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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싸우는 것도 현명하게, 연인관계 소통방법 찾아가기

2023년 04월 11일 16시 37분
■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앵커]
어떤 관계든 다툼은 있기 마련이죠. 오늘은 <한길 사람 속은>에서는 연인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갈등을 해결하는 소통방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연인관계에서 갈등이 계속될 때,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현명한 해결방법을 찾는 과정을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안녕하세요.

[앵커]
연인 관계나 부부관계는 가장 가깝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도 그만큼 자주 싸우게 되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런 커플들이 심리 상담을 받으러 오나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다 보면 커플상담을 신청하시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봤지만, 도저히 해결 방안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감과 절망감이 클 때, 하지만 이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절박할 때 커플상담을 신청하게 되는데요. 사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갈등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관계에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정도를 벗어나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분명히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싸움이 시작됐다 하면 서로 소리를 지르고 심한 말을 하게 된다든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늘 똑같은 방식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말을 하게 된다든지, 화가 나면 어떻게든 상대방을 상처 입히고 싶은 마음이 들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마구 쏟아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연인이나 배우자와 심하게 싸우고 나서 후회를 하는 경우는 아마 많은 분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런데 보통 다툼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곤 하는데 이게 좀 문제인거죠?

[김지은 / 상담심리사]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싸움의 패턴입니다. 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아야만 끝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결코 건강한 갈등 상황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싸우는 그 순간에는 지금 내뱉고 있는 심한 말들이 전부 진심처럼 느껴지지만,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뒤늦게 ‘내 본심이 아니었는데’,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하며 미안함을 느끼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늘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그 패턴을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미리 대비하기 전까지는 패턴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늘 똑같이 싸우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커플 사이에 싸움의 패턴이 형성된 것일 확률이 높은데요. 대부분 이런 패턴은 처음에 서로의 ‘조절되지 않은 감정’과 흥분 상태 때문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싸움이 몇 차례 일어나다 보면 서로 부정적인 경험이 쌓여 나중에는 그 기억 때문에 순식간에 싸움에 더 불이 붙게 됩니다. 처음에는 “가나다라마바사” 순서로 싸움이 발생했다면, 나중에는 “가”만 상대방이 말해도 바로 “사”로 반응해버리는 거죠.

[앵커]
부부간에 닭 다리 하나 때문에 이혼까지 이어진다 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다라고 이해가 되는데요. 이런 반복되는 싸움의 패턴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아까 조절되지 않은 감정과 흥분 상태 때문에 싸움의 패턴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는 단순히 화가 난 상태와는 다릅니다. 화가 난다고 해서 꼭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도 아니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역지사지의 균형감을 잃어버리고 “내가 당한 만큼 똑같이 당해봐라!”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향해 치닫는 행동을 저질러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연인이나 배우자가 나를 막 대해도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쪽이 희생을 해야만 유지되는 관계도 건강한 관계는 아니거든요. 다만 늘 똑같이 흘러가는 싸움의 패턴을 깨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내가 주로 상대방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상대방에 대한 나의 반응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이런 말씀이신데, 그럼 나의 반응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여기 커플인 현수와 영서가 있다고 칠게요. 영서가 현수에게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만나야 해서 데이트하기 어려울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현수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아쉬움과 실망감이었습니다. 이 감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만나고 싶은데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현수가 이런 아쉬움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뜸 “다음 주말에는 친구 만나야 하고 그다음 주말에는 회사 가야 한다고 하지 그러냐?”는 식으로 비아냥거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싸움으로 번질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현수는 사실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아쉬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영서에게 자신이 너무 의존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되고 그런 자신이 수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아쉬움은 상황에 대한 일차적인 감정이지만, 그 후에 나타난 불안과 수치심은 일차적인 감정에 대한 나의 해석 때문에 등장하는 이차적인 감정입니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내가 느끼는 일차적인 감정이 아니라 이차적인 감정에 치중해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된다면, 그걸 알아차리고 일단 멈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나에 해석 때문에 나타나는 나의 2차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원래 상대방의 의도가 뭔지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단 말씀이신데요, 그러면 이런 관계에서 싸움을 피하는 것이 일단 다 참는 것이 중요한 걸까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늘 반응하던 대로 반응하지 않도록 ‘일시 정지’로 잠시 멈춰서 나의 상태를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내가 시속 100km로 질주하기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자신에게 잠시 노란 불을 켜주는 겁니다. ‘내가 지금 상대방에게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이때 ‘저 인간은 형편없어!’처럼 상대방을 판단하거나 평가하려는 마음은 잠시 옆으로 밀쳐놓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이 무엇인지 집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현수의 경우에는 영서를 만나고 싶은 마음과 만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실망감이겠지요. 그리고 동시에, ‘영서는 나를 만나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써!’라고 판단 내리기 전에 실제로 영서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도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눈썹이 처지고 풀죽은 모습인지, 뺨이 긴장되어 있는지, 미소를 띠고 있는지 등을 마치 그림을 그리기 전에 모델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처럼 차분히 관찰하고, 내 안에서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난 판단과 내가 관찰한 것이 일치하는지 보아야 합니다. 결국 내 감정과 내 반응을 잘 알고, 상대방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가장 편하고 사랑하는 사이니깐 내가 이렇게 감정을 표현하면 알아차려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자주 하거든요, 맞죠?

[김지은 / 상담심리사]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툴툴거리는 방식으로 반응하거나, 심지어 내가 심한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이 알아차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확하게 표현이 잘 전달되려면 나부터 내 감정과 욕구에 대해 잘 알게 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에 대해 평가절하하지 않거나, 너무 과장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주말 내내 같이 있다가 헤어질 때 ‘이틀이나 같이 있었는데도 헤어지기 싫다니, 이렇게 의존적이면 안 돼.’라고 내가 바라는 마음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하거나 감정에만 충실하게 행동할 수는 없지만, 감정 자체는 잘못된 것도 아니고, 감정을 느끼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앵커]
일단 나의 마음은 내가 드러내야 상대방이 안다라는 점을 명심하고, 대화를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말씀해주신 방법들을 여러 가지 해봤는데도 관계가 호전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앞서 말씀드린 방법들은 커플 사이의 의사소통에서 정말 중요한 방법들이지만, 모든 관계가 이 방법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물리적, 심리적 폭력이 나타나는 관계는 의사소통 방식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관계를 안전하게 끝내는 것부터 고려해야 합니다. 또, 혼자서만 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애쓰고,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든 참고 있다면 그 관계는 의사소통을 개선하는 것보다 관계 자체가 지속할 가치가 있는 관계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쪽은 계속 바람을 피우고 다른 한쪽은 그걸 계속 참아주면서 ‘내가 달라지면 상대방도 바람피우지 않을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의사소통 방법이 아니라 지난번 방송에서 말씀드렸던 ‘잘 그만두는 법’을 적용하는 게 더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모든 관계는 상호적 입니다. 건강한 의사소통 방식을 잘 몰라서 갈등이 심해지는 커플의 경우 오늘 말씀드린 방법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관계에 애쓰고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을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상대방보다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서, ‘내가 이 관계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앵커]
네, 연인 관계가 건강하게 지속 되려면 우선 내가 괜찮은지 나의 감정은 어떤지 먼저 들여다보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고요, 사랑도 관계도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를 오늘 느꼈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