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레드카펫'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기자]
'사이언스 레드카펫' 양훼영 입니다. 오늘 만나 볼 작품은 영화 '그란 투리스모'입니다. 레이싱게임에 빠진 게이머가 실제 카레이서가 된 실화를 그려낸 영화로, 기존 게임 팬들은 물론 레이싱 팬들에게도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키워드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진짜 레이싱 영화'입니다. 그란 투리스모는 영화 제목이자 1997년에 나온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이름이기도 한데요. 게임 자체도 실제 레이싱을 최대한 살렸는데, 영화에서는 게임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직접 레이싱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까지 선사합니다. 어릴 때부터 레이싱 게임에 진심이었던 잔 마든보로. 잔의 부모는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들, 레이싱 게임 좀 해봤다고]
[레이서가 되겠다고?]
[레이서가 유일한 제 꿈이에요]
[날 믿든 말든 상관없어요]
[기자]
그러던 어느 날 잔에게 진짜 레이서가 될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란 투리스모 콘테스트]
[실제 레이싱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거야]
[기자]
최고 실력의 게이머를 훈련 시켜 제 레이서를 만드는 GT 아카데미에 선발된 잔은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쳐 프로 레이싱 팀에 합류하게 되는데요.
[다른 선수들이 널 싫어할 거다]
[뭐하자는 거야?]
[모르나 본데 이게 레이싱이야]
[기자]
주변의 무시와 압박 속에서
잔은 위기 상황을 게임처럼 해결하기로 합니다.
[게임에서 수도 없이 달린 트랙이에요]
[내 방식대로 할게요]
[아주 훌륭했어]
[기자]
영화 '그란 투리스모'는 북미 개봉 당시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누르고 바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는데요. 로튼 토마토 지수가 60%로 평단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관객들이 주는 팝콘 지수는 98%로 큰 호평을 받았는데, 국내에서도 어떤 평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막바지에 나오는 르망24 경기 장면인데요. 잠시 영상 함께 보시죠.
65대에 달하는 슈퍼카들이 쉴 새 없이 나오는데, 그것도 320km의 최고 속도로 달리는 모습과 소리는 마치 레이싱 대회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운드 특화 관이나 4D 관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 키워드 살펴볼까요?
두 번째 키워드는 '덕업일치'입니다. 이 영화는 방구석 게이머가 실제 레이싱 선수가 되는 실화를 그렸는데, 실화의 주인공인 잔 마든보로는 말 그대로 덕업일치에 성공한 주인공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레이싱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 실제 자동차 무게, 엔진 토크, 타이어 접지력 등은 물론 빛 반사까지 재밌으면서도 사실적인 레이싱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됐습니다. 그리고 그란 투리스모에 빠졌던 영국의 한 소년, 잔 마든보로 게이머였던 잔은 닛산과 소니가 합작한 GT아카데미에 선발돼 실제 레이싱 선수가 됐는데요. 특히 잔은 게임에서의 조작법이 실제 자동차와 서킷에도 적용이 가능한 것을 깨닫고 빠르게 레이싱에 적응했다고 합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이룬 한 소년의 실화를 다룬 만큼 단순히 레이싱 경기의 긴장감 그 이상의 감동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잔 마든보로 / 영화 '그란 투리스모' 실제 주인공 : 저도 영화에 출연합니다. 얼굴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자동차 운전대를 잡으면 제 세계가 되거든요. 레이서로서 저 자신을 연기할 기회를 주셨고 정말 굉장했어요. 저는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으면 좋겠어요. 머릿속으로 계속 ‘X-Y-Z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 목적과 열정을 품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앵커]
게임 고수가 현실 고수가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인데요. 양훼영 기자와 함께 영화 속 과학 이야기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영화 제목이자 동명의 게임 제목이기도 한 '그란 투리스모' 대체 얼마나 잘 만든 게임이길래 게이머가 실제 레이서가 될 수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이 게임이 발매가 처음 됐던 게 1997년이라고 합니다. 벌써 26년째 된 건데요. 사실상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표, 타이틀,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지고 있다면 이거는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할 정도로 아주 유명한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란 투리스모가 발매되기 직전의 이전의 레이싱 게임이라고 하면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카트 게임, 그러니까 슈퍼마리오나 귀엽고 작은 자동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이런 게임들이 주를 이뤘었는데요. 그란 투리스모는 앞서 잠깐 설명했지만, 차체, 타이어, 엔진 등 실제 레이싱 요소를 게임에 넣었고, 특히 엔진 소리나 자동차가 서킷을 달리는 소리를 실제 현장에서 다 녹음을 해서 게임 안에서 구현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 자동차의 디자인도 그대로 넣었다는 게 특이한 장점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게임 레이스를 하는 동안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내가 레이싱 선수가 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고 하고요. 게임 자체가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코너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레이싱의 결과가 달라지고, 그거에 따라서 보상을 통해서 자동차를 튜닝 해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고, 실제 레이싱을 하는 재미, 사실감 이런 것들을 잘 구현해서 레이싱 게임이 그란 투리스모 발매 전후로 나뉜다, 이럴 정도로 굉장히 사실감이 높고,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게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저는 이 게임을 안 해봤지만, 말씀을 들어보니까 굉장히 생생하고 현실감 있는 게임인 거 같은데요. 그런데 개발사가 최근 인공지능 레이서를 개발했다면서요?
[기자]
소니 AI 개발부, 그란 투리스모를 개발한 폴리포니 디지털, 그리고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세 회사가 합작해 개발한 '그란 투리스모 소피', GT소피를 인공지능 레이서를 개발했습니다. 인공지능 레이서인 GT소피는 심층 강화 학습을 통해 레이싱 기술을 배웠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딥러닝 기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인간 플레이어처럼 똑같이 가속기와 브레이크, 스티어링을 반복을 통해서 코스를 계속해서 익히면서 주행 성능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인공지능 레이서가 기술을 습득을 했고요. 처음 서킷을 주행하는 데 하루 걸렸고 인간 플레이어의 상위 5% 기록이 되는 데까지는 이후에 이틀 정도면 충분했고요.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오르는 데는 10~12일 정도 만에 실력이 뛰어나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레이서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기술, 그러니까 앞차 뒤에 바짝 붙었을 때 공기저항을 덜 받으면서 달려나가다가 기회를 보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이런 기술들을 입력을 하지 않고 GT소피가 여러 번의 주행 끝에 스스로 터득을 해서 주행을 하는 등 기술을 굉장히 올렸는데, 특히 GT소피의 특징 중 하나가 레이스 에티켓을 배웠다는 점입니다. 무조건 빨리 달리기만 하면은 차량과의 충돌사고가 굉장히 많이 벌어지게 되고, 이게 실제 레이싱이라고 보면 사람이 죽거나, 차가 불타는 아주 큰 사고로 확장이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일들을 줄이기 위해서 충돌을 하면 마이너스 보상을 반복적으로 줘서 앞차와의 충돌, 그러니까 위험한 주행을 피하면서도 빠르게 주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습을 시켰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전략은 물론이고, 스포츠맨십까지 배웠다고 하니까 정말 대단한데요. 사람과 대결을 하면 누가 이길지 궁금한데, 해본 적이 있나요?
[기자]
네, 있습니다.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우선 베타 버전에 GT소피가 먼저 사람들과 대결했습니다. 당시 일본 그란 투리스모의 게이머들 팀 4명과 GT소피 4대를 이용해서 2021년에 대회를 한 번 열었었는데, 이때는 인간 게이머들이 이겼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지만, 인공지능 레이서는 심층 강화 학습을 통해서 반복할수록 실력이 점점 늘어나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2022년 2월에 실제 발매로 출시가 됐을 때는 인간 게이머들과 이겼을 때 세계 챔피언을 1:1 대회에서 이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돼서 어떻게 GT소피가 인간 챔피언을 이겼는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 과정을 담은 논문이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게임이라는 게 다양한 설정이랑 조건들로 구성되어있다 보니까, AI가 온라인 게임에서 인간을 이기는 건 굉장히 쉽게 느껴졌는데요. 또 그렇지만은 아닌가 봐요?
[기자]
네, 그렇다고 합니다. 저도 사실 처음에는 게임도 사람이 만들고 AI도 사람이 만드니까, 당연히 쉽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우리가 흔히 체스나 바둑과 같은 경우에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을 봤을 때,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거대 인공지능으로 되면서 인간을 이기는 경우가 생겼다, 이렇게 우리가 봤잖아요? 하지만 레이싱 게임의 경우에는 순서별로 한 번씩 돌아가면서 수를 두는, 경우의 수를 순서대로 계산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 동시 다발적으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참여하게 되고, 게임 안에서 가속장치나 조향 장치, 어떠한 순간순간 조작을 분초 단위로 계속 바꾸면서, 그때마다 순간의 판단력을 넣어야 하는 게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결과가 매초 바뀌고, 대응하는 플레이어도 매초 바뀌게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이런 실시간 변동이 많은 게임일수록 AI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기가 아직은 어려울 것이다, 라는 그동안의 원래 예측이었는데요. GT소피는 실제로 반복 주행을 통해 인간이 하지 않는 운전 기술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서 실제 레이스에서나 레이싱 게임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법들까지도 게임 안에서 구현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코너링 진입 할 때 감속을 하는 순간 점이 코너 직선 단계 바로 앞에서 할 것'이라는 정설 같은 게 있다고 합니다. 들어갈 때 천천히 들어가고 나올 때 코너에서 빠르게 나와라, 이래야 속도를 빨리 낼 수 있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던 공식이지만, GT소피는 실제로 반복 학습을 통해서 들어갈 때도 빠르게, 나올 때도 빠르게, 하지만 코너에서 튕겨 나가지 않게 아주 정밀한 브레이크와 가속을 바꿔가면서 무게중심을 잘 바꾸고 굉장히 빠르게 들어가고 빠르게 코너를 빠져나오는 운전기술을 터득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결국에는 어떻게 보면 인간을 이길 수 있는 기술까지도 터득했다고 볼 수 있죠.
[앵커]
발전이 무섭기까지 한데요. 이 같은 AI 레이서가 게임 이외에도 활용될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개발자인 야마우치 카즈노리는 일본의 한 인터뷰에서 GT소피가 단순히 그란 투리스모 게임 안에서만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디지털 트윈이라고 하잖아요? 우리가 실제 생활과 디지털 세계를 똑같이 구현하고 여러 가지 시험을 해볼 수 있는데, 이때 GT소피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신기술 개발을 했을 때, 자동차 기술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구현이 되면, GT소피가 실제 레이서처럼 자동차를 조작해보고 운전했을 때 문제점, 운전을 했을 때 어떤 성능이 나오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인터뷰를 했고요. 실제로 더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고도화시키는 데에도 GT소피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앵커]
오늘은 또 게이머가 레이서가 된 영화 '그란 투리스모'와 함께 또 AI 레이서 'GT소피'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눠봤는데요. 그란 투리스모가 다음 주에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만큼 더 짜릿하게 경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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