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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1열] 대표적 발암 인자 KRAS 새 치료 공략법은?

2025년 03월 04일 16시 12분
■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기자들의 취재 아이템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1열 코너입니다.

이번 시간엔 대표적인 발암 인자인 KRAS(케이라스) 유전자 돌연변이를 취재한 이성규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안녕하세요.
KRAS, 대표적인 발암 인자인데, 다소 용어가 낯설어요. 우선 KRAS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KRAS는 암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유전자인데요.

이 유전자는 세포의 증식, 성장과 관련한 신호 전달에 관여합니다.

평상시에, KRAS가 정상일 때는 우리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KRAS 유전자가 돌연변이 (이하 변이)를 일으키면 말썽을 일으킵니다.

KRAS가 변이가 일어나면, 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는데요.

세포가 지속해서 증식하면, 즉 무한증식하면 이게 암세포가 되는 거거든요.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러면 KRAS는 주로 어떤 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건가요?

[기자]
KRAS 변이는 주로 췌장암, 대장암, 폐암과 같은 고형암을 일으키는데요.

KRAS는 변이는 폐암의 경우엔 40%, 대장암의 50%, 췌장암의 경우엔 9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이들 외에도 전체 암으로 따지면 암 발병의 대략 20% 이상이 KRAS 변이와 관련돼 있습니다.

[앵커]
네, 암 전체의 20%를 차지할 정도면 그동안 KRAS 변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됐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실제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죠?

[기자]
KRAS 변이가 암을 일으킨다는 것이 처음 보고된 것이 1964년이거든요.

그러니깐 무려 60년이 넘게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동안 KRAS 변이는 약으로 공략하기 어려운 표적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표적을 언드러거블(undruggable) 이라고도 하는데요.

현재까지 KRAS 변이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에서는 큰 성과가 없는 실정입니다.

[앵커]
KRAS 변이가 언드러거블이라고 말씀했는데, 어떤 이유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KRAS는 세포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앞서 설명했는데요.

KRAS는 세포의 성장 신호를 켜거나 끄는 역할을 합니다.

KRAS가 정상일 때는 세포 성장 신호를 켜는 활성 상태와 이 신호를 끄는 비활성 상태를 오갑니다.

하지만 변이가 일어나면 세포 성장 신호를 켜는 활성 상태만을 유지합니다.

세포 성장 신호가 항상 켜져 있으니깐, 세포는 계속해서 증식하고 이게 암으로 악화하는 거죠.

그러니깐 우리의 관심은 KRAS의 성장 신호가 항상 켜져 있는 활성 상태를 공략하는 건데요.

그런데 이게 KRAS의 구조적인 특징으로 약물 공략이 어렵다는 겁니다.

[앵커]
KRAS의 활성 상태는 구조적인 특징으로 약물 공략이 어렵다는 건데요. 이게 또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사실 이 부분이 그동안 KRAS 변이 연구의 핵심이었는데요.

KRAS가 활성 상태가 되려면 GTP라는 생체 물질과 결합해야 해요.

바꿔말하면 KRAS와 GTP의 결합을 차단하면 KRAS 변이를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데 KRAS와 GTP는 아주 강력하게 결합해 둘 사이를 공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둘 사이를 공략할 틈이 없다는 얘기죠.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KRAS의 활성 상태를 공략하는 치료제는 상용화되지 못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현재 상용화된 KRAS 치료제는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건가요?

[기자]
KRAS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는 2종이 최근에서야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는데요.

이들 약은 KRAS를 비활성 상태로 붙잡는 방식입니다.

KRAS를 비활성 상태로 붙잡아서 KRAS의 활성 생태 전환을 차단하는 원립니다.

하지만 이미 변이가 일어나 활성 상태로 변한 KRAS 변이는 공략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규명한 것은 어떤 점인가요?

[기자]
국내 연구진은 KRAS의 활성 여부와 상관없이 KRAS 자체가 분해되는 기전을 밝혔습니다.

핵심은 USPX와 NDRG3라는 특정 복합체인데요.

연구진은 특정 복합체(USP9X-NDRG3)가 KRAS와 결합하면, KRAS 분해가 차단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KRAS 분해는 유비퀴틴이라는 단백질이 주도하는데, 이 복합체가 KRAS와 결합하면 유비퀴틴이 억제돼 KRAS가 분해되지 않는 겁니다.

따라서 복합체와 KRAS의 결합을 차단할 수 있다면 유비퀴틴의 KRAS 분해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KRAS가 파괴되는 겁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연구진이 규명한 KRAS의 분해 기전은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이번 연구진 발견의 의의는 KRAS의 활성에 상관없이 KRAS를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앞서 설명했듯이 현재 활성화된 KRAS를 겨냥한 치료제는 없는데요.

연구진의 연구를 응용하면 활성 상태의 KRAS로 분해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KRAS 변이를 겨냥한 새로운 방식의 항암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거고요.

다만, 현재 연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까지는 동물실험과 인체 임상시험 등 아직 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앵커]
네, 오늘은 전체 암의 20%를 차지하는 대표 발암 인자, KRAS 변이에 대해 이성규 기자와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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