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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봄을 닮은 유영국·김종학·이왈종 화백의 작품들

2023년 05월 12일 16시 58분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봄하면 떠오르는 미술작품, 혹시 있으십니까? 자연의 따스한 요소를 담은 한국 작품들을 한번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는데요. 오늘 '사이언스 in Art' 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유영국, 김종학, 이왈종 세 화백의 작품 색깔과 작품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사실 봄이라고 하면 낮에 살짝 덥긴 한데 봄과 어울리는 작품들을 소개해 주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작가를 먼저 만나볼까요?

[인터뷰]
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가는 바로 유영국 화백입니다. 김환기 화백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추상 회화 선두주자이자 대표적인 작가이기도 하죠. 유영국 화백의 작품은 몇 번 보면 화풍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특색 있는데요. 주로 자연을 작품에 담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 생각나는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우리나라 산이나 바다, 하늘 같은 자연의 요소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유영국 화백 작품의 특징입니다.

[앵커]
유영국 화백의 작품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 주셨는데요, 좀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유 화백이 어떤 분이셨고 주요 작품들은 어떤 게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유영국 화백은 섬에서 나고 자란 작가입니다.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과 친밀했는데요. 앞서 잠시 이야기한 김환기 화백과도 절친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이 두 거장은 1963년에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되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작품 세계가 굉장히 뻗어 나가게 되거든요.

오늘 소개할 유영국 화백의 작품은 WORK 시리즈 중 한 점인데요. '노을'이라고 불리 우기도 합니다. 1957년 작품으로 산마루 위에 걸쳐있는 붉은 노을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특히 산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함께 보시면, 굉장히 단순화된 선으로 표현되어 있는데요. 오직 검고 두꺼운 윤곽선과 약간의 가지치기를 통해서 산을 표현했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색으로 지금 봐도 너무나 세련된, 동시에 섬세한 자연의 색을 담고 있습니다. 유영국은 산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산에는 뭐든지 있다. 봉우리의 삼각형, 능선의 곡선, 원근의 면, 그리고 다채로운 색.”유영국 화백이 그리는 자연에는 한국적인 미가 녹아있는 걸 볼 수 있고요, 또 그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갖은 장식을 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제거하고,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기본이 되는 조형 요소에 집중해서 그려냈습니다. 저는 초봄보다는 봄에서 여름 되기 전에, 파릇파릇하던 색감이 좀 더 짙은 녹음으로 넘어가는 그때를 좋아하는데요. 이 작품도 따뜻한 오후의 여유로운 해질녘 같아서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앵커]
작품을 보니깐 세련되면서도 한국의 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는 꽃을 주로 그리는 작가를 소개해주신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바로 김종학 화백인데요. 꽃의 화가, 또 설악의 화가라고도 불리 웁니다. 평북 신의주에서 태어났지만 1948년 월남한 김종학 화백은 서울대 회화과를 전공한 후 추상회화,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아 색채에 주목하는 작가였는데요. 1979년에 설악산에 들어가게 되거든요. 그때 이 설악산에서 마주한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얻어서 작업실을 짓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추상 미술이 성행했던 시기였는데 김종학 화백은 추상과는 거리가 먼 꽃 형태의 작업을 주로 하기 시작합니다. 일찍부터 꽃의 화가, 설악의 화가라는 별명이 붙게 되고요. 김종학 화백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추상에 기초한 새로운 구상”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낸 작가가 아닌가 싶은데요,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이 궁금한데, 어떤 작품이 있나요?

[인터뷰]
김종학 작가의 작품 '무제' 입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화면 가득 채워져 있는데요.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작품입니다. 이처럼 주로 꽃과 나비, 새 같은 자연의 요소들을 화폭에 담았는데요. 설악산에서 지내면서 접하는 야생화와 식물들을 특유의 자유로운 붓 터치로 표현합니다.

또, 다양한 형태의 꽃들이 캔버스 가득 그려져 있어서 사람의 손길이 닿은 정원보다는 좀 더 원초적인 숲 속 자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꽃의 모양과 색감도 다 달라서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입니다. 김종학 화백이 심리적으로 힘들 때 설악산으로 향한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서 더욱 에너지나 생명력 같은 것들이 본능적으로 표현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기운이 없을 때 집에 걸어놓고 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많이 비싸겠죠? 최근에 유명 샴페인 하우스와도 콜라보를 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아마 와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 브랜드죠. '메종 루이나'라는 샴페인 하우스가 작년 국내 첫 상륙한 프리즈 아트페어를 기념해서 김종학 화백과 협업을 해 화제였습니다. '메종 루이나'는 지속 가능한 혁신과 자연에 대해 관심이 많은 브랜드 이기도 한데요. 김종학 화백 또한 자연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이기 때문에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패키지에 김종학 화백의 시그니처죠, 아름다운 꽃 패턴이 새겨져 있습니다. 총 15점의 아름다운 콜라보 작품을 공개해서 이슈였습니다.

[앵커]
지금 사진으로 나왔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그런 와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왈종 작가를 소개 해주신다고요?

[인터뷰]
마지막으로 제주를 그리는 작가, 이왈종 화백입니다. 이전 방송에서 다룬 적이 있기도 한데요. 이왈종 화백의 작품 중에 봄과 유독 잘 어울리는 유쾌하고 밝은 작품이 많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왈종 화백은 제주도의 풍요로운 자연을 화폭에 담는 작가입니다. 특히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1974년 국전에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하면서 크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거든요. 이후에도 수많은 수상경력과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그러다가 11년간 후학을 양성하다 돌연 제주도에 정착해서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일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합니다. 이왈종 화백은 사실 화려한 경력보다도 가장 원하던 것은 욕심 부리지 않고 생이 다할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거였다고 하는데요. 서울에서의 바쁜 삶보다는 제주도에서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욱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제주도의 풍경을 작품에 담게 됩니다.

[앵커]
지난 방송에서 다뤘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이왈종 화백의 ‘제주생활의 중도’시리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해주시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이왈종 화백은 특히 제주도의 계절 중에서도 봄 풍경을 작품에 많이 담는데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꽃은 항상 인간에게 에너지를 주는 존재입니다. 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된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처럼 이왈종 화백은 자연에서 늘 영감을 받는데요. 지금 보시는 작품은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로, 2013년에 그려졌습니다. 화면 가득 꽃이 만개한 나무가 그려져 있는데요. 중간중간 새들이 보이고 하얀 꽃들이 봄을 배경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요. 이왈종 화백은 이처럼 일상과 자연을 조화롭게 그려내곤 합니다.

한때는 이런 골프 그림에 대해서 혹평을 하거나 외면 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막상 전시되는 작품들은 점차 완판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골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왈종 화백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작품가는 계속 오르게 됩니다. 특히 전국의 골프장에서 이왈종 화백의 작업을 걸어두는 곳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동양적인 느낌이 강한데, 골프라는 소재가 합쳐지면서 한층 더 특별한 작품이 된 겁니다.

이왈종 화백의 작품들은 특히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왈종 미술관'에 가보시면 더욱 많이 보실 수 있는데요, 특히 대형 백자 찻잔처럼 생긴 건축물의 외관 또한 이왈종 화백이 직접 디자인했다고 하고요, 야외의 꽃과 식물이 즐비한 정원도 화백이 가꾸고 관리하는 곳이라고 하니까 제주도에 봄나들이 가실 분들은 방문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앵커]
화폭에 담은 봄 내음이 스튜디오까지 퍼지는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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