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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상대방의 선 넘는 행동…지혜롭게 '나'와 관계 지키기

2023년 05월 09일 16시 56분
■ 김지은 / 상담심리사

[앵커]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의 선 넘는 행동으로 나의 심기가 불편했던 적 한 번쯤은 겪어 보셨을 텐데요. 이런 선 넘는 상대방에게는 경계점을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상대방의 선 넘는 말과 행동을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이 문제로 고민이신 분들 많을 거 같은데요. 오늘은 무례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신다고요?

[인터뷰]
모든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선을 잘 지켜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는 꼭 무례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럴 때 바로 한 마디 쏘아 붙여주고 싶은데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거나, 거절하고 나서 분위기가 어색해지게 되면 감당 못 할까 봐 우물쭈물 망설이다 보니까 어느새 상대방은 자기 마음대로 원하는 걸 다 하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요.

심지어 계속 선을 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점점 더 심하게 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 '선'이라는 것, 즉 관계에서의 경계나 한계는 많은 사람들이 평상시에 놓치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개념입니다. 지금 당장 '사이다' 대처법에 대해 생각하는 건 잠깐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때 해결책이 되어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경계 설정에 주의를 잘 기울여야,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대처하는 것도 수월해지게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경계 설정이 필요한 상태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심리학자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는 '당신에게 경계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소개했는데요.

1) 해야 할 일이 많아 어쩔 줄 모르겠다.
2) 누가 도와달라고 하면 화가 난다.
3) 뭔가 부탁할 것 같은 사람과는 통화나 만남을 피하게 된다.
4) 도와줬는데 아무 보상도 못 받은 것에 대해 자꾸 불평하게 된다.
5) 지칠 대로 지친 느낌이다.
6) 다 그만두고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7) 나를 위해 쓸 시간이 없다.

여기까지 보시면서 "이거 내 얘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현재 자신의 상태와 주변의 대인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아마 시청자분들께서도 나한테 해당되는 내용인데 이런 생각을 하신 분들이 계실 거 같아요. 그렇다면 우선 주변 사람들이 자꾸 선을 넘는 이유부터 알아볼까요?

[인터뷰]
선을 넘는 사람들의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정말 반사회적인 성향이 있어서 그런 사람도 있지만, 악의없이 '몰라서' 선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꼭 나쁜 사람이 아니어도 유독 내 주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의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경계 설정을 명확히 했는지 여부도 한 번 고민해봐야 합니다.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는 '사람들이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1) 자기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2)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3) 경계를 설정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4) 융통성이 부족하다.
5) 자신감 없는 말투를 사용한다.
6) 경계를 내 머릿속에만 전부 넣어두고 말로 표현한 적이 없다.
7) 경계를 한 번만 말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8) 경계를 침해당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로 표현하는 대신 사람들이 당신의 반응을 보고 알아서 처신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결국, 시쳇말로 '답정너'라는 말처럼,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나의 선, 그러니까 경계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상대방에게 그것을 전달해야 합니다. 싫다면 어떻게든 싫은 티를 내야만 경계를 설정할 수가 있습니다.

[앵커]
사실 이렇게 싫은 티를 내는 게 정답인 줄은 알지만, 굉장히 어렵거든요. 이렇게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인터뷰]
그렇죠, 사실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자기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요, 큰 이유 중 하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한계 설정을 한 후에 나타나는 상대방의 부정적인 반응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화를 내거나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은 누구든지 피하고 싶을 수 있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한계를 정하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느니 그냥 참고 말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험도, 모두 한 번씩은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어려움을 견디고 우리가 경계와 한계 설정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선을 넘는' 상황을 무한히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도록 두면 결국은 소중하게 여기던 관계를 완전히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잘 설정된 경계는 자신이 능력 이상의 과도한 일을 하지 않게 해주는 안전장치가 되어 주고, 관계 안에서 용인할 수 있는 행동과 없는 행동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주며, 관계를 안전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앵커]
한계 설정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결국은 소중하게 여기던 관계를 완전히 망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걸 예방하기 위해서는 잘 설정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계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굳이 정답을 찾는다면, '현재의 내가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경계라는 것이 늘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계는 나와 관계를 맺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내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 나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또 처음으로 직장에 취업하게 되었을 때처럼 나의 삶에 변화가 일어났던 지점을 떠올려보시면, 대인관계에서 어떤 상황이나 어떤 방식을 편안하게 느끼는지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걸 깨달으실 수 있을 겁니다.

또 내가 건강하고 기운찰 때와 갑자기 큰 병이 생겼을 때, 당연히 내가 지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와 편안하게 느끼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자각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자각하고 나서 지금 선을 어떻게 긋고 싶은지 알게 되었다면, 그다음은 원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말로 전달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몫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굉장히 큰 용기를 내서 말로 잘 전했는데 그걸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인터뷰]
바로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더 이상 말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하지만 사실 한번 말해서 경계가 잘 설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한번 말했다고 알아서 협조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경계를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었던 사람이었을 수 있습니다. 한계를 설정했을 때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에 대해서도 앞서 말씀드린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가 정리한 내용이 있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반발한다.
2) 한계를 시험한다.
3) 못 들은 척한다.
4) 합리화하고 미심쩍어한다.
5)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6)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7) 완전히 무시한다.

목록만 봐도, 한계가 설정되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경계가 생기는 것에 반발하고 반감을 갖는지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설정한 경계가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처음에 경계를 설정할 때 상대방은 "혹시 우리 관계가 전과 달라지면, 더 나빠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반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경계를 말로 전달하고 지속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면, 나를 정말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더라도 결국 이 경계를 받아 들여주게 됩니다.

[앵커]
말로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후에는 지속적인 행동으로 경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다면 행동으로 경계를 보여준다는 건 어떤 건가요?

[인터뷰]
예를 들어 "밤 9시 이후에는 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경계를 설정했다고 치겠습니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해놓고, 상대방이 밤 11시에 전화할 때마다 전화를 받아준다면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말로만 안 된다고 했지만, 사실은 되네?"라고 생각하게 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편안한 경계를 설정했다면, 한번 말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동을 통해서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상대방이 달가워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경계를 전달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나를 존중하는 사람은 나의 경계를 받아들여 준다는 것, 그러고 나면 훨씬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말로도 행동으로도 표현을 했지만 이걸 또 못 알아들으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물론 내가 아무리 나의 경계를 잘 전달해도 전혀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폭력과 학대가 나타나는 관계라든지, 상대가 전혀 바뀌려거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관계라든지,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주기만 해야 하는 관계처럼 건강하지 못한 관계라는 판단이 서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지속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 때는 안전하게 그 관계를 끝내는 것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길입니다.

[앵커]
인연을 쉽게 포기하려 해서는 안 되지만 건강하지 않은 관계는 냉정하게 정리할 필요도 있다. 이런 말씀이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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