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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하나로 뭉쳤지만 더 약해진 건 왜 일까? '더 마블스'…플라즈마가 무기가 될 수 있을까?

2023년 11월 17일 16시 22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레드카펫'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기자]
'사이언스 레드카펫' 양훼영 입니다. 오늘 만나 볼 작품은 영화 '더 마블스'입니다. 마블 시네마 유니버틱, MCU의 올해 마지막 영화이자, 마블의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솔로 영화인데요. 여성 히어로가 팀을 이룬 '더 마블스'가 우주는 물론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 부진을 겪고 있는 MCU를 구할 수 있을까요? 키워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스위칭 액션'입니다. 빌런은 우주를 파괴하려 하고,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슈퍼 히어로가 나선다. 이 간단한 서사는 MCU의 뼈대로 '더 마블스'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초능력 쓸 때마다 뜻하지 않게 바뀌는 '스위칭'이라는 설정이 영화의 재미를 살려줍니다. 점프 포인트의 이상 반응을 조사 중인 모니카 램보

[수치 곧 보낼게요, 퓨리]
[모...]
[들려요?]

[기자]
알 수 없는 에너지를 만진 그 순간!

[어떡해! 어떡해!]
[이거 어벤져스 테스트예요?]

[기자]
서로의 위치가 뒤바뀌게 됩니다. 이후 모니카 램보와 미즈 마블인 카말라 칸, 그리고 캡틴 마블까지 세 사람은 초능력을 쓸 때마다 수시로 바뀌게 되는데요.

[난 빛 에너지를 다룰 수 있고]
[넌....]
[보여드릴께요]
[하지마!]
[카말라]
[또야?]

[기자]
이런 스위칭 현상은 캡틴 마블로 인해 자신의 행성과 종족이 위기에 처했다고 믿는 새로운 빌런, 다르 벤 때문이었죠.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이제 똑같이 갚아주지]

[기자]
빛을 다룰 수 있는 세 사람은 다르 벤을 막기 위해 함께 싸우기로 하고

[우리 한 팀이에요?]
[아니 ]
[팀 아냐]

[기자]
우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르 벤과의 결투를 펼칩니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기자]
올해 개봉한 MCU 영화는 세 편입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흥행과 비평 모든 면에서 실패했죠. 그나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로 반등하나 싶었는데, '더 마블스'가 역대 최악의 성적을 맞이했습니다. 미국에서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긴 했지만, 매출액 4,700만 달러에 그쳐 출발부터 힘이 빠졌습니다. 이 기록은 MCU 영화 33편 중 역대 최저인데, 개봉 첫 주 전 세계 총 수익은 1억 달러를 넘지 못했습니다. 마블민국이라는 불렸던 국내에서도 개봉 당일 10만 명을 못 넘겼고요. 누적 관객 수가 50만 명을 넘기자마자 박스오피스 3위로 떨어졌습니다. 개봉 당일에만 100만 명을 모았던 이전 작들과 비교하면 참패 수준인 거죠. 여기에 개봉 이후 실제 관람객 혹평이 이어지며 입소문에도 실패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MUC공화국이었던 지난 10년의 영광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왜 혹평과 흥행 실패가 이어지고 있는 걸까요? 두 번째 키워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MCU 영화가 어벤져스 이후 관객들을 극장으로 강력하게 끌어당겼던 건 바로 각각의 영화가 하나로 연결되는 지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언맨이 죽고, 타노스가 사라지면서 MCU의 강력한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디즈니 플러스와 극장판 영화와의 연계성을 높여놨던 페이즈4의 MCU 세계관이 오히려 발목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MCU 영화는 조금 불친절한 작품이 됐습니다. 더 마블스는 다행히 전작들을 꼭 보지 않아도 영화 자체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완벽히 즐기려면 4편의 선행학습이 필요합니다. 빌런 다르 벤의 행성이 황폐화 된 이유, 크리족과 스크럴족은 누구이며 이들의 관계는 무엇인지 등을 알려면 '캡틴 마블'을 봐야 합니다. 또, 카밀라 칸은 누구이며, 어쩌다 히어로가 됐는지, 또 얼마나 캡틴 마블을 좋아하는지 등은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된 6편짜리 드라마 '미즈 마블'을 봐야 하고요. 이 밖에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완다비전', '시크릿 인베이젼', '호크아이'까지 봐야 이 영화의 쿠키 영상까지 완벽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국내 팬들이라면 박서준의 MCU 합류가 무엇보다 기대될 텐데요. 박서준이 맡은 얀 왕자는 영화 시작 1시간쯤 뒤에 등장해 5분 남짓 나오는 게 끝입니다. 영화에서 나름 존재감이 컸다는 평도 있지만 '웃참챌린지'였다는 혹평도 있죠. 배우 박서준은 영화 기생충에 특별출연하면서 5분 정도 등장했었는데, 짧지만 확실히 캐릭터를 보여줬던 만큼 분량 자체보다는 휘발성으로 배우를 활용했다는 점 자체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인터뷰: 박서준 / 영화 '더 마블스' 얀 왕자 역]
전체적인 스토리에서는 알라드나 행성과 얀 왕자가 캐럴을 한 단계 더 성장시켜주는 과정에 있는 인물과 장소인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잠깐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더 마블스의 스토리상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영화 속 과학 이야기, 양훼영 기자와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주인공 캡틴 마블은 타노스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지닌 히어로라는 설정이잖아요. 특히, 팔을 뻗어서 에너지를 발사할 수 있는데 이 에너지의 정체는 뭘까요?

[기자]
캡틴 마블을 포함한 더 마블스의 여성 히어로들은 빛을 잘 다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에너지는 플라즈마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 이외의 제4의 물질 상태를 말하는 거잖아요. 고온과 강한 전기적 힘을 가해 원자핵과 전자로 분리된 상태를 플라즈마라고 하는데, 흔히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플라즈마는 번개, 오로라, 네온사인 등이 있고요. 대표적인 건 태양 표면, 그리고 우주 공간 에너지가 90% 정도 플라즈마 상태로 이루어져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태양이 무한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게 바로 플라즈마 상태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때문인데요. 캡틴 마블을 포함해 더 마블스에 나오는 빛을 다루는 히어로들은 아무래도 이 플라즈마 상태의 에너지를 다루는 능력을 가졌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또, 오로라나 네온사인을 보면 플라즈마 상태 안에서도 여러 가지 색을 내는 걸 볼 수 있잖아요? 기체 분자에 따라서 각각 플라즈마 상태가 됐을 때 고유의 색을 발현하게 되는 건데요. 네온 가스는 빨강, 헬륨이 연보라, 수소가 파랑, 질소는 분홍 등 다양한 색을 나타냅니다. 아마도 캡틴 마블이 에너지를 쓸 때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이 몸을 감싸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더 마블스' 영화에서 에너지를 플라즈마 형태로 쓰는 건데요. 그러면 이걸 영화에서처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물론 영화에서처럼 당연히 신체에 에너지를 저장해서 내뿜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원리적으로는 플라즈마를 만들어서 잘 가둔 뒤, 입자가속기처럼 빔을 통해 강력한 플라즈마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쏴 무기처럼 사용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나 구상했을 때 가능할 거 같은 거지, 잘 만들기 위한 과정이 어려워서 현실화 돼 있는 건 아니고요.

그런데 플라즈마 같은 경우에는 압력과 온도 조건에 따라 특징이 매우 달라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핵융합 에너지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고 방어 무기, 충격파를 제어하는 방어 무기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들이 초강력 펨토초 레이저를 공기 중에 발사해 적의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을 개발 중인데요. 이때 강력한 펨토초 레이저 방향을 빠르게 스캔하면 공중에 플라즈마 방패 구조로 보이지는 않지만, 에너지 벽이 생겨서 드론이 오지 못하고 드론의 신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해요. 그렇게 됐을 때는 플라즈마가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캡틴 마블이 일종의 사기 캐릭터라고 하는데, 우주 공간을 아무런 장비 없이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힘도 굉장하고, 움직이는 속도도 거의 빛의 속도에 맞먹잖아요? 날아갈 때 항상 뒤에서 빛이 나오던데, 그럼 이런 능력도 플라즈마 에너지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제가 그 부분까지는 알 수 없지만, 플라즈마 에너지가 빠르게 날아가는 추력 에너지로도 활용하는 방법들이 실제로 기술개발이 고안 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로켓이나 항공기에 추력을 가할 때 화학 연료를 쓰는 대신, 플라즈마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연구들이 진행 중인데요. 플라즈마 로켓 엔진은 기존 화학 추진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연료 소모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문제는 엔진 안에서 플라즈마를 만들어서 가둬야 하고요, 이 과정에서 전기장을 가해 플라즈마를 유지 시켜야 되는데, 아주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고, 플라즈마를 가두기 어려워 추력과 속도가 결국에는 떨어져서 일정 수준 이상을 내기 어렵다, 이런 결과 때문에 실용화가 잘 안 되고 있어요.

지난 2021년 미국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학연구소의 파티마 에브라히미 박사가 새로운 방식의 플라즈마 로켓 엔진을 고안했습니다. 에브라히미 박사는 핵융합 실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저 방식을 엔진 개발에 활용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하는데요. 기존에 알려져 있던 플라즈마 로켓엔진은 전기장을 이용해서 가두는데, 핵융합 발전 방식을 그대로 착용해서 자기장 방식을 활용하는 겁니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갇힌 상태에 있는 초고온도의 플라즈마가 '플라즈모이드'라는 고밀도의 덩어리가 됩니다. 이거를 활용하면 로켓 추력을 기존보다 훨씬 더 빨리, 많이 올릴 수 있는데 논문에서 계산해본 바로는 10배 이상 로켓 추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고요. 또한, 전기장이 아닌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욱 다양한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여 추력을 더욱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시제품을 만들어 실현 가능성도 확인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연구결과를 기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오늘은 영화 '더 마블스', 그리고 히어로들이 쓰고 있는 플라즈마 현상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그런데 궁금한 게 마블 영화들 보면 끝나고 꼭 쿠키 영상이 있잖아요? 이번에도 여러 개 있을까요?

[기자]
쿠키 영상이 이번에 있습니다. 우선은 첫 번째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난 다음에 나오는 첫 번째 쿠키 영상이 있고요. 그리고 원래는 배우 진들의 모든 스텝 스크롤이 다 올라가고 난 다음에도 예전에는 쿠키 영상이 하나 숨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없기 때문에 굳이 끝까지 극장을 지키지 않으셔도 됩니다.

[앵커]
이번에는 크레딧 올라가기 전에 집에 가도 될 거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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