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이언스

위로 가기

"해치지 않아요"…독거미 '타란툴라'

2017년 11월 29일 11시 07분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를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과학관 옆 동물원'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뒤에 보이는 주인공이 좀 무서워요.

[기자]
네, 보시다시피 오늘의 주제는 거미인데요. 물론 애완용으로 키우시는 분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좀 징그럽기도 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앵커]
큰 화면으로 보니깐 더 징그러운 느낌이 드네요.

[기자]
맞아요. 혹시 거미 하면 떠오르는 영화 있으신가요?

[앵커]
대표적으로는 아무래도 스파이더맨이겠죠?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이 거미에게 물리면서 거미의 능력을 가지게 되잖아요.

[기자]
그렇죠. 그리고 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영화에도 이 거미가 나왔는데요, 아마 보자마자 아실 겁니다. 화면으로 한번 보시죠.

[앵커]
아! 나 홀로 집에네요.

[기자]
누구나 알만한 영화가 맞죠.

[앵커]
크리스마스마다 우리와 함께하는 케빈인데요. 케빈이 거미를 손으로 잡았어요. 저렇게 소리를 지를만하네요.

저 영화에서 저 거미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기자]
네, 제작진이 실제 독거미를 가져와서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도 대표적인 독거미로 많이 알려진 이 거미가 바로 타란툴라입니다.

[앵커]
타란툴라,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데요.

[기자]
그렇죠? 사실 이 타란툴라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인 타란토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사는 늑대거미를 타란툴라라고 불렀는데요.

사실 타란툴라는 늑대거미와 다른 종이지만, 생김새가 비슷해서 착각한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원래 이탈리아에 살던 거미였네요.

[기자]
네, 그런데 이 타란툴라 가운데는 아주 강한 독성을 가진 종이 있거든요. 한번 물리면 정신착란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심하면 우울증을 앓다가 죽는다고 알려졌는데요.

당시 사람들이 이 병을 고치려면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면서 땀을 흘려야 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온 춤과 음악이 지금까지도 알려진 '타란텔라'라고 합니다.

[앵커]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아요. 그럼 우리가 볼 수 있는 독거미는 대부분 타란툴라인가요?

[기자]
거미류 전체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3만5천에서 4만 종 정도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종만 650종 정도가 되는데요.

게다가 타란툴라에 속하는 거미류만 전 세계에 1,500종이 있다고 하니까요, 아마 우리가 쉽게 구분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앵커]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변에서 가끔 보는 거미만 해도 종류가 다 다른 것 같아요.

그럼 타란툴라의 경우는 한마디로 독거미인데, 얼마나 위협적인가요?

[기자]
타란툴라가 보기에는 아주 무섭게 생겼는데요, 사실 독성 자체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정도는 아닙니다. 우리가 말벌을 생각해보면 장수말벌과 같이 독성이 강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벌도 있잖아요?

타란툴라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중 일부가 독성이 좀 센 거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생김새도 그렇지만, 몸집 자체가 일반 거미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기자]
네, 타란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류인데요, 물론 개체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사육사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오창종 / 서울동물원 사육사 : 새끼 때는 일반 성인 새끼손톱만 하고 다 컸을 때 크기는 종류마다 다른데 가장 큰 게 골리앗 버드이터라고 하는 종이 43cm 정도까지 기록이 나와 있는데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키우거나 전시되고 있는 종류들은 15cm∼20cm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43cm면 무지 크네요. 실제로 보면 무서울 것 같아요.

[기자]
제가 지난번에 앵무새와 교감을 해서, 이번에도 거미와 교감을 시도는 해봤는데, 앵무새도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타란툴라는 사실 정말 힘들더라고요.

사육사님이 도와주셔서 배를 한번 만져봤는데, 벨벳처럼 아주 부드럽고 촉촉했습니다.

지금 화면을 보면 지금 나오는 게 타란툴라고요. 지금 거미줄이 나오고 있죠? 저 부분이 거미가 실을 뿜어내는 방적돌기인데요, 배 아래쪽에 한 쌍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나오죠. 그리고 지금 보시는 것이 바로 타란툴라의 독이빨입니다. 좀 무섭게 생겼죠? 여기서 독액을 내뿜어서 먹이를 먹는 거죠.

[앵커]
그렇군요. 그럼 이 이빨로 먹이를 사냥하는 건가요?

[기자]
타란툴라를 보면 네 쌍의 다리가 있고요. 그리고 앞에 보면 더듬이 다리가 있는데 이 더듬이 다리가 사냥감을 찾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더듬이 다리로 사냥감을 찾게 되면 독이빨을 꽂습니다. 거미에게 있는 독이빨을 엄니라고 하는데요, 사람처럼 이빨로 씹는 것이 아니라 독이빨을 꽂아서 먹이에 독을 주입하는데요.

마치 소화액처럼 독액을 이용해 먹잇감의 몸을 녹여서 빨아먹는 것입니다.

[앵커]
이야기를 들으니까 좀 섬뜩한데요, 화면을 보니까 실제로 귀뚜라미를 잡아먹네요?

[기자]
네, 거미는 대부분 육식성으로 곤충이나 다른 작은 절지동물을 잡아먹는데요. 곤충을 잡고 나면 뒤에 방적돌기를 이용해서 주변으로 거미줄을 치더라고요.

[앵커]
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거미줄은 물론이고, 더 무시무시한 독이빨이 거미의 무기가 되는 거네요.

그런데 이 거미줄이 또 엄청난 성능을 가진 천연섬유라고 들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거미줄은 여러 가지 단백질들이 연결돼서 만들어지는데요, 실처럼 나온 액체가 공기를 만나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서 질겨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같은 무게의 철보다도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아시다시피 거미줄은 유연하면서 탄성도 좋아서 평소 길이의 4배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거미줄과 같은 인공 섬유를 만들려고 하는 거네요?

[기자]
네. 실제로 관찰해보면 모든 종의 거미가 집을 짓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거미줄을 어디에 이용하는지 봤더니 바람을 타고 이동할 때 낙하산처럼 활용하거나 물에 빠졌을 때 돛처럼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깐 사람도 실제로 거미줄을 이용하면 방탄복이나 인공장기의 소재로도 쓸 수 있고요, 이론 뿐이기는 하지만 날아가는 제트기를 낚을 만큼 강한 밧줄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이게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과학자들이 거미줄의 복잡한 분자구조를 밝히는 데 성공했는데요.

황금 원형 거미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약 400개 정도의 짧은 단백질 패턴이 반복되면서 거미줄이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앵커]
이런 연구 결과가 거미줄을 인공으로 만들어내는 데 바탕이 될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죠. 문제는 거미줄을 이루는 단백질이 사람 단백질의 2배 크기에 달하는데요, 아직 이런 단백질을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상당히 가능성에 다가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연구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인공 거미줄을 만들 수 있는 날도 충분히 올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거미는 사실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은 단순히 무서운 곤충이라고 피하기만 했는데 종류도 수만 종에 달하고요.

그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거미줄과 같이 우리가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거의모든것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