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심각하게 고뇌하는 남자' 하면 머릿속에 특정 조각상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바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이 조각상은 수많은 패러디를 남기며 명작 중에 명작으로 손꼽히죠. 오늘은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생각하는 사람, 로댕! 참으로 많이 회자 돼 온 단어고 작품, 책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로댕이란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좀 소개 해주시죠.
[인터뷰]
네, 근대 조각의 아버지이기도 한 오귀스트 로댕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13살 때 미술학교에 입학해서 드로잉과 조형을 공부하는데요. 17살에 에콜 데 보자르 입학하려고 했지만 3번이나 시험에서 낙방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로댕이 아카데미에 대한 반발심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이듬해인 1858년, 장식 조각 작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후 전쟁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후 유럽 여행을 하게 되는데요. 특히 이탈리아에서 미켈란젤로 등의 작품을 마주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청동시대'라는 작품을 제작하게 되는데요, 당시 이 작품이 너무 사실적이라는 이유로 평론가들 사이에서 논란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점차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수많은 의뢰는 받게 되는데요. 로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이나 '칼레의 시민', '발자크상'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 근대 조각에 큰 획을 긋습니다.
[앵커]
로댕의 '청동시대'라는 작품이 너무 사실적이라는 이유로 논란을 가져왔다고 하셨는데, 사실적이면 굉장히 잘 만들고 좋은 작품 아닌가요?
[인터뷰]
로댕의 작품들은 인간의 감정이나 신체적인 특징이 굉장히 섬세하게 잘 드러나 있는데요. 예를 들면 보통 사람의 찡그린 표정이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표현한 모습 같은 것들을 조각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런 사실적인 조각을 낯설어했는데요.
당시에는 아름답고 미화된 신을 상상하며 조각하거나, 전문적인 모델을 고용해서 이상적인 비율로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로댕의 '청동시대'는 벨기에 군인 출신의 일반인을 모델로 굉장히 사실적으로 조각했기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는 피부나 근육 표현이 너무 진짜 같아서 살아있는 사람을 본떠서 작업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고 합니다. 로댕이 이에 대한 해명으로 작업할 때 사용했던 주물과 모델의 사진까지 제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진 조각가였네요, 그런데 로댕이 조각을 잠깐 접었던 적이 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1862년, 로댕의 여동생이 젊은 나이에 복막염으로 세상을 떠나는데요. 이때 로댕이 크게 상심하면서 조각을 그만두고 로마 카톨릭 교회 수도회에 들어가 신앙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당시 교회의 사제가 너는 성직자가 아니라 다시 조각해야 한다면서 독려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에 로댕은 다시 조각하기 시작하게 되고요. 우리가 아는 수많은 명작들이 이후에 나오게 된 겁니다.
[앵커]
그 사제분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일은 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저희가 이제 이 작품을 알아봐야겠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알려주시죠.
[인터뷰]
어릴 때부터 자주 접하고, 또 수많은 패러디가 있기도 한 작품이죠. 로댕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청동 작품으로 높이만 186cm로 생각보다 큰 사이즈 인데요. 진지하게 무언가를 사색하는 듯한 남성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로댕의 또 하나의 역작이죠, '지옥의문'에 이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포함되어 있던 게 시초입니다. 그런데 1904년에 이 형상만을 따로 조각한 게 로댕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데요. 현재 여러 버전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전 세계 박물관과 공공장소 등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원본 버전들 외에 사후에 제작된 조각까지 합하면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 조각은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지옥의 문'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신곡에 등장하는 수많은 죄인과 인간을 내려다보며 고뇌에 잠긴 시인을 표현했다는 해석이 있고요. 또 다른 비평가들은 로댕이 영감 받았던 '미켈란젤로'와 관련이 있다 등 다양한 해석들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문' 작품도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로댕의 '지옥의 문' 때문에 방금 살펴본 '생각하는 사람' 조각도 생겼다고 볼 수 있는데요. 로댕이 1880년에 프랑스 정부 사업이었던 장식미술관 신축 핵심작업을 맡게 됐는데, 그때 박물관의 입구를 청동 문으로 꾸밀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첫 의뢰를 받아서 로댕이 사망한 1917년까지, 그러니까 약 37년의 시간 동안 작업이 계속된 프로젝트입니다.
'지옥의 문'은 단테 알리기에리의 유명한 소설이죠, '신곡'에서 지옥의 한 장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청동으로 된 대형 조각으로 높이만 약 6m, 너비 약 4m에 180여 개의 작은 인물 조각들이 속해있는데요. '생각하는 사람' 외에도 추락하는 사람, 입맞춤, 아담, 이브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크고 작게 조각 되어 있는 역작입니다. 이 작품은 단테가 '신곡'의 '지옥'편에 묘사한 장면을 조각으로 옮긴 건데요. 지옥에 떨어진 죄인들이 형벌을 받는 모습과 처절하게 울부짖는 모습 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드라마틱하게 묘사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작품의 여러 버전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처럼 '지옥의 문'도 여러 버전이 있어서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데요. 8개의 버전 중 7번째 버전이 우리나라의 삼성에서 소장하고 있어 화제가 됐습니다. 1984년에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이 이 작품을 국내 최초로 반입했고요. 플라토 미술관이 2016년에 폐관되면서 호암미술관의 수장고로 옮겨져 보관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 조각의 원본 석고 모델은 현재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생각하는 사람'도, '지옥의 문'도 여러 버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 같은데요. 이렇게 작품 수가 많아도 모두 진품으로 인정되는 거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같은 판화 기법도, 하나의 틀이 있으면 여러 개의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잖아요? 이런 청동으로 만든 작품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원형 틀 하나를 가지고 여러 개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데요. 때문에, 생각하는 사람이나 지옥의 문 같은 청동 작품들이 여러 버전으로 더 제작될 수 있던 거고요. 다만 원형 틀은 하나만 존재하겠죠. '지옥의 문' 같은 경우 현재 원형 석고 모델이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겁니다.
[앵커]
오늘은 살아 숨 쉬는 듯한 인체를 묘사한 오귀스트 로댕,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 작가죠, 오귀스트 로댕에 대해 만나봤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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