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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매력도 주제도 찾지 못한 영화 '마담 웹'…거미 모방한 기술 개발 활발

2024년 03월 15일 16시 06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네, 오늘 영화는 마블 코믹스 원작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새로운 히어로 영화 '마담 웹'입니다.

[앵커]
맞아요, 저도 개봉소식은 들었는데 마담 웹이라는 이름이 저는 좀 낯설더라고요. 아마도 마블팬이 아니라면 잘 모를 것 같은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파이더맨과는 다른 건가요?

[기자]
영화 '마담 웹'은 소니가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신작입니다.

원작에서의 마담 웹은 예언자 역할을 하는 노파인데, 영화에서는 젊은 구급대원으로 설정을 바꿨습니다.

주인공 캐시의 엄마는 임신 상태에서 치유 능력을 지닌 희귀한 거미를 찾으러 아마존에 갑니다.

어렵사리 거미를 찾았지만, 경호원이었던 심스에게 배신당해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다행히 거미와 공생하는 원주민의 도움으로 배 속에 있던 캐시는 목숨을 구하지만, 이 사실을 모른 채 홀로 성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캐시는 미래를 보게 되고, 위험에 처한 세 명의 소녀들을 지키는 마담 웹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앵커]
이 영화가 한 달 먼저 북미에서 개봉했는데, 흥행 성적이 처참했다면서요?

[기자]
네 미국에서는 지난 2월에 개봉했는데요.

우선 해외 매체들은 혹평을 쏟아냈고요.

영화 평론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는 토마토 지수가 12%로 썩은 토마토를 기록했습니다.

관객들도 외면했는데, 북미 기준으로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역대 최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원래 소니픽처스는 제작 과정에서 '마담 웹'이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에서 MCU의 닥터스트레인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앵커]
네,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으니까?

[기자]
네네, 흥행 참패 성적으로 받으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마담 웹 시리즈를 제작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앵커]
10년 동안 제작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면 얼마나 재미가 없었는지 궁금해지거든요. 양 기자가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보고 오셨잖아요.

어떠셨나요? 혹평의 이유가 있던가요?

[기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인 건 맞습니다.

우선 스파이더맨과 달리 '마담 웹'이라는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히어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담아내질 못했습니다.

영화는 새로운 히어로이자 예언자, 조력자인 마담 웹을 주인공으로 보여줄지, 앞으로 스파이더 히로인이 될 세 명의 학생을 보여줄지 결정하지 못한 채 만든 느낌이 강했습니다.

게다가 히어로 영화 특유의 화려한 액션도 없고, 예지 능력 이외에는 매력적인 능력이 나오질 않는 데다가 예지 능력 역시 데자뷰와 비슷하게 반복으로만 이어져 밋밋하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히어로물은 액션이 백미인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영환가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파이더맨에서는 피터 파커가 방사능에 노출된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게 되잖아요.

마담 웹에서는 거미가 어떤 역할을 하나요?

[기자]
같은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안에 있기 때문에 마담 웹에서도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설정은 같습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에서는 방사능에 의해 만들어진 슈퍼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게 됐다면, 마담 웹에 나오는 거미는 치유 능력을 가진 초능력 거미입니다.

그러니까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신비의 능력을 지닌, 자연 상태의 거미인 거죠.

[앵커]
거미의 설정이 조금 다르네요.

그래도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었다는 건 똑같은데, 이건 실제로는 당연히 불가능하죠?

[기자]
그렇죠. 동물에게 물려 초능력을 가지려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유전자 일부가 갑자기 변하는 '형질전환'이 일어나야 하는데요.

형질전환은 인공적으로 외부에서 가한 힘으로 유전자가 변하는 건데, 대장균과 같은 세균에게서는 형질전환이 가능합니다.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맞잖아요.

이 인슐린을 만들 때 형질전환 기술이 활용됩니다. 하지만 사람처럼 복잡한 생물에게 형질전환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앵커]
우리가 영화에서처럼 거미에 물려 능력을 얻을 순 없지만, 그래도 거미가 가진 능력을 이용한 연구들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자유롭게 기어오를 수 있는 장갑이 개발됐습니다.

벽에 붙어서 오르내릴 수 있으려면 '반데르발스 힘'을 이용해야 하는데요.

반데르발스 힘은 원자 사이에서 전기적인 불균형이 일어날 때 생기는 끌어당기는 힘으로, 무게가 무거울수록 벽과 닿는 표면적이 커져야 합니다.

상식적으로 무게가 무거우면 면적이 넓어져야겠죠?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아주 작은 발로 면적을 넓히려면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을 모방했을 때 발 크기, 표면적을 줄일 수 있는데요.

개코도마뱀의 발바닥을 보면 주름이 많은데, 각 주름 안에서 가느다란 섬모가 수만 개 달려있어 표면적을 크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을 본떠 만든 장갑을 끼고 유리 벽에 오르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또 스파이더맨의 능력 중에 거미줄이 있잖아요?

합성 거미줄을 만드는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KAIST와 서울대 공동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거미실크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거미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 고강도의 거미실크 단백질을 만들었는데, 개발한 인공 거미줄은 실제 거미줄과 거의 비슷한 강도였습니다.

또, 스웨덴과 중국, 스페인 공동 연구진도 거미줄 생산기관인 방적관을 본떠 인공 거미줄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밖에도 건축 설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거미가 방사형으로 거미집을 짓는 원리를 응용하기도 하고, 거미의 진동 감각기관을 모사한 초고민감도 센서를 개발하거나 거미 독에 포함된 항암 물질이 흑색종과 같은 암세포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앵커]
이런 연구결과들이 말해주신 영화 내용보다 훨씬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네, 오늘의 영화는 마담 웹이었는데요.

영화는 좀 아쉽지만 이런 흥미로운 연구소식들이 계속 들리기를 기도해 보겠습니다. 얘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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