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환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앵커]
우리나라 대표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실을 방문해보겠습니다. 초겨울이 되면 도로에 생기는 살얼음, 이른바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는데요, 블랙아이스는 잘 보이지 않아 피하기도 어렵고 자칫하면 대형 추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도로 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립니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현재 개발된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장진환 연구위원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도로 살얼음, 그러니까 블랙아이스가 어떤 것인지, 또 주로 언제부터 발생하는지 설명해 주시죠.
[인터뷰]
도로 살얼음이란 도로에 생긴 얇고 투명한 얼음 막으로 운전자가 눈으로 인식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로 도로 살얼음 사고 운전자 대부분이 브레이크를 밟기 전에는 도로가 얼어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도로 살얼음 교통사고는 야간 노면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12월부터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초겨울에는 노면 온도가 영상과 영하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노면 상태를 오인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앵커]
가장 추울 때 블랙 아이스가 생긴다고 생각했지만 초겨울부터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런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이런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사고는 얼마나 많이 일어나나요?
[인터뷰]
최근 5년간 노면 결빙으로 인해 4,93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그로 인한 사망자는 122명에 달했습니다. 스웨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약 50%의 운전자는 도로 살얼음 위를 주행하고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하였고, 그로 인해 노면 결빙 시 교통사고가 마른 노면에 비해 약 20배 증가한다고 하였습니다.
[앵커]
사망 사고의 비율도 큰데요, 국내에서는 어떤 사례가 있었나요?
[인터뷰]
최근 도로 살얼음 교통사고가 대형화되고 있어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019년 12월 14일 상주-영천고속도로 도로 살얼음 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다쳤고, 올해 1월 15일에도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또다시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47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습니다.
[앵커]
네, 다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도로 살얼음이 왜 생기는 것인지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겨울철 도로 살얼음은 녹은 눈이 재결빙되거나, 어는 비가 내릴 때, 안개나 서리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올해 구리-포천고속도로 사고는 녹은 눈이 재결빙되어 발생했고, 2019년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는 어는 비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또한 2020년 12월 28일 영천 녹전교에서도 도로 살얼음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는 안개‧서리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다른 말씀은 다 이해가 되는데 어는 비라는 게 눈도 아니고 우박도 아닌데 이게 뭔가요?
[인터뷰]
비가 얼어있다고 하니 조금은 의아하실 텐데요. 겨울철 강수는 기온의 연직 분포에 따라 눈, 진눈깨비, 어는 비, 비로 나누어집니다. 눈은 상층부와 하층부 연직 기온이 모두 영하일 때 내리고, 진눈깨비와 어는 비는 영하인 상층부와 하층부 사이에 영상의 대기층이 끼어 있을 때 생깁니다. 이러한 대기층을 기온의 역전층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역전층이 얇은 경우 진눈깨비가 내리고, 두꺼울 경우 어는 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의 형태로 내리지만, 빗방울의 온도가 0℃에 가까워 사실상 얼음 상태에 가깝다고 봐야 하는데요. 이러한 빗방울이 닿는 표면이 영하일 경우 지면에 닿자마자 바로 얼어버리는 것이지요.
[앵커]
슬러시랑 비슷하다 이렇게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사님께서 연구하고 계시는 도로 살얼음 예방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인터뷰]
도로 살얼음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로 살얼음 발생 지점을 빨리 파악하여 해당 지점에 접근하는 차량에 즉시 알려줌으로써 운전자가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실에서는 교통안전법에 의거, 사업용 차량에 의무 장착된 차량운행기록계(DTG)와 블랙박스를 이용하여 도로 살얼음을 자동으로 검지하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중 DTG를 이용한 도로 살얼음 검지 원리는 차량 주행 시 발생하는 차량 바퀴의 회전속도와 차량의 이동속도 차이를 이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두 속도는 동일하지만, 차량이 미끄러운 노면을 통과할 경우 두 속도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차이를 저희가 개발한 AI 알고리즘이 탐지합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이용한 도로 살얼음 검지 원리는 노면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굴절 및 반사도 차이를 이용합니다. 노면에 눈이 있거나 얼음이 있는 경우 노면으로부터 반사되는 빛은 굴절하거나 산란하게 됩니다. 이러한 특성을 분석하여 노면 상태를 파악합니다.
[앵커]
저는 영상 장비를 이용해서만 파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끄러지는 정도 까지도 분석을 해서 블랙 아이스를 파악한다는 말씀이신데요, 더 직접적으로 도로 위의 살얼음을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요?
[인터뷰]
도로 위 살얼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살얼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존에는 도로에 전기 열선을 매설했는데요. 하지만 도로 열선을 중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고속도로에 본선에 설치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첫째, 비용입니다. 도로 열선은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설치 및 운영에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둘째, 내구성입니다. 중차량이 고속으로 달릴 경우 노면에 많은 하중이 가해지고 그로 인해 열선이 단선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본,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고속도로에 전기 열선을 설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중차량 통행이 적은 이면도로나 주택가 경사로 등에 설치할 경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앵커]
도로에 직접 열선을 까는 방법은 말씀하신 대로 한계가 많은데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인터뷰]
이러한 전기 열선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 연구실에서는 여름철 뜨거운 태양열을 땅속에 저장하여 겨울철 도로 살얼음을 예방하는 이른바 지중축열 방식의 로드히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열을 이용하여 물을 데우고 이 물을 파이프를 통해 순환시켜 도로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저희 연구실에서 여름철 집열량과 겨울철 방열량을 계산한 결과, 5월에서 9월, 150일간 태양열을 집열할 경우 겨울철 약 90일 동안 노면 온도를 3℃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중축열 기술이 완성될 경우 도로살얼음 방지를 위한 로드히팅에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면서도 친환경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개발 기술은 현재 저희 연구원이 보유한 대규모 실험시설인 '연천 SOC 실증센터'에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앵커]
여름철 열기를 겨울철에 활용한다는 점이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에 도로 살얼음 사고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미국 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가 전방 위험 상황을 미리 인지할 경우, 약 80%의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도로 살얼음을 검지하여 뒤따르는 차량에 제공할 경우 도로 살얼음 교통사고를 8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중축열을 이용한 로드히팅 기술은 도로 살얼음 발생 자체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살얼음 교통사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중축열 방식은 초기 설비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교량, 터널 입‧출구 등 도로 살얼음 발생이 특히 우려되는 곳에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여름철 열기로 겨울철 노면을 녹이는 기술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봤는데요, 겨울철에는 언제 어떻게 미끄러질지 모르니 늘 방어운전을 해야겠고, 그늘진 곳을 지날 때는 주의를 해야겠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장진환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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