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패션으로 한때 영국을 휩쓸었던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모델이자 사진작가인 '패티 보이드'입니다. 당시 영국에서 여성들의 뮤즈로 불리며 공개적인 삼각관계로도 큰 이슈를 몰았던 인물인데요. 오늘은 패티보이드의 카메라에 담긴 모습들과 또, 여자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아름다운 미모에다 재능까지 겸비해서 또, 공개적인 삼각관계를 했다고 하니까 어떤 분인지 궁금한데, 패티 보이드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20세기 상징적인 뮤즈이자 전설의 밴드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과 그의 친구인 에릭 클랩튼. 이 두 사람의 사랑을 한몸에 받기도 했습니다. 어디서는 이목이 집중되는 화려한 외모와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당대 최고의 패션모델이었던 트위기와 함께 영국의 손꼽는 모델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패티 보이드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동시에 뛰어난 안목과 사진 실력으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녀의 삶과 사진 세계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앵커]
영국에서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만큼 이 패티 보이드가 활동할 당시 영국 분위기는 어땠나요?
[인터뷰]
네, 몇 년 전 유행했던 '퀸즈 갬빗' 같은 OTT 드라마의 배경이 바로 영국의 1960년대 후반인데요. 이때를 '스윙 런던' 시대라고도 하는데요. 흔들리는 60년대라는 의미인데요. 60년대 중후반 영국에서 청소년,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어난 문화 혁명입니다. 특히 당시 런던이 이전에는 우울하던 도시였다면 스윙 런던 시대 때부터는 더욱 밝고 생동감 넘치는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고요. 팝과 패션 분야에 큰 변화가 일면서 영국발 트렌드 들이 해외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현상은 1950년대 베이비붐과 전후 경제 호황 등의 이유로, 도시에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요. 사회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변화 등을 주도했습니다. 또, 음악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밴드 비틀즈의 팝이 전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굉장히 충격을 주었고요. 패션 같은 경우, 여성들 사이에서 파격적인 단발머리와 짧은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스윙 런던이라고 하는 시대를 그야말로 주름잡았던 사람이 패티 보이드다, 이 말씀이시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당시 영국 출신 모델 트위기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천진난만한 외모와 작은 체구의 모델이었던 트위기는 시대를 대변하는 대중적인 스타일을 선두 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패티 보이드 또한 화려한 외모와 센스 있는 패션으로 당대 많은 여성들의 뮤즈였는데요. 특히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과 결혼한 후에 조지 해리슨의 친구이자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튼'과도 사랑에 빠지면서 공개적인 삼각관계로 이슈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에릭이 패티를 담은 마음을 담은 여러 명곡을 만들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앵커]
이 삼각관계가 굉장히 이슈였을 거 같은데, 그 이야기도 좀 들려주시죠.
[인터뷰]
네. 패티 보이드의 사진 작품에도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의 일상 사진들이 많이 포함되어있고요. 특히 에릭 클랩튼의 곡 와 이라는 곡이 패티에 대한 이야기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1962년, 패티 보이드는 새초롬한 미니스커트와 인형 같은 외모로 전 세계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는데요. 그러던 와중에 1964년, 조지 해리슨을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비틀즈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알게 된 건데요. 조지가 패티를 처음 본 날부터 결혼하자고 했을 정도로 첫눈에 반했다고 하고요. 2년 후 둘은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지의 숱한 염문들과 더불어 존 레논이나 폴 매카트니처럼 주목을 받고 싶었던 조지의 불안한 심리 등이 얽혀 수차례 불화가 생기고 끝내 이혼하게 되는데요. 이후 패티는 에릭 클랩튼에게 찾아갑니다. 처음에는 조지의 질투를 유발 시키려고 에릭에게 접근했지만, 곧 정말로 에릭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후 에릭과도 결혼하게 되지만 이 결혼 역시 결국 이혼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게 해피 엔딩이라고 볼 수는 없는 스토리군요. 두 천재 뮤지션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 패티 보이드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회고하나요?
[인터뷰]
패티 보이드는 "두 천재가 나를 위해 노래했고, 그럴수록 나의 인생은 아팠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자 서로 절친이었던 둘,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으로 인해 평생의 꼬리표와 함께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패티 보이드는 과거를 아름답게만 회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가장 가깝게 지냈던 사람인 만큼,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남겼는데요. 패티는 패션에도 안목이 높았던 만큼 사진을 찍을 때도 특유의 시선이 있었습니다. 모델 일을 하면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패티는 자신이나 주변 지인들의 모습을 줄곧 담았는데요. 이후 미국에서 라는 사진집을 미국에서 출판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항상 사진집을 내고 싶었다. 사진은 말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패티의 젊은 시절은 사실 굉장히 할 말도, 탈도 많았던 시간이었을 텐데요. 너무나 많은 질문들과 꼬리표들이 따라다녔기 때문에 오히려 말보다는 사진으로 담담히 그 시간 들을 기록하고 담아낸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제 그 사진들이 궁금한데요.
[인터뷰]
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인데요. <장미 정원 앞 조지 해리슨과 패티 보이드>입니다. 1986년에 찍은 사진으로, 일상적인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실제로 패티와 조지가 살던 집의 장미 정원인데요. 당시 이 둘은 히말라야에서 두 달간의 명상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하루는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마침 패티가 키우던 장미가 꽃을 피웠고 그 정원 앞에서 조지와 사진을 남기고 싶었던 패티는 삼각대를 설치합니다. 패티가 '조지, 여기 서서 카메라 좀 봐'라고 외쳤는데, 타이머가 너무 오래 걸려서, 조지는 끝내 시선을 돌렸고, 패티는 조지가 음악에 대해 고민하나 보다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들이 포착된 사진인데요.
저는 이 작품을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패티 보이드의 사진전에서 처음 봤습니다. 패티 보이드가 젊은 시절 참 많은 언론과 파파라치에게 시달렸을 텐데, 이 사진은 그런 강압적이고 인조 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정말 내추럴한 둘의 모습을 담은 느낌이었고, 배경의 붉은 장미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대충 묶은 머리 등이 솔직하고 어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무척 감명 깊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자, 그런가 하면 또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많이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패티 보이드가 모델 당시 찍었던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들도 굉장히 매력적인데요. 패티는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과 주변 지인들의 사진을 찍었지만, 직업으로서 이 사진들을 대중에게 공개할 생각은 못했었다고 하거든요. 그런 자연스러움이 더욱 사진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어떤 만들어진 표정이나 연출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해맑은 소녀처럼 자유로워 보이는 패티 보이드의 모습이 한층 더 눈길을 끄는 작품들입니다.
[앵커]
오늘 패티 보이드 사진, 집에 가서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