장 등 실내에서는 창문을 잘 열지 않게 되는데요.
특히, 지하철 역사처럼 넓은 실내 공간에선 환기가 어려워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이 공기청정기만으로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가 정말 깨끗하게 정화가 되나요?
[기자]
이제 어디서든 공기청정기 사용은 필수가 됐죠.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역은 공기 정화 시설이 꼭 필요한데요.
대부분 공조시설은 사람들이 머무는 승강장에 설치돼 있고, 열차가 다니는 터널 구간에 설치되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아무래도 열차 이동으로 미세먼지 발생이 많지만,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전력이 많이 소비되고 물청소 등의 유지보수가 어렵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2021년 5월 기준, 지하철 터널 구간에 설치된 공조시설 보급률은 서울이 20% 정도지만 부산과 대구는 5%대, 대전은 아예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전교통공사가 저비용이면서 환경친화적인 공기 청정 기술을 연구해달라고 요청했고, 기계연구원 연구진이 필터 없이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청정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앵커]
권 기자가 이번에 개발된 청정 기술을 취재하고 오셨는데요. 우선 어떤 기술인지 소개 한번 해주시죠.
[기자]
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공기 중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 초미세먼지에 음이온을 붙이고, 정전기로 포집하는 방식입니다.
초미세먼지를 필터 없이, 정전기를 사용해서 포집하니까, 필터를 물로 세척하거나 교체하지 않아도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효율적이면서 경제적이고요.
지하철 역사 같은 넓은 공간에서도 공기를 빠르고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필터 없이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기존 공기청정 기술과 어떤 점이 달라진 건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가장 큰 차이점은 필터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기존 공기청정기는 필터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방식인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필터 없이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데요.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이광택 / 한국기계연구원 친환경에너지연구본부 박사 : (기존 필터방식은) 막힘 현상 때문에 (사용하다 보면) 바람 양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된) 전기집진기와 같은 경우에는 막히는 현상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동일한 용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좀 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보통은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먼지를 걸러내는 방식을 사용하죠.
팬을 이용해 먼지를 흡입하니까 대형공조시설일수록 전력 소모가 많고, 필터가 오염되면 막혀버려서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또, 초미세먼지처럼 작은 입자는 잘 걸러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지금 보이는 사진을 보면, 사용 전과 후의 필터 오염도가 한눈에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데요.
필터를 버릴 때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 또한 상당합니다.
필터 형식의 단점을 극복한 게 바로 전기집진 방식입니다.
지하철이나 백화점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주로 사용하는데요.
전기집진 방식은 정전기력으로 초미세먼지를 잡아주기 때문에 필터를 따로 교체할 필요가 없어서 비용 부담이 적고, 쾌적한 환경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전기집진 방식은 팬을 사용해 먼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크고, 오존 발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무필터 청정 기술은 기존 필터 방식과 전기집진 방식의 단점을 모두 보완했습니다.
필터 저항이 없어 전력 소모가 적고, 오존도 발생하지 않아 기존 방식보다 더욱 쾌적하고 깨끗한 공기를 제공합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학준 / 한국기계연구원 친환경에너지연구본부 박사 : 기존에 정전 기술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 많이 쓰이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이제 그 기술을 그대로 실내에 적용했을 때는 전극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온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오존도 같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극세사 전극과 비금속 플라스틱 전극을 이용해서 오존은 안 나오면서 초미세먼지를 정전기력으로 저감하는 그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연구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상용화는 언제쯤 될 예정이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기자]
현재 지하철 역사와 터널, 백화점 등 대형 공간에서는 이미 실증 시험이 완료된 상태고요.
연구진은 학교와 같은 소규모 공간에서도 공기 정화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 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기업에 기술이전 된 상태는 아니라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공기 청정 기술이 하루빨리 상용화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권석화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권석화 (stoneflowe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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