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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를 R&D답게" 체질 개선…박상욱 과학기술수석에게 듣는다

2024년 07월 09일 16시 08분
■ 박상욱 /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앵커]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쫓아가는 추격형 R&D 시스템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선도형 R&D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국내 R&D 체질 개선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받은 곳, 바로 역대 정부 최초로 만들어진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실일 텐데요. 오늘 '사이언스투데이'에서는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초대석에서 예산 문제부터 바로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올해 이례적인 예산 삭감으로 과학계 안팎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상당히 증액된 예산안이 발표됐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이라도 하던데 24조8천억 원 규모입니다. 내년도 R&D 예산안, 크게 어떤 것들이 달라졌을까요?

[인터뷰]
먼저 올해 R&D 예산이 삭감되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거기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고 싶고요. 또 연구 현장을 지키고 계신 연구자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연구 현장을 지켜주신 덕분에 우리가 R&D 다운 R&D로의 개혁을 진행하면서 내년도 R&D 예산을 다시 증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R&D 다운 R&D라는 것이 필요한 R&D 예산을 적시에 신속하게 충분히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연구개발 수행체제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에 기반한 연구자 중심의 지원체계를 만들어서 이번에 증액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3대 게임 체인저 분야인 인공지능 반도체·첨단 바이오·양자 과학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등 상당히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추격형 R&D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선도형으로의 체제 전환을 꾀하는 예산 편성이 된 모습인데요. 지난달 R&D 예비 타당성 조사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가 나왔습니다. 예비 타당성 조사의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할 텐데요, 예타 폐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과학계의 장점이 있다면 뭐라고 보십니까?

[인터뷰]
예비 타당성 제도는 우리가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그동안 훌륭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다만 저희가 보기에는 용도와 역할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생을 마감할 때가 됐다고 본 것이고요. 예비 타당성 조사는 사실 인프라 같은 사회간접자본 같은 토목 공사에 어울리는 제도입니다. 어떤 기한과 목표를 세우고 공정률을 체크하면서 계획을 완수하는 데에는 아주 최적화되어있는 그런 제도이고, 또 거기서 경제적인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죠.

R&D는 추격형일 때는 우리가 목표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선도형 R&D 일 때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어떤 계획대로 움직여질 리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필요한 R&D를 적시에 지원하기 위해서 예비 타당성 제도를 폐지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또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게 말이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내년 R&D 예산안과 함께 출연연 혁신안도 발표됐습니다. 출연연의 자율성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골자인데요. 수석께서 보시기에 출연연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인터뷰]
먼저 우리가 출연연이 60년 말 생기기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 산업 발전과 또 우리가 이만큼 경제 사회로의 개발을 하게 된 데 아주 혁혁한 공이 있다는 점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다만 이제 각 산업 부문별로 지원을 위해서 태어난 출연연들이 이제는 그야말로 선도형, 융합형 R&D로 거듭나야 할 시기가 된 것이고요.

저는 우리나라 출연연들이 어디 세계에 내놨을 때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연구소는 한국에 있는 모 연구소다, 이렇게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출연연들은 우리나라 국가에 전략적인 기술들, 국가가 마땅히 챙겨야 하는 안보라든지 안전이라든지 사회문제 관련된 그러한 과학기술들, 민간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우주개발이라든가 하는 공익 목적성이 강한 그런 과학 분야의 출연연이 아주 제대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이런 출연연들이 아무래도 자율성이 높아지면 더 큰 혁신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
네. 이번에 저희가 파격적으로 인건비 제한이라든지 정원 제한이라든지 사업 예산의 변경이라든지 많은 부분을 풀어서 자율성을 강화했습니다. 이제 마음껏 연구하시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앵커]
네, 마음껏이라 말이 참 든든합니다. 또 선도형이라는 말에 참 우리나라가 AI 기술도 선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전세계적으로 워낙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죠. 특히 AI 기술은 정부나 학교, 기업 등이 하나로 모여 역량을 집중해야 할 텐데, AI 분야에 대한 지원책이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앵커님 말씀대로 우리나라가 뭐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서 AI의 양적 투자에 있어서 아무래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산학연과 기업이 합심해서 우리만의 특화 분야를 찾아야 하는 것이고요.

다만 이제 우리가 미국과의 과학 기술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저는 좀 강조하고 싶어요. 미국이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또 중국하고는 다소 같이 가기 어려운, 기술 개발의 경로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 전환 혁명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면서 과거 반도체 혁명, 또 통신. 이 이동통신, 정보 통신 혁명에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인 반도체를 비롯한 인공지능 하드웨어라든지 인공지능 서비스 이런 쪽으로 우리가 함께 간다면 충분히 인공지능 주요 3대 강국에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아마 그래서 이 3대 이니셔티브 안에도 AI 관련 정책들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국가 인공지능 위원회도 출범 예정이라고요?

[인터뷰]
네 국가 인공지능 위원회는 대통령께서 직접 주재하시는 위원회로 관계 부처와 장관들과 민간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서 상당히 큰 규모로 저희가 준비를 하고 있고요. 국가의 인공지능 R&D를 포함한 전환 전략, 또 산업 전략,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최고 레벨의 거버넌스 기구가 될 것입니다.

[앵커]
정말 엄청난 역량이 모일 것 같습니다. 사실 AI를 이야기하다 보면 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하다 보니까 윤리나 규제 관련 부분도 기술 개발을 따라가 줘야 하는데요. 국제적으로도 AI 윤리에 대한 논의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은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인터뷰]
AI 윤리는 그야말로 AI의 미래 경쟁력입니다. 대통령께서 제게 직접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과거에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빠른 차, 큰 차가 선호되었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안전한 자동차를 소비자들이 찾기 시작했다고 말씀해 주셔서요. 인공지능도 여러 가지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AI 기술을 잘 통제해서 우리 사회와 인류 미래에 공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조정해나가야겠죠. 그런데 있어서는 AI 안전 거버넌스라고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되겠고요.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가 최근에 글로벌 AI 안전 거버넌스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AI 안전 정상회의를 서울 서밋에서 주최하기도 했고요. 이런 안전이 곧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AI 안전 거버넌스의 국제적인 규범을 선도해나갈 것입니다.

[앵커]
아마 AI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점차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질문 또 드리고 싶습니다. 이공계 인재들 관련해서도 아마 수석께서 잘 챙기고 계실 텐데요. 특히 우리나라는 의대 선호 사상이 좀 강하기도 하고요. 우수한 인재를 이공계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인터뷰]
사실 이공계의 여러 일자리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일자리들이 많습니다. 스스로의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연구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또 사회적 경제적 보상도 어느 정도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공계 일자리들과 진로의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아쉽습니다.

저희가 이공계 활성화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데 특히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여러 부처가 협업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 골자는 곧 발표되겠습니다마는 저희는 이공계를 선택한 분들을 성장시켜주는 그러니까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나를 성장시켜주는 이공계' 또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해주는 이공계, 또 그럼으로써 충분히 보상받고 인정받는 이공계. 이 세 가지 원칙으로 해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을 만들어가고 있고요. 정부의 많은 지원 대책들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이공계를 선택했을 때 '아, 나는 많은 것을 받고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어떤 가치든 간에 충족할 수 있다' 이런 쪽으로 저희가 인식 전환을 하려고 합니다.

[앵커]
인식전환이 이뤄지면 이공계로의 인재 유입도 좀 늘어날 텐데요. 이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재밌게 즐기고 기초교양 중에 하나로 과학문화를 받아들이는 그런 문화가 확산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과학문화를 확산하고 정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지요?

[인터뷰]
제가 그래서 이 YTN사이언스에 방송은 처음으로 출연하게 된 것입니다. YTN사이언스 같은 이런 과학 전문 방송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고요. 요즘 보면 유튜브에도 과학크리에이터들이 구독자 수도 많고 인기도 많고, 과학이 인기가 없는 게 아닙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SF 영화의 인기가 많은 나라로 아주 유명하죠. 주요 영화가 개봉할 때 감독이 우리나라를 자주 찾기도 하고요. 과학문화는 어린이나 청소년만의 것이 아닙니다. 과학문화는 세대와 관계없이 또 본인의 전공이나 직업과 관계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성인의 과학문화가 되어야 할 것이고요. 그런 게 바로 우리 사회 전체를 과학적 사고로 이끌게 될 것이고, 이성적인 사회로 이끄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과학의 대중화, 저희 YTN사이언스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수석님과 이렇게 초대석에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이력이 좀 독특하신데요. 화학 전공의 이학박사와 과학기술정책학 박사 이렇게 두 가지를 모두 갖고 계셔요. 현장부터 정책까지 두루 섭렵을 하신 것 같은데요. 학위를 두 개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둘 다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학위를 과학분야와 정책분야를 둘 다 가지고 있는 게 어떤 의미냐라고 말씀드리기보단 왜 과학기술수석비서관으로 학위를 두 개 가진 사람이 일을 하고 있을까를 답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과학과, 과학기술과 정부 정책 사이의 큰 간극이 있고 서로 소통이 좀 어렵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과학기술계와 정부 사이에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양쪽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아마도 정부에서 판단하신 것 같아요. 제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 정책이라든지 사회과학, 인문학 분야와 과학기술 사이의 접점이 늘어나고 소통이 활발해지면 그것이 과학기술정책이 나아갈 방향이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가교 역할을 하시면서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났을 것 같습니다. 이제 6개월여 정도 지나신 것 같은데요. 그동안의 소회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서과학기술수석으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정부 밖에서 본 것과 정부 안에서 경험한 게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이 대단히 중요하고 경제 산업 사회 각층에 정말로 과학기술이 많이 관여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고요. 일도 많고 바쁩니다.

그런데 앞으로 지금 이 시기에 선도국형, 강대국형 연구개발 수행 체계로 전환해내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동안에 또 우리 정부 남은 기간 동안에 최선을 다해서 우리나라 R&D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해서 과학기술 주요 3대 강대국이 되는 그런 발판을 닦아 볼 각오입니다.

[앵커]
정말 발판 마련에 많이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사이언스초대석,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수석님 오늘 짧은 시간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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