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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들의 연구실]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원료 만든다…한국화학연구원

2023년 12월 27일 11시 26분
■ 장태선 /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우리나라 대표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화학연구원의 연구실을 방문해보겠습니다.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모아 저장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죠. 국내에서도 이러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알코올이나 플라스틱에 쓰이는 합성가스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장태선 책임연구원 모시고 자세히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온실가스로 잘 알려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감축할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기술이 왜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부터 얘기를 좀 해주시죠.

[인터뷰]
이산화탄소 활용기술이 알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원유에 대해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원유는 땅속에서 갓 뽑아낸, 정제하지 않은 그대로의 석유를 말합니다.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혼합물이죠. 이런 원유를 갖고 휘발유, 경유, 등유와 같은 연료를 분리해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석유제품을 만드는 데 이용합니다. 이렇게 원유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최종적으로 생성되어 배출되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입니다.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의 주범이라 불리고 있는 온실가스의 한가지 물질로, 공기 중에 많이 존재하며 탄소 1개와 산소 2개를 갖는 분자식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활용기술은 원유에 포함된 탄소를 대신하여 이산화탄소에 포함된 탄소를 활용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쉽게 말하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석유가 아닌 이산화탄소에 포함되어있는 탄소를 재료로 해서 만들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너무 좋은 기술인 거 같은데, 이런 기술들이 그동안 상용화되지 못했던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시기적인 문제인데요.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한 것은 1990년대 초였으나 많은 국가들이 합의해서 방향성을 정한 시기는 2010년대 중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대응한 일부의 유럽국가들에서는 상용화 사례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경제성과 감축 효과 문제입니다. 다양한 기술도 부족하지만, 기존 산업에 적용하면 전체적인 밸류체인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경제성과 감축 효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 번째는 법, 제도 문제입니다. 아직까지 기존 석유화학제품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제품은 폐기물로 분류됩니다. 또 온실가스가 얼마나 어떻게 감축되었는지 감축인증과 제품인증에 대한 방법론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관련 법안이 순조롭게 통과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기술과 제도, 모두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박사님께서 연구하고 계신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제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석유화학산업에서 지난 100여 년 동안 개발하고자 했던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건식 개질 기술'입니다. 즉,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제조하는 기술로 석유화학산업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함과 동시에 플랫폼 화합물이라 불리고 있는 합성가스를 제조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이루어진 합성가스는 암모니아, 알코올, 플라스틱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필수적 핵심 원료지만, 기존의 기술들은 모두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개발한 기술은 기존 기술과 대비해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형 합성가스 제조기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석유화학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앵커]
설명을 들으니까 더 궁금해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의 기술일까요?

[인터뷰]
조금 더 기술적으로 설명을 드리면 석유화학, 정유, 제철, 시멘트 산업 등에서 배출되거나 공장 내 라인에서 움직이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원료로, 촉매 반응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소와 일산화탄소가 혼합된 합성가스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부반응을 억제하면서 반응에 안정적인 역할을 하는 촉매 확보와 공정개발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이 기술로 제조된 합성가스는 석유화학산업에서는 중간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서 이미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기존 공정에 적용하면 석유화학 생산 공정을 그대로 사용하여 최종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형 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어떤 제품을 만드는 거보다는 그 원료물질을 생산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하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인터뷰]
이산화탄소를 직접 활용해서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특정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 기술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간접 활용하여 원료물질인 합성가스를 거쳐, 특정 제품을 만든다면, 기존 밸류체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파급효과가 훨씬 커질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기술의 확보는 우리나라가 기술선진국으로 향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앞서 잠깐 몇 가지 말씀해주셨지만, 이제 기존 기술과 비교해서 박사님의 기술은 어떤 장점은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건식개질기술'은 오직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부반응이 있었거든요, 그 반응을 억제를 시키면서 상용화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했고요, 약 1만 시간 이상 적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촉매와 공정기술입니다. 우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기술이며, 탄소 중립, 기후변화 등이 이슈화된 시점에 더욱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제 상용화에 대해 질문을 드릴 텐데, 현재 기업에 기술이전이 이뤄졌다면서요?

[인터뷰]
촉매와 관련된 기술은 화학 회사인 ㈜부흥산업사에 이전하였습니다. 촉매에 맞는 공정기술은 기업에서 개발했고요. 기술을 이전받은 부흥산업사는 연간 8천 톤의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식 개질 플랜트를 울산산업단지 내에 구축하여, 상용화 전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흥산업사에서는 탄소 중립 시장 진출을 목표로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 활용제품을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고요, 이 외에도 제조된 합성가스를 활용하여 초산, 메탄올, 카보네이트 등과 같은 기존 화학 원료를 대체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으며, 추후 플랜트 수출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기존 석유화학 제품을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밸류체인에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재료를 투입해서, 결과적으로는 저탄소 제품이 나오게 만드는 기술을 설명해주셨는데요.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개발하신 기술의 상용화가 멀지 않은 것 같은데, 앞으로 더 남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인터뷰]
개발한 건식 개질 기술이 기존 산업에 스며들어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유럽연합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 국경 조정세와 제도로 인해 모든 산업이 위기라고 하나, 오히려 기회로 삼아, 국제적으로는 탄소 중립, 기후변화, 국가적으로는 관련 산업이 발전하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앵커]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 그대로 적용해서 결과적으로 모든 제품이 탄소감축형이 되도록 하는 게 핵심인 것 같은데요. 유엔에서도 우리나라를 '기후 악당'으로 분류를 했다고 하는데, 오명을 벗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장태선 책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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