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철 /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장
[앵커]
우리나라 대표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국대들의 연구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실을 방문해보겠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죠. 이런 대규모 질병의 발생이 더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된 만큼,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한 대비 전략이 필요한데요, 넥스트 팬데믹을 위해 어떤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지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 고경철 센터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맡고 계신 연구실이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잖아요? 이름이 좀 어려운데,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는 신 변종 감염병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선제적이며 빠른 대응을 위해 국가 전임상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산학연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인데 설립된 지는 얼마 안 된 거로 아는데요, 어떤 계기로 만들어진 건가요?
[인터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2020년 4월,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고위험 병원체인 코로나19는 특수시설이 없는 민간 기업에서 다루기 어려운데요, 그래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 분야의 협력과 측면지원을 위해 '코로나19 대응 연구개발지원협의체'를 발족시켰습니다. 이 협의체에는 사무국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정부출연연구소 등 바이오 및 감염병 관련 기관들이 유기적인 협력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앞으로도 짧은 주기로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합의가 마련되었고, 상시적인 전임상시험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래서 2021년,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 운영 및 설립에 대한 안건이 의결되었고, 이를 근거로 작년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에 센터가 조직화 되었습니다.
[앵커]
이제 한 1년 6개월 된 신생 조직이다 보면 될 거 같은데요. 전임상시험이 임상시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거 같거든요? 좀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신약개발 과정은 많은 검증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요, 기초원천 연구를 시작으로 개발 후보 물질 선정을 선정한 뒤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을 거쳐 신약 허가를 받고 제품으로 시판됩니다. 전임상과 임상을 간단히 구분한다면, 시험 대상이 무엇이냐입니다. 전임상은 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은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시험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사람 임상시험 전 단계인 임상시험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이 전임상시험 단계가 연구 과정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그 이유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약물의 부작용이나 독성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에게 바로 시험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신약 후보 물질은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에 동물 실험을 통해 약물의 부작용이나 독성, 효과 등을 예측하는 것이 바로 전임상시험입니다.
[앵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정부와 함께 대응 전략을 세우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인터뷰]
앞서서 말씀드린 과기 정통부에서 발족한 '코로나19 대응 연구개발지원협의체'의 사무국장으로서 정부와 민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진단, 방역 기기, 치료제, 백신 개발을 위해 산학연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원해 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코로나19 대응에서 전임상시험지원센터가 가중 주력했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인터뷰]
코로나19와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기 위해서는 생물안전 3등급이라 불리는 BL3 또는 ABL3라는 특수시설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특수시설을 갖추고 있는 민간 제약 바이오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특수시설과 전문연구원 등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소 등의 협의체를 중심으로 치료제와 백신 후보 물질의 유효성 평가에 주력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쪽에서 약 3천여 건을 지원하였고, 그중에 치료제 9종, 백신 10종이 임상에 진입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1호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 그리고 국내 1호 백신인 SK 바이오 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이 있습니다.
[앵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됐잖아요? 지금 센터장님께서 보시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저는 의료분야가 아니기에 말씀드리긴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코로나19는 지속적인 변종으로 변화하며 약해지는 경향이 있고, 또한 대다수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확보한 상태이기에 위험도는 낮아졌습니다. 다만, 또 다른 위험성이 없진 않은데요. 만약 예상치 못한 변종 발생으로 환자 발생률이 높아지면, 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전체적인 방역 통제 불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하겠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팬데믹이 또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하죠?
[인터뷰]
감염병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위협적인 감염병 출현은 확실하며 빈도수도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감염병 발생 현황만 보더라도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우리는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당연히 대비가 필요할 텐데, 지금 지원센터에서는 어떤 전략을 추진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신변종 감염병에 대해서는 평상시의 선제적인 대비와 응급 시의 신속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는 넥스트 팬데믹에 대한 4가지 선제적 대비와 3가지 신속 대응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선제적 대비에 관해 말씀드리면, 첫째 고위험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고도화, 둘째 주요 위험 감염병을 대상으로 선제적 전임상 시험법 고도화, 셋째 전임상 원스톱 플랫폼 구축,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디지털 바이오 시뮬레이션 컨셉의 디지털 전임상 플랫폼 구축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 발생 시, 신속 대응 전략으로는 첫째, 중장기적 목표로 동물 대체시험법인 휴먼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속 평가 플랫폼 고도화, 둘째, 주요 감염병에 대해 선제적으로 검증된 우수 후보 물질 라이브러리를 확보하는 것, 셋째 감염병과의 전쟁을 준비하듯 확보된 우수 후보 물질을 비축하고 패스트트랙에 활용하기 위한 팬데믹 응급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방역이 국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느끼셨을 텐데요. 최일선에서 앞으로도 애써주시기를 바랍니다. 국가 전임상시험 지원센터 고경철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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