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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케임브리지! 서로 닮은 두 도시…바이오 산학 협력의 메카

2023년 09월 18일 16시 07분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느 도시로 떠나볼까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두 곳인데요. 한 곳은 미국에, 한 곳은 영국에 있는 도시이지만, 평행이론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닮은 점이 많은 두 도시입니다. 준비한 영상 먼저 보고 오시겠습니다.

오늘 둘러볼 도시는 미국의 케임브리지와 영국의 케임브리지입니다. 이름이 똑같은 도시인데요. 미국 케임브리지는 미국 동부에 있는 도시고요. 영국의 케임브리지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북쪽에 있는 도시입니다. 완전히 다른 대륙에 있고, 직접적인 연결점은 찾기 어렵지만, 신기할 만큼 닮은 도시라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일단 첫눈에 들어오는 게 이름이 똑같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가 이름이 똑같아질 수 있는 거죠?

[기자]
사실 두 도시의 이름이 같은 건 우연은 아닙니다. 먼저 케임브리지라는 이름을 썼던 건 영국의 케임브리지였는데요. 1600년대 영국인들이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미국의 도시에도 케임브리지라는 이름 붙인 겁니다. 해당 지역 이주민 가운데 청교도가 많았는데,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청교도 신학의 중심지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앵커]
이름이 같은 게 이유가 있었던 거네요. 그렇다면 영국의 케임브리지는 왜 과학도시로 꼽혔을까요?

[기자]
네, 영국의 케임브리지에는 케임브리지 클러스터가 있는데요. 그 중심에 있는 건 명문대 케임브리지대학입니다. 케임브리지대학은 전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유명한 대학인데, 특히 바이오와 IT 부문으로 유명합니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을 중심으로 바이오 기업과 IT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과학 클러스터가 형성됐습니다.

현재는 이 일대에 첨단 과학 기업이 1,500개 이상 들어섰고요. 이 기업들에 종사하는 인원만 5만 7천여 명,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만 연 21조 원으로 집계됩니다. 아마존과 애플, 삼성, 화웨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사무실을 두고 있어서 영국의 실리콘밸리, 혹은 실리콘 펜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이 클러스터가 유명한 건 무엇보다도 바이오단지 때문입니다. 케임브리지 클러스터에는 케임브리지 바이오 메디컬 캠퍼스가 조성돼있는데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바이오 단지이자, 가장 큰 바이오 단지 중 하나로도 꼽힙니다. 케임브리지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이 들어서 있고 암 연구소와 영국의학협회 등 공공연구소가 있고, 바이오 기업은 500여 곳이 있다고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의학·생명과학 단지에 종사하는 인구가 2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최대 바이오 단지 중 하나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유명한 바이오 기업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기자]
코로나 19 백신으로 유명한 아스트라제네카가 케임브리지 바이오 단지의 핵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연구센터인 디스커버리 센터를 케임브리지 바이오 단지에 개소했습니다. 약 5,700평 규모이고, 2,2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연구할 수 있는, 연구개발 시설입니다. 첨단 바이오 기술 구현이 가능한,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기술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전해지는데요. 유전자 편집 기술이나 세포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이 나왔습니다.

건물 구조가 특이한데, 실내에 자연 채광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붕을 설계했고, 지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졌습니다. 때문에 이 탄소 중립에 기여 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영상을 보니까 건물 구조가 굉장히 신기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는 말씀하신 대로 바이오 도시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미국의 케임브리지도 함께 살펴볼까요?

[기자]
미국 케임브리지를 살펴보면 앞서 살펴본 영국 케임브리지 설명과 비슷해서 기시감이 들 수도 있는데요. 먼저 영국 케임브리지에 케임브리지대학이 있는 것처럼, 미국의 케임브리지에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 공대가 있습니다. 두 학교 모두 아시다시피 세계 5위 안에 드는 명문대입니다.

하버드대는 1636년 개교했는데, 당시 학교명이 뉴 칼리지였지만, 영국 케임브리지대 졸업생인 존 하버드의 이름을 따서 1639년에 하버드 대학교로 교명이 바뀌었습니다. 하버드대는 특히 의대가 유명한데, 미국의 200개가 넘는 의대 가운데서 노벨 의학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의대입니다.

한편, 매사추세츠 공대, MIT를 살펴보겠습니다. MIT는 케임브리지의 강 건너인 보스턴에 있다가 1916년에 케임브리지로 캠퍼스를 옮긴 건데요. 이를 통해 케임브리지에 두 개의 명문대가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이 밖에도 케임브리지에는 아트스쿨로 유명한 레즐리 대학교와 헐트 국제경영대학원도 있어서, 도시 전체가 대학도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있는 곳이 여기였군요. 그런데 미국 케임브리지도 바이오 도시로 유명하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역시 코로나 19 백신 개발로 유명해진 회사죠. 모더나가 미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모더나는 하버드 의대 교수였던 데릭 로시가 로버트 랭어 MIT 교수와 함께 2010년 공동 창업한 회사입니다. 여러 바이오 스타트업과 하버드와 MIT 연구원을 지속적으로 스카우트하면서 만들어진 스타트업 이었는데요, 2019년까지 모더나의 직원 수는 800여 명 정도였고, 직원 상당수가 하버드대와 MIT 출신이었습니다. 하버드에서 진행되던 mRNA 연구를 바탕으로 코로나 19가 터지고서 백신 개발에 착수해 화이자·바이오앤테크와 거의 동시에 경쟁적으로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mRNA 백신이 코로나 19 이전까지는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플랫폼인 데다가, 모더나라는 회사가 신생 회사여서 100년이 넘는 제약사들이 시도하지 못한 혁신을 해냈다는 점 때문에 전 세계 주목을 받았습니다. 모더나는 지난해에는 글로벌 혁신기업 순위에서 7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기업이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탄생한 겁니다.

[앵커]
이름이 같은 것도 이유가 있는 것처럼 명문대를 중심으로 바이오 기업이 위치한 모습이 닮아 있는 거도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요.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바이오 기술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이거든요. 두 도시에서 과학단지와 혁신 바이오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좀 살펴보면은, 공통점을 꼽아본다면 어떤 점들이 바이오 산업 육성에 필수적인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초연구가 활발한 대학 등 고등연구기관과 같은 연구 인프라가 필수적입니다. 미국의 케임브리지와 영국의 케임브리지 모두 명문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과학자들도 쉽게 영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여건으로 작용합니다.

또 기초연구만 탄탄하다고 해서 바이오 기술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는 힘들 텐데요. 임상시험 등을 위해 대형 병원과의 연계가 필수적이고요.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 기업들이 기업 간, 기업과 연구소 간 공동 연구도 거의 필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 바이오 산업은 오랫동안 거액을 투자해야 있어야만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받기에 유리한 클러스터 조성도 거의 필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초과학에서 파생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이렇게 복합적인 환경이 갖춰져야 유리하다는 점을 두 도시를 보면서 유추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오늘은 미국의 케임브리지, 영국의 케임브리지에 대해 알아봤는데, 이름이 같아서 헷갈리는 분들도 많았을 거 같은데 오늘 들어보니까, 닮은 점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최소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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