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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원하는 신호만 포착하는 '거미 다리' 센서

2023년 03월 30일 16시 32분
■ 김태일 /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앵커]
거미 다리의 감각기관은 먹이활동이나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매우 민감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이 거미 다리의 감각기관과 흡사한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거미 다리' 센서는 어떤 원리로, 어떤 기능을 하며,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김태일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거미 다리와 흡사한 센서라고 설명을 해주실 텐데요. 어떤 건지 먼저 소개부터 해주시죠.

[인터뷰]
거미는 거미줄에 매달려 있으면서 거미줄로부터 오는 진동과 같은 물리적인 신호를 항상 측정합니다. 거미 다리 (발목 근처)에는 진동을 감지하는 진동감각기관, 학술적인 용어로는 lyriform slit organ으로 마치 현악기와 같이 세로로 찢어진 기관을 뜻합니다. 간단히 말씀드려, 거미 피부에 찢어진 균열이 존재하여 매우 민감한 진동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 종이가 있는데요, 힘껏 잡아당겨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이렇게 찢어진 균열을 만들게 되면 살짝 힘만 줘도 쉽게 형상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저희가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도 이 부분입니다. 센서에 이러한 균열을 인공적으로 만들게 되면 작은 힘에도 쉽게 형상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따라서 매우 민감한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의 감각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도 인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거미의 감각기관과 흡사한 높은 민감도를 가진 센서를 만들었는데요. 여기에서 한 가지 더 큰 숙제가 생겼습니다. 너무 민감해서 주변에서 모든 잡음도 인식하는 센서가 되는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역시 이문제도 거미로부터 풀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거미의 다른 기관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거미의 감각기관 바로 아랫부분에 위치하는 cuticular pad (큐티클 패드)가 그 해결책이 되었습니다. 이 소재는 하이드로젤 소재라고 하는 고분자 소재로 낮은 주파수의 자극이 오면 스펀지처럼 매우 말랑말랑해서 진동을 흡수하고, 높은 진동수의 자극이 오면 딱딱해져서 진동을 전달합니다. 마치 거미에게는 비, 바람과 같은 낮은 진동수 자극은 잡음이 되고, 높은 진동수의 의미 있는 신호만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주변으로부터 오는 낮은 진동수의 소음만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앵커]
개발하신 센서 이름이 '거미 다리 센서'라고 명명하셨는데, 이게 거미 다리를 보고 만드셔서 거미 다리 센서가 된 건가요?

[인터뷰]
저희가 균열센서를 먼저 만들어봤는데 진동 인식하는 특성이 다른 센서 대비 월등히 좋아서 이유를 찾다 보니 그 구조가 거미 감각기관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당시 2014년도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를 해서 여기에 감각기관과 비교해서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당시 논문(Nature 2014[첨부2])이 발표되었을 때 세계 3대 저널 중 하나인 Cell 지의 에디터가 저희 연구에 관련해서 “building a superhero”라는 제목으로 스파이더맨 사진과 함께 “인간의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연구”다 라고 극찬한 바가 있습니다. 그 후부터 인간의 능력을 스파이더맨과 같이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계속 거미의 감각기관 관련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앞서서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노이즈'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거든요. 사실 요즘 이어폰에 보면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잖아요.여기서 '노이즈'는 어떤 의미로 쓰신 건가요?

[인터뷰]
저희가 원하는 신호 외에는 모두 노이즈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심장박동과 같은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싶은데 달리기나 걷기를 한다면 발생하는 쿵쿵거림은 노이즈가 되는 셈이지요. 이러한 발자국 소음은 매우 낮은 진동수를 가지고 있어서 거미의 필터 기능처럼 노이즈를 제거하고 원하는 생체신호를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일반적인 이어폰에서의 '노이즈캔슬링'은 진동수에 반대되는 파장을 주어 인위적으로 없애는 방법이기 때문에, 소음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원하는 신호와의 구별이 불가능해서 같이 제거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앵커]
앞서서 거미 다리 소재에 '하이드로젤' 소재를 쓰셨다고 하셨는데 이게 정확히 어떤 소재인지 또 다른 센서와는 이 소재가 어떤 점이 다른 걸까요?

[인터뷰]
하이드로젤은 물이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하는 플라스틱의 일종입니다. 생체친화적 고분자로 잘 알려져 있는 소재입니다. 본 소재가 가지는 특이점은 생체친화성뿐만 아니라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소재입니다. 이러한 소재는 기존 금속, 반도체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일반적인 센서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앵커]
하이드로젤의 특성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는데 잡음을 걸러준다면 층간소음이나 충격방지 같은 제품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인터뷰]
예. 물론 추가적인 연구는 필요합니다. 지금 나오는 영상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쇠 공을 떨어트렸는데 표면은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진동 신호를 모두 흡수해 버렸기 때문이지요. 이 소재가 점탄성 고동을 가지고 있는 고분자 소재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낮은 진동수만 흡수하거나 혹은 특정 진동수만 흡수할 수 있으므로, 자동차의 진동흡수, 쿵쿵거림과 같은 층간소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앵커]
미세한 진동을 정확하고 정교하게 감지할 수 있는 건데요. 만약 이걸 의료용 센서로 활용하게 된다면 사람에게 어떤 과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가 심장의 전기적인 미세신호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가서 누워있으면서 오랫동안 측정합니다. 만약 상시 측정을 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이는 불가는 한데요. 걸어 다닐 수도 있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본 소재를 사용하게 된다면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일상생활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노이즈는 선택적으로 없애고 원하는 심장의 신호만 측정하여 얻어낼 수 있습니다. 부정맥 등으로 인한 심장마비도 미연 에 방지할 수 있지요.

[앵커]
오늘 설명해주신 이 센서가 상용화가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쓰일 것 같으신가요?

[인터뷰]
이러한 소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것으로 바이오 전자소자,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센서에도 응용할 수 있고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충격흡수소재로도 응용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의복과 같이 매우 soft 하지만 충격이 오면 딱딱해지면서 몸을 보호하는 새로운 소재로도 응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앵커]
이 센서가 기존 센서들 보다 좀 더 정교하고 유연한 센서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 센서가 상용화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인터뷰]
센서는 상용화 전 단계까지 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본 소재가 센서와 결합하게 된다면 소음은 제거하고 민감도는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센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둘을 결합하는 연구가 추가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오늘 획기적인 센서 기술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인터뷰]
저희가 연구하는 내용이 생체모방이라고 하는 새로운 융합학문입니다. 자연을 모티브로 새로운 소재를 재발견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해설해서 지금까지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소자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앵커]
레이더는 박쥐에게서, 카메라는 곤충의 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죠. 오늘 교수님은 거미 다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연구한 센서를 보여주셨는데, 새삼 자연이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과학의 달인'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김태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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