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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잠깐만요] 종이로 시대를 기록한다!…'류황별의 종이공방'

2023년 09월 07일 15시 47분
■ 류황원 / 종이모형 작가 겸 크리에이터

[앵커]
기차, 버스, 지하철 등은 각 시대마다 조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죠. 그래서 예전 영상이나 사진들 속
대중교통들을 보면 그 시절 향수가 떠오르곤 하는데요.

'저기, 잠깐만요', 오늘은 종이를 이용해 대중교통으로 시대를 기록하는 남자! '류황별의 종이공방'의 류황원씨와 함께합니다!

[앵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사이언스 투데이 시청자 여러분께 자기소개부터 해주시죠.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에서 대중교통과 시대의 풍경을 종이로 만들며 시대를 기록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류황별 입니다.

[앵커]
그런데 본명이 '류황원'씨라고 알고 있습니다. 류황별이라는 예명을 쓰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제가 어렸을 때 천문관측을 좋아해서 제 이름에서 한 글자만 바꿔 별을 붙였습니다. 개성 있게 보이고 싶어서 별생각 없이 지었던 이름인데, 이렇게 오래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앵커]
그래도 쏙쏙 들어오는 것 같은데요. 하고 계신 작업을 '페이퍼크레프트'라고 하더라고요. 종이접기와는 다르겠죠?

[인터뷰]
네 종이접기와는 많이 다릅니다. 종이접기는 종이 한 장을 접어서 만든다면, 페이퍼크레프트는 도면을 출력한 후, 도면을 자르고 붙여 만드는 조립의 과정이 들어갑니다. 도면을 인쇄한다는 점과 인쇄 도면을 자르고 붙여가며 만드는 것이 종이접기와 페이퍼크레프트의 차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말씀만 들어도 굉장히 과정이 복잡하고, 세심한 노력이 많이 들어가서 정말 힘든 작업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공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인터뷰]
종이라는 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또 종이모형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재료가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라면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데, 입문 장벽이 낮은데요. 이런 점에 매료되어서 굳이 종이라는 소재를 골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능한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만 제작하는 것이 제 철칙이기도 합니다.

[앵커]
페이퍼크레프트, 말 그대로 종이로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건데,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대중교통을 주제로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뷰]
저는 어릴 때부터 철도나 버스 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유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대중교통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버스나 철도를 종이로 만들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어릴 때 스케치북에 철도나 버스를 그리고 자르고 붙여 만든 게 시작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 만들어 오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스튜디오에 계속 저희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는데요. 직접 만드신 종이모형을 소개해주신다고요?

[인터뷰]
이 모형은 제가 이번에 제작한 모형인데요. 이 모형은 종이로 만든 1호선 지하철과 신도림역입니다. 지하철 안쪽의 광고라던가, 역 플랫폼에 자판기, 안내판 이런 최대한 실제 상황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앵커]
보면서도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여기 신도림역이죠? 저도 많이 가봤던 곳이라서 많이 익숙한데, 이게 직접 가서 보시고 거의 사진을 찍듯이 작업을 하신 다음에 만들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인터뷰]
네, 모든 작품은 직접 가서 보고 만드는 걸 목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같은 경우에 천장에 에어컨 위치, 기둥의 모양, 손잡이 수, 이런 부분들은 직접 가서 보지 않고서는 만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모형을 만들 때 모형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능하면 직접 가서 보고 기록해서 그걸로 모형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말 너무 똑같아서 이거를 어떻게 만드셨을까, 그 과정이 굉장히 궁금해요. 과정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일단 모형으로 만들 대상을 선정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노선이라든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무언가라던가, 이런 역사성이 있다거나 이런 주제가 뚜렷한 노선을 주로 고르는 편입니다. 이렇게 모형 소재를 선정했다면 이제 답사를 나가 관찰하고, 기록해옵니다. 기록은 주로 사진 촬영을 하는데, 사진만으로는 어려워서 직접 그리거나 적기도 합니다. 손잡이 수, 광고가 어디 붙어있는지 같은 것은 사진만으로는 알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은 직접 그리고 또 사진도 촬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료 조사 한 거로 제가 직접 컴퓨터로 도면 작업을 하고 그걸 이제 출력을 해서 자르고 붙여서 만들고, 그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까 저희가 사전에 미리 여쭤봤는데, 이거는 어제 완성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이런 것을 만드시는데 제작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인터뷰]
모형따라 다르지만 2~3달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컨디션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보통 하루에 1~2시간, 주말에는 온종일 만드는 것 같고요. 그리고 저는 만들면서 만드는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촬영된 영상으로 단순 계산해보니 하나를 만들 때 200~30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앵커]
이 모형도 그 정도 걸렸을까요?

[인터뷰]
이거도 한 300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한 3달 걸렸거든요.

[앵커]
정말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생각이 드는데요. 이게 굉장히 고되지만 직접 해보면 또 성취감이나 희열 같은 것들도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 하시는 거겠죠?

[인터뷰]
그렇죠. 모형도 만드는 순서가 있는데, 그 순서 하나하나를 끝내서 조금씩 완성이 될 때마다 정말 너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한 희열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도 만들다 보면 실수를 정말 많이 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 때도 있습니다. 근데 이제 이걸 난관을 모두 극복하고 내가 해냈다는 희열이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모형을 완성했을 때 정말 뿌듯하고 짜릿합니다. 이런 취미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적기 때문에, 이런 희열을 느껴보시는 분들은 얼마 없을 텐데요. 이런 완성했을 때 희열이, 저만의 소소한 행복이기도 합니다.

[앵커]
이렇게 보면서도 너무나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인데,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작품은 뭘까요?

[인터뷰]
제가 반년 전에 경기도 부천의 시내버스를 제작한 적이 있었는데, 그 모형의 제작 영상이. 약 2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분께서 이용하시는 시내버스기도 하고, 누구나 출퇴근길이나 여러 일정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생기는 추억이 하나쯤 있으실 텐데, 이런 추억을 영상을 통해 이야기했던 게 통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영상으로 잠깐 보니까 위에 조명까지 구현해놓으셨더라고요. 그렇다면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요?

[인터뷰]
지금 제가 가져온 1호선 지하철과 신도림역 모형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일단 지하철 모형과 역사 모형을 모두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웠고, 지하철은 손잡이 수가 많잖아요? 손잡이 수가 70개인데, 이걸 모두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웠고요. 그리고 지금 천장에 보시면 이렇게 삼각형 형태의 트러스 구조가 있는데, 실제 신도림역의 천장도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이 천장 구조를 만드는 것도 정말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그런데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만드시는 것이 개인적인 성취감이나 희열로 이어지는 것은 저희도 충분히 공감하는데, 그래도 수입으로 연결되어야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이 좀 생각이 들거든요? 어떤가요?

[인터뷰]
사실적으로 유튜브에서 약간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형 한대 제작하는 비용보다 적은 수입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매우 적자이고요. 그냥 재미있어서 만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이런 대중교통이 있을까요?

[인터뷰]
시내버스는 아무래도 요금도 저렴하고, 또 훨씬 친숙하게 탈 수 있다 보니까 지금까지는 시내버스 모형을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고속버스는 한번 타려면 금액대도 있고, 길게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제가 많은 의자를 만들 엄두가 안나가지고, 45석이거든요. 그래서 고속버스는 아직 못 만들어봤는데요, 이젠 고속버스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인데요. 마지막으로 황원님의 꿈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제 꿈은 대중교통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제 꿈입니다. 대중교통은 과거와 현재의 삶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치고, 역사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대중교통 속 사람들의 삶, 그리고 이런 역사성에 대한 보존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차량 제조사나 지자체, 그리고 국가가 조금 더 대중교통의 역사성에 대한 보존, 그리고 미래 세대로의 전달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런 날이 올 때까지 더 치열하게 기록하고, 더 치열하게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앵커]
네, 오늘 정말 멋진 작품도 보고 황원님의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계속 만들어 주시길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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