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며칠 뒤면 크리스마스인데, 다들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하셨나요?
[앵커]
예 저는 가족들과 식사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미 항공우주국 NASA도 올해는 과학계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바로 인류 역사상 최고 성능을 갖췄다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12월 25일에 발사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허블에 이어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활동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저희와는 규모가 다른 선물이네요. 그런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발사 날짜가 원래는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현지 시각으로 25일 오전 9시 20분부터 9시 52분 사이에 발사될 예정입니다. 한국 시각으로는 25일 밤 9시 20분부터 9시 52분인데요. NASA가 처음 공지한 발사 시점은 원래 24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발사장 주변 고공에서 강한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상 예보가 나와 발사 시점이 하루 늦춘 건데요. 이번 발사 장면은 NASA 유튜브는 물론 국립과천과학관 유튜브를 통해서도 생중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발사 일정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1996년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 발사 목표 시기는 2007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난제가 생기면서 발사 시점이 계속 뒤로 밀렸는데요.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장 작업이 제한되면서 개발 일정이 더 밀리게 된 겁니다. 개발을 마친 뒤에도 발사 연기 상황은 계속 이어졌는데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로켓에 싣는 과정에서 진동으로 인해 부품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12월 18일에서 22일로 발사 일정이 연기됐고요. 그 뒤로도 발사체와 망원경 간의 통신 문제와 주변 날씨 문제로 최종 25일로 발사일이 조정된 겁니다.
[앵커]
정말 발사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앞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인류 역사상 최고 성능을 갖췄다고 소개했는데, 어느 정도의 성능인가요?
[기자]
과학자들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사되면 우주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요. 그 이유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열, 그러니까 적외선을 관측하는 데 특화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사광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우주 먼지 뒤에 숨은 별이나 멀리 떨어진 별을 관측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는 분광계를 결합한 특수 카메라가 장착됐는데요. 이 카메라는 목성의 달에 있는 촛불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세밀하다고 합니다. 최대 1천 광년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산소 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 탐색에도 많은 도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전문가의 설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스티븐 윌킨스 / 영국 서식스대 천체물리학자 : 제임스 웹 망원경이 할 가장 흥미로운 일 중 하나는 다른 별 주위의 대기를 연구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잠재적으로 제임스 웹은 태양과 같은 별 주위의 지구와 같은 행성 대기를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그 행성들의 대기에 물이나 산소가 있는지도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앵커]
천 광년을 계산해보니까 9,500조 킬로미터더라고요. 그 거리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고 하니까 역대 최고 성능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데요. 이 정도 성능이면 허블 망원경보다 훨씬 클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주망원경에는 주경이라고, 우주의 빛을 처음 모으는 가장 큰 거울이 장착되는데요. 이 거울이 클수록 빛을 모으는 능력이 좋아져 다양한 관측과 발견이 가능해지는 건데요. 허블의 주경은 지름이 2.4m인데 제임스 웹은 6.5m에 달해 허블보다 2.7배 큽니다.
모양도 특이한데요. 허블은 하나의 큰 원형이지만, 제임스 웹은 육각형 거울 18개를 이어붙인 벌집 형태입니다. 이 육각형 거울은 반사율이 아주 높은 금으로 도금돼 있는데요. 가볍지만, 내구성이 뛰어난 베릴륨을 섞어서 도금해 각 거울 조각은 20kg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제임스 웹 망원경이 멀리 있는 행성을 관측할 때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거울 뒤에 6개의 모터도 달았다고 하는데요. NASA 관계자의 설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빌 오츠 / NASA 고다드비행센터 JWST 프로젝트 매니저 : 제 뒤로 보이는 제임스 웹 망원경의 육각 거울 뒷면에는 모터가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한다면 모터로 거울의 모양을 바꿀 수 있고, 미세 조정도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어디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나요?
[기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L2'라는 지점에서 활동합니다. 라그랑주 L2 지점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의 원심력이 같은 지점인데요. 그러니까 별도의 추진 장치 없이도 계속해서 지구궤도를 돌 수 있는 곳인 겁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고도 500~600km 정도인 지구 저궤도에서 97분 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면서 천체를 관측했는데요. 이와 달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더 멀리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며 심우주를 관측할 예정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고장 났다, 수리해서 다시 작동 중이다, 이런 소식 들어보셨을 텐데요. 허블은 저궤도에 있어 고장 나면 수리할 수 있었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고장 나면 수리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발사 이후 목표 위치에 안착해 장비의 정상 작동을 확인하는 데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 데 이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25일 발사 직후부터 목표 지점에 도착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기자]
발사 직후 30분 정도 지나면 로켓과 분리돼 우주망원경이 태양전지를 펼치고, 발사 2시간 후 통신 안테나를 가동합니다. 발사 12시간 30분 뒤에는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추력을 얻어 라그랑주 L2 지점까지 한 달 가까이 날아가는데요.
이때 그냥 날아가는 게 아니라 주경을 펼치면서 날아갑니다. 거울 조각의 세부 조정 과정을 거쳐 완벽한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목표 위치에서 관측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치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31년까지 심우주 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허블 우주망원경은 설계 당시 예상 수명이었던 15년을 두 배로 넘겨 올해로 31년째 운영 중인데요. NASA는 허블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활동을 더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에게 또 다른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목표지점까지 잘 안착해서 무사히 임무를 수행했으면 좋겠네요. 사이언스 취재파일 지금까지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